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향기/生死·호스피스

[스크랩]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慧蓮혜련 2013. 1. 20. 15:06

 

 

 

 

                      * 간병기도

 

                             - 일시 : 2010년 6월 28일 오후 3시 30분

                             - 장소 : 한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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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몇 일째 장맛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 한라병원 환우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 너무 힘들어 하고 있는데, 스님만을 찾는다고 합니다.

일전에 기도를 받고 마음이 너무나 평온하였다고 합니다.

아내의 목소리에는 미얀한 마음과 간절한 마음이 함께 베여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연일 이어지는 기도로 몸이 피곤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기도일정을 오후로 잡으시고 한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환우님은 6인실에 계시다 1인실로 옮기셨습니다.

병실을 들어서니 서울에서 내려온 동생과

서귀포에서 올라온 동생이 함께 하고 계셨습니다.

환우님은 극도로 상태가 악화되어 헛소리도 하고

통증이 심해져 힘들어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환우님께서 스님만은 간절하게 찾는다고 하니

스님께서 아무리 바빠도 가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환우님이 고통스럽고 아픈만큼 간호하는 가족도 그 아픔 이상으로

힘겨워 합니다. 그래서인지 환우님 아내의 얼굴이 전보다 까칠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환우님께 다가가 환우님 손을 다정히 잡으십니다.

환우님은 감았던 눈을 동그랗게 뜨시고는

"수상스님! 수상스님~~"

말을 잇지 못하십니다. 

기력이 없으시던 환우님이 스님을 뵈니 힘이 나는가 봅니다.

스님을 알아보는 환우님을 보고 가족들이 더 기뻐하십니다.

환우님은 스님 계신 반야사에 꼭 가봐야 하는데...

가서 부처님께 그간의 잘못도 용서받고 기도를 올리고 싶다고 하십니다.

스님께서는 지금은 갈 수 없으니 병실에서라도 늘 부처님 생각하시고

그간의 잘못을 참회하는 기도를 하시면 된다고 말씀합니다.

대신 스님께서 예불할때 축원을 해드리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의사선생님은 한달에서 두달가량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답니다.

환우님 아내는 신심도 있으시고 씩씩하고 긍정적인 분이셨습니다.

환우님이 힘들어하지 않도록 늘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아기 다루듯 환우님을 위해 최선을 다 하시는 모습을 보며

애틋한 가족의 정을 느꼈습니다.

 

환우님을 위한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의 염불소리는 참으로 가슴 절절하게 가슴을 파고 들었습니다.

환우님을 위한 관음정근을 할때에는 환우님께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십니다. 젖은 목소리로 관세음보살을 함께 부르시는 모습을 보며

가족들도 눈물섞인 염불을 하고 계십니다.

환우님 동생은 환우님 눈가의 눈물을 휴지로 닦아주십니다.

얼마 남지 않은 이승에서의 시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가슴이 타고 목이 매일까요......

지금은 시간이 너무나 없습니다.

기도할 시간도, 지나온 삶을 정리할 시간도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환우님은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통증의 두려움, 죽음에 대한 두려움들이 뒤섞여 환우님은

더욱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죽는 것이지만, 누구나 가는 길이지만

누구나 처음가는 길이기에 두렵고 무서운 것이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생각생각 부처님을 놓지 마시고

염불하실것을 권하셨습니다.

스님께서는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의미있게 보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는 꽃처럼 사십시오.

비록 육신은 고장이 나서 힘겨울지라도

그 마음에는 싱그러운 꽃을 피워야 할 것입니다."

환우님은 애써 미소를 띄웁니다.

 

얼마전 열반에 드신 법정스님께서 병원에 입원해 계셨을 때

병문안을 오신 제자들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그 시간을 무가치한 것, 헛된 것, 무의미한 것에 쓰는 것은

남아있는 시간들에 대한 모독이다.

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위해

써야겠다고 순간순간 마음먹게 된다.

이것은 나뿐 아니라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이 세상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병원에 계신 환우님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는

유한의 시간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좀더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하고자 마음을 먹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 웃으며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삶의 순간순간을 아름답고 의미있게 보내야겠습니다.

 

오늘도 고통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분들께 부처님의 자비가 두루하시길 발원드립니다.

 

 _()_

 

 

출처 : 바라밀 실천도량
글쓴이 : 마음의 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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