그 날도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섰습니다.
이윽고 저 만치에 통근버스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버스가 내 앞을 쌩 하고 지나치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함께 통근버스를 기다리던 다른 한 직원이 지나간 버스의 뒤꽁무니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제게 물었습니다.
"저 버스, 통근버스 아닙니까?"
"그런 것 같은데 그냥 가버리네요."
저 역시 황당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그러는 중에 택시 한 대가 우리 앞에 서더니 나이 지긋해 보이는
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열고 우리에게 물었습니다.
"방금 지나간 버스가 회사 통근버스 아닌가요."
"맞는데요...."
그러자 기사 아저씨는 우리에게 얼른 택시를 타라고 손짓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차에 오르자 아저씨는 다음 정차지점까지 버스를 쫓아가자고 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잠깐 멍해 있었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
'이 택시는 왜 버스가 가자마자 우리에게 접근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 때 기사 아저씨가 말을 꺼냈습니다.
"사실. 통근버스 안에는 우리 아들이 타고 있습니다."
그 말에 한층 더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타라고 했을까,
그 아들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아저씨가 또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바로 통근버스 운전기사예요.
오늘이 버스 운행 첫날인데 혹시나 해서 뒤따라 나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두 분을 못 보고 그냥 지나쳐 버렸네요. 이거 미안해서..."
순간 자식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마음이란 바로
이런 거구나 싶은 생각에 가슴이 저릿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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