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향기/경전·불보살님

[스크랩] 불설대승장엄보왕경

慧蓮혜련 2013. 1. 20. 16:57

불설대승장엄보왕경

제 1권


           (1)법회가 열림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 때에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큰 비구 대중 일천이백오십명과 함께 계시었다.

이와 더불어 여러 보살마하살님들도 함께 계셨으니, 그 이름은 금강수보살마하살, 지견보살마하살, 금강군보살마하살, 비밀장보살마하살, 허공장보살마하살, 일장보살마하살, 무동보살마하살, 보수보살마하살, 보현보살마하살 증진상보살마하살, 제개장보살마하살, 대근용보살마하살, 약왕보살마하살, 관자재보살마하살, 집금강보살마하살, 해혜보살마하살, 지법보살마하살 등 팔십 구지나 되는 보살이 모두 다 와서 회에 모이었다.

 이 때에 다시 삼십이천의 모든 천자들이 다 와서 모였으니, 대자재천과 나라연천이 상수(上首)가 되고, 제석천왕과 사바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과 일천(日天)․월천(月天)․풍천(風天)․수천(水天) 등 이 같은 모든 하늘 대중들이 와서 모였다.

또 백천이나 되는 용왕이 있었으니, 이른바 아바발라라용왕, 열라발달리용왕, 저명의예용왕, 주지용왕, 백두용왕, 호로니나용왕, 득차계용왕 우두용왕, 녹두용왕, 난타용왕, 발난타용왕, 어자용왕, 무열뇌용왕, 사얼리나용왕등  이와 같은 여러 용왕들이 모두 와서 모였다.

 다시 또 백천의 언달바왕이 있었으니, 이른바 고음언달바왕, 묘성언달바왕 천비언달바왕, 천주언달바왕, 신환희언달바왕, 종종락음언달바왕, 장엄언달바왕, 현동자신언달바왕, 묘비언달바왕, 법락언달바왕등 이와 같은 모든 언달바왕이 모두 와서 모였다.

 다시 또 백 천의 긴나라왕이 있었으니, 이른바 묘구긴나라왕, 보관긴나라왕, 희이긴나라왕, 환희긴나라왕 윤장엄긴나라왕 주보긴나라왕 대복긴나라왕 견고정진긴나라왕 묘용긴나라왕, 백구긴나라왕, 대수긴나라왕등 이와 같은 모든 긴니라왕이 모두 와서 모였다.

 다시 또 백 천의 천녀가 있었으니, 이른바 최상천녀, 묘엄천녀, 금대천녀, 장엄천녀, 문지천녀, 감로월천녀, 청정신천녀, 보광천녀, 화신천녀, 천면천녀 구연오락음천녀, 쾌락천녀, 금만천녀, 청련화천녀, 선법음천녀, 묘락천녀, 낙생천녀, 묘엄상천녀, 엄지천녀, 보시천녀, 결기천녀등 이와 같은 여러 천녀들도 또한 와서 모임에 모였다.

 다시 또한 백 천의 여러 왕녀가 있었으니, 이른바 묘엄지용녀, 모자린나용녀, 삼계용녀, 화용용녀, 승길상용녀, 전안용녀, 전광용녀, 묘산용녀, 백권속용녀, 대약용녀, 월광용녀, 일수용녀, 백비용녀, 수지용녀, 무번뇌용녀, 선장엄용녀 백운용녀, 승차용녀, 미래용녀, 다권속용녀, 해복용녀, 개면용녀, 복좌용녀, 묘수용녀, 해심용녀, 묘고길상용녀등 이와 같은 여러 용녀도 또한 와서 모였다.

 다시 또 백 천의 언달바녀가 있었으니, 이른바 애면언달바녀, 애시언달바녀, 무견언달바녀, 묘상상언달바녀, 금강만언달바녀, 묘만언달바녀, 수림언달바녀, 백화언달바녀, 화부언달바녀, 보만언달바녀, 묘복언달바녀, 길상왕언달바녀, 고음언달바녀, 묘장엄언달바녀, 풍례언달바녀, 법애언달바녀, 법시언달바녀, 청련화언달바녀, 백수언달바녀, 연화길상언달바녀, 대련화언달바녀, 체청정언달바녀, 자재행언달바녀, 시지언달바녀, 시과언달바녀, 사자보언달바녀 거모나화언달바녀, 묘의언달바녀, 혜시언달바녀, 천어언달바녀, 애인욕언달바녀, 낙진적언달바녀, 보아언달바녀, 제석락언달바녀, 세주권속언달바녀, 녹왕언달바녀, 변화길상언달바녀, 염봉언달바녀, 탐해탈언달바녀, 진해탈언달바녀 치해탈언달바녀, 선지식권속언달바녀, 보좌언달바녀, 왕래언달바녀, 화광언달바녀, 월광언달바녀, 변조안언달바녀, 금요언달바녀, 악선지식언달바녀이다. 이와 같은 등의 언달바녀도 또한 와서 회에 모였다.

 다시 또 백 천의 긴나라녀가 있었으니, 소위 일의긴나라녀, 심의긴나라녀, 풍행긴나라녀, 수행긴나라녀, 승공긴나라녀, 신질긴나라녀, 재시긴나라녀, 묘아긴나라녀, 무동길상긴나라녀, 염계긴나라녀, 치성광변긴나라녀, 묘길상긴나라녀, 보협긴나라녀, 관재긴나라녀, 단엄긴나라녀, 금강면긴나라녀, 금색긴나라녀, 수묘장엄긴나라녀, 광액긴나라녀, 위요석지식긴나라녀, 주세긴나라녀, 허공호긴나라녀, 장엄왕긴나라녀, 주계긴나라녀, 총지주긴나라녀, 명인위요긴나라녀, 백명긴나라녀, 시수긴나라녀, 호지불법긴나라녀, 법계호긴나라녀, 상장엄긴나라녀, 찰나상긴나라녀, 구법상지긴나라녀, 시상견긴나라녀, 무외긴나라녀, 취해탈긴나라녀, 상비밀긴나라녀, 사총지긴나라녀, 검광염긴나라녀, 지행긴나라녀, 호천주긴나라녀, 묘천주긴나라녀, 보와긴나라녀, 인욕부긴나라녀 행시긴나라녀, 다주처긴나라녀, 지전기긴나라녀, 묘엄긴나라녀, 묘의긴나라녀등 이와 같은 여러 긴나라녀도 또한 와서 모였다.

 다시 또한 백 천의 우바새와 우바이도 또한 와서 모였으며, 그리고 나머지 셀 수 없이 많은 재가자와 출가자들과 백 천이나 되는 다른 견해를 가진 외도인 니건타(尼乾他) 등도 또한 모든 대중들이 모인 가운데 와서 이었다.


  (2)성관자재보살이 지옥 중생을 구제하시는 모습


이때 대아비지옥에서 커다란 광명이 나와 그 빛이 기타림원(祇陀林園)에 두루 비추니, 그 동산이 모두 다 변해서 청청하게 되었다.

하늘세계의 마니 보배로 장엄한 기둥이 나타나니 미묘하여 원만하였고, 대누각이 나타나니 금으로써 장식되어 나타났다.

다시 또한 여러 방을 나타내되, 황금방에는 백은으로 문을 만들어 나타내었고, 백은방에는 황금으로 문을 만들어 나타내었으며, 금과 은이 섞어 만든 방은 금과 은을 섞어 그 문을 만들어 나타내었으며, 금과 은을 섞어 만든 장엄된 전에는 금과 은을 섞어 장엄하여 그 기둥을 만들어 나타내었고, 황금전에는 백은으로써 기둥을 만들어 나타내었고, 백은전에는 황금으로써 기둥을 만들어 나타내었으며, 혹은 백은전에는 하늘의 여러 가지 묘한 보배로써 그 기둥을 장엄하게 하고 기타림의 나무 위에 여러 가지 천상의 묘한 보배로써 장엄하게 장식하여 나타내었다.

다시 또 황금겁수(黃金劫樹)나무가 나타나니, 나뭇잎은 백은으로 되어 있으며, 그 나무 위에는 온갖 장엄을 하였는데, 백 가지의 가장 기묘한 의복과 비단 등을 매달아 놓았고, 또 백천이나 되는 진주영락과 보배그물을 그 위에다 펼쳐 놓았다.

다시 백 천이나 되는 가장 기묘한 보관(寶冠)과 귀걸이와 비단 띠와 영롱한 여러 가지 보배들로 장엄하게 꾸몄고, 또 매우 기묘한 여러 가지 꽃과 매우 기묘한 와구와 미묘한 보배상자로 장식하였다. 이와 같이 가지가지로 장엄한 겁수가 출현하였으니, 그 수는 백천가지나 되었다.

 그 기타림의 뭇 동산의 문루는 금강의 미묘한 보배로써 계단을 만들었고, 그 누각 위에 무수히 많은 기묘한 비단채색과 진주의 영락이 있어, 이와 같이 장엄되었다.

다시 또 백천의 가장 좋고 미묘한 보배연못이 있으니 팔공덕수(八功德水)가 그 중에 가득 차 있는데, 가장 좋고 미묘하고 원만하게 활짝 핀 여러 가지 꽃이 있으니 이른바 우발라화, 구모나화, 분나리가화, 만나라화, 마하만나라화, 우담발라화 등이 연못 안에 가득 하였다.

다시 또한 여러 가지 가장 좋고 미묘한 꽃나무가 있으니, 이른바 첨파가화수, 가라미라화수, 파타라화수, 묘해탈화수, 향우화수, 묘의화수 등, 이과 같이 마음을 즐겁게 하는 꽃나무들이 있었다.

기수원에 이와 같이 희유하고 정묘하게 장엄한 모습이 나타나니, 이때 회중에서 제개장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여 공경히 존안을 우러러 보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마음 속에 의심나는 것이 있어 여래께 여쭙고자 합니다. 오직 원하오니 세존께서는 저의 질문을 들어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지금 이곳에 있는 대광명은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떤 인연으로 이와 같이 희유하고 기이한 모습이 나타났습니까?”

이때 세존께서 제개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희들은 잘 들어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이 대광명은 곧 성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아비지옥 가운데 들어가, 큰 고통을 받는 모든 유정들을 다 구제하기 위해서이며, 저들의 고통을 구제하여 주고 나서는 다시 대성에 들어가 모든 아귀들의 고통을 구제하여 주기 때문이다.”

  이때 제개장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대아비지옥은 철로 둘러싸여 있는 성으로 땅은 쇠로 덮었으며,  땅도 또한 쇠입니다. 그 성의 네 둘레가 끊어짐이 없으며, 맹열한 불과 연기와 불꽃이 항상 치열하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악취지옥 중에는 커다란 가마솥이 있어 물이 끓어오르며, 백천구지나유타나 되는 유정들이 모두 다 끓는 가마솥 속에 던져지니, 비유하면 마치 물 끓이는 솥에 온갖 콩을 넣고 삶는 것과 같아, 세차게 끓어오를 때 혹은 위로 혹은 아래로 오르내리며, 끊임없이 그들을 삶아 흐물어  문들어 뜨립니다. 아비지옥에 있는 유정들이 이와 같이 괴로움을 받고 있을 때, 부처님이시여! 성관자재보살마하살은 어떤 방편으로서 그 가운데 들어가나이까?"

세존께서 다시 제개장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전륜성왕이 천마니보 동산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라. 이와 같이 선남자야! 성관자재보살마하살은 대아비지옥으로 들어 갈 때에는 그 몸에 어떠한 장애도 있을 수 없으니, 아비지옥의 모든 고문하는 기구들은 보살의 몸을 핍박하지 못하며, 대지옥의 맹렬한 불은 모두 없어져 청정한 땅을 이루게 되느니라."

 이때 옥중의 염마옥졸은 마음에 놀라고 의심하여 미증유한 일을 괴이하게 여기고, ‘무슨 까닭으로 이곳이 홀연히 변하여 이와 같은 비상한 모습이 되었는가?’라고 생각하니, 이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지옥 가운데 들어가니 저 끓는 가마솥은 부서지고 맹열한 불이 모두 사라지며, 그 큰 불구덩이는 보배연못으로 변하였는데 그 못 가운데 연꽃의 크기가 수레바퀴만 하였다.

이때에 염마옥졸이 이일을 보고 여러 가지 벌을 다스리는 무기와 태장과 활과 칼과 망치와 몽둥이와 활과 화살과  쇠바퀴와 삼고차등을 가지고 염천자에게로 나아가서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확실히 아실 수 있습니까? 어쩐 일로 저의 이 업보의 땅이 다 없어져 버렸습니까?’

그러자 염마천자가 말하였다.

  ‘왜 너의 업보의 땅이 모두 다 없어져 버렸다고 하느냐?’

다시 옥졸이 염마천자에게 말했다.

 "저 대아비지옥이 청량하게 변해 버렸습니다.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날 때 용모가 단정하고 엄숙한 사람이 있었는데, 머리와 상투 위에는 천상의 신묘한 보관(寶冠)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몸을 그렇게 장엄하고 지옥에 들어와서, 끓는 가마솥을 파괴하니 불구덩이는 연못으로 변하였고, 연못 속의 연꽃의 크기는 수레바퀴 만하였습니다."

 이 때, 염마천자가 곰곰이 생각하기를,

 '이 어떤 천인의 위력이 이러할까? 대자재천인가, 나라연천들인가? 저 지옥에 이르러 이와 같이 모습을 바꾸어 나타내는 것은 불가사의하다. 이것이 머리가 열 개나 된다는 굉장히 힘이 센 악귀의 위신력의 변화인가?'

 그 때, 염마천자가 천안통으로써 천상세계를 관하여, 여러 천상세계를 관찰하고 나서, 그리고 다시 아비지옥을 관찰하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보았다. 이와 같이 보고 나서, 급히 서둘러 관자재보살마하살이 계신 곳으로 가서는 관자재보살의 발밑에 얼굴을 조아려 예배하고, 성실한 말을 내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연화왕(蓮華王)께 목숨 바쳐 귀의합니다.

대비하신 관자재시여,

대자재하신 길상(吉祥)이시니   

유정의 원(願) 능히 들어주시고

큰 위신력 갖추시어

극악하고 포악한 무리 항복시켜

어두운 곳에 밝은 등불 되시니

보는 이 모두 두려움 없어지리.

백 천의 팔 나타내 보이시고

그 눈 또한 다시 그러하오며

십일면을 구족하셨으니

지혜는 마치 큰 바다와 같으심이라

미묘한 법을 사랑하여 즐기시니

모든 유정,

거북 물고기 등 물짐승까지

구제하기 위함이시라.

가장 뛰어난 지혜는 산과 같으시고

보배를 베풀어 뭇생명을 건지시네

가장 높은 대길상이시여,

복과 지혜 갖추어 장엄하시고

아비지옥 들어가시어

청량한 땅으로 변화시키

모든 하늘 다 공양 올리고

두려움 없게 만들어주는 이께 정례하네


육바라밀을 설하시고

항상 법등불을 피우시니

법안(法眼)은 밝기가 태양보다 더하네.

단엄하고 묘하신 모습이여

몸의 모양 금산 같고

묘한 배는 깊기가 법해 같으며

진여의 뜻에 상응하오며

오묘한 덕(德)은 말씀 중에 나타나네

삼마지(三摩地)를 쌓으심이

무수백천만이라

무량한 쾌락 있어

단엄한 최상의 선인이시니

악도(惡道) 중에서 두려워하는

칼과 쇠사슬로부터 벗어나게 하시고

일체의 두려움 없음을 베푸시네

권속의 무리들이 위요하여

원하는 것은 모두 뜻과 같이 이루어지니라.

마치 마니보를 얻음과 같음이요

아귀의 성을 파괴하고

적정도(寂靜道)를 열어

세간의 병을 구제하여 건지시는 것은

마치 깃발을 덮는 것과 같습니다.

난타와 발난타의

두 용왕이 항상 받들어 모시며

손에는 불공색(不空索)을 쥐고

한량없는 위엄과 덕(德)을 나타내시어

삼계(三界)의 두려움을 능히 부수어 버리니

금강수와 야차와 나찰과 및 보다와

미다와 나지이와 및 공반나와 더불어

아발사마라가는

모두 다 두려워 하나이다.

우발라화의 눈을 가지신

명주(明主)께서는 두려움 없음을 베푸시어

일체의 번뇌로부터

모두 해탈케 하시고

수없이 많은 삼마지에 드시어

일체의 악도 중에

여러 가지 경계(境界)를 열어 보이시어

모두 해탈을 얻고

보리도를 성취케 하시옵니다.”

 이 때, 염마천자는 여러 가지로 관자재보살마하살을 찬탄하며 공양을 올리고 나서, 예법에 맞추어 관자재보살의 주위를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3)관자재보살이 아귀들을 제도하는 모습


그 때, 제개장보살이 또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이 고통 받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나서 이곳 모임에 되돌아오시나이까?”

 부처님께서 제개장보살에게 이르셨다.

“선남자야, 관자재보살은 대아비지옥에서 나오고 나면 다시 아귀대성에 들어가느니라. 안에는 수많은 백천의 아귀가 있으니, 입에서 불길이 나와 얼굴을 태우고 형체가 말라 파리하며 머리는 쑥대처럼 산발하고 몸의 털은 모두 억세고 배의 크기가 산과 같고 그 목은 바늘과 같다.

 이 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아귀대성에 이르자, 그 성은 치열하게 타오르던 업화가 모두 다 꺼져 맑고 시원하게 되었다. 이때 문 지키는 귀장(鬼將)이 있어, 뜨거운 쇠몽둥이를 들고 추한 모습에 커다란 몸집을 하였으며 두 눈은 깊고 붉었는데, 자비스런 마음을 일으켜, 나는 이제 이 같은 악업의 땅을 수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때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비심을 일으키니, 열 손가락 끝에서 각각 강줄기가 솟아나고 또 발가락에서도 각기 강줄기가 솟아나며, 낱낱의 털구멍에서는 모든 큰 강이 솟아나 이 모든 아귀들이 그 물 속에서 물을 마실 수 있었으며, 이 물을 마실 때 목구멍이 넓어지고 커져서 몸의 형상이 원만해지고, 다시 온갖 맛있는 음식을 얻어 모두 다 배불리 만족하게 먹었느니라. 이 모든 아귀들은 이미 이러한 이익과 안락을 얻어, 각각 마음속으로 자세히 살피며 이렇게 생각하였다.

 〈남섬부주에 사는 사람들은 무슨 연유로 항상 청량하고, 안은(安隱)한 쾌락을 즐기고, 그 중에는 항상 부모님을 잘 공경하고 효도·봉양하는 사람이 있으며, 혹은 선지식에게 물질과 은혜를 베풀고 잘 받들어 섬기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총기가 있고 지혜가 밝으며 사리에 통하여 항상 대승의 가르침을 즐기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여덟 가지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잘 행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법의 북을 잘 울리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파괴된 사원을 잘 고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오래된 불탑을 잘 수리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파손된 탑의 상륜(相輪)을 잘 수리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법사를 잘 공양하고 존중하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여래께서 경행(經行)하시던 장소를 잘 돌보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보살께서 경행하시던 장소를 잘 돌보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벽지불께서 경행하시던 장소를 잘 돌보는 사람도 있으며, 혹은 아라한께서 경행하시던 장소를 잘 돌보는 사람도 있는가?〉

 남섬부주에는 이와 같이 수행을 하는 일들이 있느니라.

이때에『대승장엄보왕경』으로부터 저절로 미묘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 모든 아귀들은 그 소리를 듣고서 집착한 바의 신견(身見)과 번뇌들이 산봉우리 같았지만, 금강지(金剛智)의 항마저(降魔杵)로 남김없이 파괴하고, 문득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모두 보살이 되고 이름을 수의구(隨意口)라 하였다.


      (4)관자재보살의 위신력을 설하심


이 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이러한 고통을 구제하고 나서, 또 다른 곳의 여러 세계로 가서 유정들을 구제하여 피안에 이르게 하였다.

 이 때, 제개장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이곳에도 오셔서 유정들을 구제하시어 피안에 이르게 하시겠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 관자재보살은 수없이 많은 백천 구지 나유타의 중생들을 구제하여 피안에 이르게 하는데 항상 쉴 틈이 없고, 대위력을 갖춤이 여래보다 훌륭하느니라."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어찌하여 이와 같은 대위신력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선남자에게 이르셨다.

"과거겁에 부처님이 계시어 세상에 나오시니, 미발시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했다. 나는 그 때 한 장자의 아들이었는데, 이름을 묘향구(妙香口)라 하였으며, 그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서 이 관자재보살의 위신공덕에 대해 들었느니라."

 그 때, 제개장보살이 여쭈었다.

"세존께서 들으셨다는 관자재보살마하살의 위신공덕은 그 내용이 어떠합니까?"

 세존께서 이르셨다.

"관자재보살은 그 눈에서 해와 달을 내고, 이마에서 대자재천을 내고, 어깨에서 범왕천을 내고, 심장에서 나라연천을 내고, 치아에서 대변재천을 내고, 입에서 풍천(風天)을 내고, 배꼽에서 지천(地天)을 내고, 배에서 수천(水天)을 낸다. 관자재보살의 몸은 이와 같이 여러 천신들을 내느니라.

 그 때에 관자재보살이 대자재천자에게 말했다.

‘미래의 말법시대에 유정세계의 중생들이 사견에 집착하여, 그대가 무시이래로부터 대주재자(大主宰者)가 되어 능히 일체의 유정들을 만들어 낸다고 말할 것이다. 그 때에 중생들은 보리도를 잃고 어리석고 미혹하여, 이와 같이 말할 것이니라.


이 허공과 같이 큰 몸은

대지(大地)를 자리로 삼고,

경계(境界;인식 대상)와 유정은

모두 대자재천자의 몸으로부터 나온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내가 미발시여래가 계신 곳에서 이것을 듣고 난 후, 다시 어떤 부처님께서 출현하셨으니 그 명호를 시기여래(式棄如來)·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했다. 나는 이 때 용시보살마하살이 되어 그 부처님의 처소에서 관자재보살마하살의 위신공덕에 대해 들었노라."

 제개장보살이 여쭈었다.

"세존께서 들으신 관자재보살마하살의 위신공덕은 그 내용이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그 때, 시기여래의 회중에는 일체의 천·용·야차·아소라·가로나·마호라아·인간 및 비인(非人)들이 모두 와서 모였느니라. 그 때 저 세존께서 이 무리 중에서 법을 설하시려고 하였을 때, 입에서 여러 가지 색깔의 광명을 내었으니, 이를테면 푸른색의 푸른 광명·누런 색의 누런 광명·붉은 색의 붉은 광명·흰색의 흰 광명·선명하게 붉은 색은 선명하게 붉은 광명·파지가색은 파지가색의 광명·금색은 황금색의 광명이었다. 그 광명들이 두루 시방의 모든 세계를 비추고, 그 광명들이 되돌아 와서, 부처님의 주위를 세 번 돌고서는 도로 입으로 들어갔느니라.

 그 때 그 모임에 보수보살마하살이 있었는데, 자리로부터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공경하며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因)과 연(緣)으로 이러한 상서로운 광경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선남자에게 이르셨다.

‘극락세계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있는데, 이곳에 오려고 하는 까닭에 이러한 상서로움이 보이느니라. 저 관자재보살이 이곳에 올 때, 여러 가지의 겁수(樹)·화수(樹)·구모나화수·첨파가화수(樹)를 나타내고, 다시 여러 가지 꽃들과 보배로 이루어진 연못과 나무를 나타내며, 여러 가지 미묘한 꽃비를 내리고, 또 여러 가지 보배의 비를 내리니 곧 마니·진주·유리·나패(螺貝)·벽옥·산호 등의 보물이 내리고, 또한 하늘 옷을 마치 구름과 같이 내리느니라.

 그 때, 기수급고독원에 일곱 가지 보배가 나타났으니, 이른바 금륜보·상보·마보·주보·여보·주장보·주병보이다. 이러한 칠보가 나타날 때 그 땅은 모두 금빛으로 변하였다. 이때가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저 극락세계를 나오시는 때이니,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느니라.’

 그 때, 보수(寶手)보살마하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어떤 인연으로 이러한 상서로움이 나타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이것은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이곳에 오려고 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서로움이 나타나느니라.’

 이 때에 또한 마음에 드는 묘한 꽃과 묘한 연꽃의 비가 내렸다. 그러자 관자재보살이 손에 금빛 광명의  잎이 천 개나 되는 연꽃을  손에 잡고,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며, 잡고 있던 연꽃을 세존께 바치고 나서 ‘이 꽃은 무량수불께서 저로 하여금 가지고 오게 하였습니다’라고 하니, 세존께서는 이 연꽃을 받아서 왼쪽에 두시었다.

 부처님께서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이르셨다.

 ‘그대가 지금 이러한 위신력과 공덕의 장엄을 나타내는 것은 무슨 뜻이오?’

 관자재보살이 말했다.

 ‘제가 모든 악취 중생들을 구제하여 피안으로 인도코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모든 아귀·아비지옥·흑승지옥·등활지옥·소연지옥·당외지옥·확탕지옥·한빙지옥 등, 이와 같은 대지옥에 있는 모든 중생들을 제가 다 구제하여 온갖 악취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도록 할 것입니다."

 관자재보살은 이와 같이 말씀드리고 나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는데, 마치 화염(火焰)이 허공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았느니라.

 그 때, 보수보살이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지금 의문이 있어서 묻고자 하오니, 원하옵건대 여래께서는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관자재보살은 어떠한 복덕이 있어 능히 이러한 신력을 나타냅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항하강의 모래 수와 같이 많은 여래응정등각(如來應正等覺)에게 하늘세계의 신비로운 의복과 가사, 음식과 탕약, 그리고 좌와구(坐臥具) 등으로써 이와 같은 모든 부처님에게 공양하여 얻은 복덕이 관자재보살의 한 털끝만한 복과 그 양에 있어서는 다름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사대주에 일년 열 두 달 동안 밤낮으로 쉬지 않고 큰비가 내리더라도,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빗방울의 수를 헤아릴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큰 바다의 깊고 넓음이 팔만사천 유선나(踰繕那)가 된다하더라도, 이와 같은 사대해의 물은 내가 능히 그 한 방울 한 방울의 수를 헤아릴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사대주에 있는 네발 가진 유정(有情), 사자·코끼리·말·호랑이·늑대·곰·사슴·소·양 등, 이와 같은 모든 네발 가진 종류들은 내가 능히 각각의 몸에 있는 털의 수를 헤아릴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어떤 사람이 하늘의 금과 보배로써 미세한 먼지 숫자만큼이나 많게 여래의 형상을 만들고, 하루에 여러 가지의 공양을 성취하여 얻는 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헤아릴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모든 숲에서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나뭇잎의 수를 헤아릴 수가 있지마는,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말할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사대주에 있는 남자와 여인, 동남(童男)과 동녀(童女), 이와 같은  사람들이 모두 예류과·일래과·불환과·아라한과·연각·보리를 성취하더라도, 이와 같이 하여 얻게 되는 복덕은 관자재보살의 한 털끝의 복덕과 그 양에 있어 다름이 없느니라.’


          (5)관자재보살님의 복덕을 설하심


이 때, 보수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저는 옛적부터 모든 부처님 중에 이러한 복덕을 지니신 분이 있다는 것을 일찌기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관자재보살은 보살위(菩薩位)에 있으면서 어떻게 이와 같은 복덕을 지니고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홀로 이 세계에 오직 나 한 몸만이 아니라, 내지 타방에 계시는 무수한 여래응정등각(如來應正等覺)이 모두 한 곳에 함께 모이더라도, 또한 관자재보살이 지니고 있는 복덕의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 세계에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명호를 억념(憶念)한다면, 그 사람은 내세에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윤회의 고통을 멀리 떠나서, 마치 거위 왕이 바람을 따라 가는 것처럼 속히 극락세계에 왕생하여서 무량수여래를 만나 뵙고 미묘한 법을 듣게 되느니라. 이와 같은 사람은 영원히 윤회의 고통을 받지 않고, 탐·진·치가 없으며, 늙고 병들어 죽는 것도 없으며, 굶주림의 고통도 없으며, 태로 태어나는 고통을 받지 않으며, 법의 위력을 받아 연화세계에 화생(化生)하여, 항상 저 국토에 머물면서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뵈옵고 일체 유정을 구제하여 건지며, 모두 해탈을 얻어서 견고한 원이 원만하게 되느니라’


      (6)관자재보살이 제도하는 모습을 설함


이 때, 보수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이 관자재보살이 어느 때에 모든 유정들을 구도하여, 모두가 해탈을 얻어 견고한 서원이 원만하게 성취되겠습니까?’

 세존께서 이르셨다.

 ‘유정은 수없이 많고, 항상 생사의 윤회를 받으니 잠시도 쉼이 없느니라.

이 관자재보살이 이같은 유정들을 구제하여 보리도를 증득하게 하고자 하여 유정의 무리를 따라 몸을 나타내어 설법하나니, 부처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부처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고, 보살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보살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며, 연각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연각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고, 성문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성문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느니라.

대자재천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대자재천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고, 나라연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나라연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고, 범왕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범왕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고, 제석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제석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준다.

또한, 일천자(日天子)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일천자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고, 월천자(月天子)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월천자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며, 화천(火天)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화천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고, 수천(水天)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수천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며, 풍천(風天)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풍천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준다.

  용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용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며, 반나야가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반나야가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며, 야차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야차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고, 다문천왕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다문천왕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며, 인왕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인왕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고, 재관(宰官)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재관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고, 부모의 몸으로 제도하기에 마땅한 사람이면 곧 부모의 몸으로 나타나서 설법해주느니라.

  선남자야, 관자재보살을 유정들 중에서 제도할 수 있는 이들을 따라 이와 같이 현신(現身)하여 법을 말해주어서 모든 유정을 구제하여 모두 여래의 열반 경지를 증득하게 하느니라.’


                 (7)경을 읽는 공덕


이 때, 보수보살이 세존께 사뢰었다.

‘저는 아직 일찌기 이와 같이 불가사의하고 희유한 일을 보거나 듣지 못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는 이와 같은 불가사의함이 있으니, 실로 아직 일찍이 없었던 일이옵니다.’

 부처님께서 선남자에게 이르셨다.

‘선남자야! 이 남섬부주를 금강굴로 삼고, 저 무수백천만구지나유타의 아수라가 있어 그 가운데 살고 있으니, 선남자야!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아수라의 몸을 나타나서 이 아수라를 위하여 이「대승장엄보왕경」을 설하시니, 아수라들이 이 경을 듣고 모두 다 자비롭고 착한 마음을 발하여 그리하여 손바닥으로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발을 받들었으며, 이 정법을 듣고 다 모두 안락함을 얻었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은 대승장엄보왕경을 듣고 그리하여 능히 독송하면, 이 사람은 비록 오무간업이 있다고 하여도 모두 다 소멸하여 없어짐을 얻을 것이며, 목숨이 다할 때에 이르러서 12여래가 있어 이를 와서 맞이하고, 이 사람에게 고하여 말씀하기를,

‘선남자야 마땅히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미 이 『대승장엄보왕경』을 들었으니, 이 극락세계에 왕생하여 여러 가지 길을 보여 미묘한 덮개와 천관과 귀걸이와 가장 기묘한 의복 등 이와 같은 모습이 나타날 것이며, 목숨이 다하면 반드시 극락세계에 왕생할 것이니라.’라고 할 것이니라.

보수보살이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가장 수승하여 비할 데가 없어 아수라의 몸을 나투어서, 저 아수라로 하여금 마땅히 열반의 경계를 얻게 할 것이니라.’

 그러자 보수보살은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어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나서 물러갔다.

     불설대승장엄보왕경 제2권


    (1)관자재보살이 금지(金地)의 중생을 제도함


"이 시기불 다음에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명호를 미사부여래(尾舍浮如來)·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고 하였느니라.

제개장보살이여, 나는 그 때 인욕선인이 되어 깊은 산 속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곳은 척박하고 가파른 곳이어서 사람들이 오랫동안 거기에 머무를 수가 없었느니라.

이때에 나는 그 여래가 계신 곳에서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의 위신력과 공덕에 대해 들었느니라.

이 관자재보살은 금지(金地)에 들어가 몸을 나타내어 그 얼굴을 가리고 있는 유정들을 위하여 미묘법을 설하고, 팔성도를 가르쳐서, 모두가 열반의 경지를 얻게 하였느니라.

이 금지(金地)로부터 나와서는 또 은지(銀地)에 들어갔는데, 그곳의 유정들은 모두 네 발로써 그 안에서 살고 있었느니라.

 관자재보살마하살이 그 유정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설법하기를,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은 정법을 자세히 들어서, 모름지기 발심하여 자세하게 잘 살펴 생각할지니라. 내 이제 너희들에게 열반의 자량(資糧)을 가르쳐 주겠노라.’

 이 유정(有情)들은 관자재보살의 앞에 서서, 관자재보살에게 말했다.

‘안목이 없는 유정들을 구제하여 지혜를 열어서, 그 길을 보게 하시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에게는 부모가 되어 주셔서 의지하게 하시고, 캄캄하게 어두운 길에는 밝은 횃불을 밝혀 해탈로 가는 바른 길을 열어 보여 주소서.

유정들이 만일 보살님의 명호를 생각하면, 곧 안락을 얻게 하옵소서. 우리들은 항상 이와 같은 고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때에 이 유정들은『대승장엄보왕경』을 듣고 나서 모두가 안락함을 얻고 불퇴지를 얻었느니라.


      (2)관자재보살이 대력 아수라왕을 제도함


 그리하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은지로부터 나와서 또다시 철지(鐵地)로 들어갔는데, 이곳에는 대력아수라왕이 머물고 있었으며, 보살이 이곳에 갈 때는 부처와 같이 몸을 나타내었으니, 대력아수라왕이 먼 곳으로부터 와서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을 영접하였느니라.

아수라왕의 궁중 안에는 수없이 많은 권속이 있었으니, 그 중에 대부분이 곱추와 난장이였는데, 이와 같은 권속들이 모두 와서 몸소 뵙고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발에 예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내 금생에 묘과를 얻어

소원이 모두 원만하게 성취되었네.

바라는 바 뜻대로 이루어짐은

내가 정견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로다.

이미 보살님을 뵈옵고

나와 모든 권속들은 모두 안락을 얻었습니다.


 이에 관자재보살에게 보좌(寶座)를 헌공하고 공경하게 합장하며 말했다.

‘우리 권속들은 예로부터 사음을 즐기고, 항상 성내는 마음을 품었으며, 생명 죽이기를 좋아하였습니다. 이러한 죄업을 지어 저의 마음은 근심스러웠으며, 늙어 죽는 윤회가 두렵고, 여러 가지 고뇌를 받으나, 기댈 곳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습니다. 불쌍히 여기시고 구제하시어 속박을 푸는 길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관자재보살이 부처님 공양의 복덕을 설함

관자재보살이 말했다.

‘선남자여, 여래응정등각께서는 항상 걸식을 하시는데, 만일 음식을 보시하면 그 얻게 되는 복덕이란 이루 다 말할 수 없노라.

선남자여, 오직 내 한 몸뿐만이 아니라 아수라굴에서도 다 설할 수 없을 것이며, 내지 12항하수의 모래 수와 같은 여래응정등각이 한곳에 모여서도 역시 이와 같은 복덕의 수량을 다 말하지 못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티끌은 있는 대로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여래께 음식을 보시하여 얻게 되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큰 바다의 물은 내가 그 하나 하나의 물방울 수를 다 셀 수가 있지만, 선남자여, 여래께 음식을 보시하여 얻게 되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사대주(四大洲)에 있는 남자와 여자, 동남과 동녀들이 모두 다 사대주에 가득 차게 밭에 종자를 심되, 다른 것은 심지 않고 오직 겨자씨만을 심어서, 용이 때를 맞추어 비를 내려 겨자가 성숙하여, 한 주(洲)안을 그 마당으로 삼아 두들겨 털어서 함께 큰 무더기를 이루었더라도, 선남자여, 이와 같은 것은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낱알의 수를 다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여래에게 음식을 보시하여 얻게 되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묘고산왕(妙高山王)의 물 속 깊이가 8만 4천 유선나이고 물 위 높이가 8만 4천 유선나인데, 이 같은 산왕을 종이 무더기로 하고, 또 큰 바다의 물을 묘고산 속에 가득 채워서 모두 먹물로 하여, 4대주의 모든 남자와 여자 와 동자와 동녀가 모두 글씨를 쓰되, 묘고산의 양만큼 쌓인 종이 무더기를 남김없이 다 써버린다고 하면, 이와 같은 낱낱의 글자 수를 나는 능히 셀 수 있지만, 여래께 음식을 베풀어 얻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와 같이 글을 쓴 사람들이 모두 십지(十地)의 보살위(菩薩位)를 얻더라도, 이러한 보살들이 지닌 복덕은 여래에게 한번 음식을 보시한 것과 그 양에 있어 다름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한 항하강의 모래 수만큼 많은 바다에 있는 모래의 수는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모래 수를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여래에게 음식을 보시하여 얻게 되는 복덕은 내가 그 수량을 다 헤아릴 수가 없느니라.’


         보시를 잘못한 아수라왕의 참회

이 때에 대력아수라왕은 이러한 말씀을 듣고 슬피 울어 흐르는 눈물이 얼굴에 가득 하였느니라. 마음으로 원통하여 번민하고, 목이 메여 탄식하며,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사뢰었다.

"제가 옛적에 보시를 행하였으나, 보시한 곳이 더럽고 나빠서 법(法)에 맞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보시로 말미암아 지금 저와 저의 모든 권속들은 도리어 속박을 받아 악취에서 이러한 업보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조금의 음식으로라도 여래에게 받들어 보시하여 감로로 변하게 하겠습니까? 제가 옛적부터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외도 바라문의 법을 익히고 행하였습니다. 그 옛적에 키가 작고 얼굴이 못 생긴 한 사람이 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쓸 것을 구걸하였습니다. 저는 당연히 여러 가지 보관과 금은 귀걸이, 좋은 의복, 보배로 만든 장엄구와 물그릇 등을 갖추고, 또한 백 천의 코끼리와 말과 보배 수레를 진주로 된 영락과 보배 그물로 장엄하고, 여러 가지의 오묘한 장식용 끈을 달아 그것을 장식하였으며, 온갖 보배 일산과 보배 그물과 비단으로 그 위를 둘러치고, 온갖 보배 방울을 매달아 댕그랑 댕그랑 소리가 울리게 하였으며, 또한 천 마리의 황소가 있었는데 털빛이 아름다웠는데 백은(白銀)으로 발굽을 장엄하고 황금으로 뿔을 장식하고 또 진주와 여러 보배로써 장엄하게 꾸며서 보시하였습니다.

 또한 일 천명의 동녀(童女)가 있었는데, 모습이 매우 아름답고 용모가 단정 엄숙하며, 모양이 천녀(天女)와 같이 머리에 천관(天冠)으로 장식하고, 금과 보배로 된 귀걸이, 여러 가지의 묘한 의복, 여러 가지가 섞인 보배 허리띠와 반지, 보배 팔가락지, 영락, 영롱하고도 미묘한 꽃다발과 같은 이러한 여러 가지로써 그 몸을 장엄하게 장식하였습니다. 또한 무수한 백 천의 여러 가지 보석들로 된 좌석이 있고, 또 금은과 여러 가지 보배를 무수하게 쌓아 두고, 또한 소 떼의 수가 백 천만이고 소치는 사람들이 무수하게 있었습니다. 또 천상의 음식처럼 맛과 향기가 좋은 음식이 있고, 또한 무수한 보배 방울(寶鈴), 무수한 금은의 사자좌, 무수한 자루가 금으로 된 오묘한 불자(拂子)와 무수한 칠보로 장엄한 일산과 번개가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온갖 것을 전부 갖추어 크게 보시를 하였을 때, 백천(百千)의 소왕(小王)이 모두 와서 모였고 백천의 바라문도 모두 와서 모였으며, 무수한 백천만의 찰제리들도 와서 모였는데, 이때 제가 보고 나자 마음에 의심스럽고 괴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오직 저만이 가장 존귀하여 큰 세력을 갖추고 대지를 거느렸고, 저는 바라문법에 의지하여 오로지 속세의 악업을 참회하였으므로, 모든 찰제리 등과 모든 처자권속을 죽여 그 심장과 간을 도려내어 하늘에 제사지냄으로써 그 죄가 없어지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저는 백천만의 찰제리와 소왕을 칼과 족쇄를 채워 동굴에 감금하였고, 무수한 백천의 변방 사람들도 모두 다 이 굴 속에 감금하였으며, 쇠말뚝을 박아 철사로 모든 찰제리의 손과 발을 묶어 매었습니다.

그리고는 굴에 문을 만들어 세웠는데, 지상목으로 첫째 중문(重門)을 만들고, 거이라목으로 둘째 중문을 만들고, 다시 철로써 셋째 중문을 만들고, 정련한 동으로 네째 중문을 만들고, 정련하지 않은 동으로 다섯째 중문을 만들고, 백은으로 여섯째 중문을 만들고, 황금으로 일곱째 중문을 만들었습니다.

이 같은 일곱개의 중문 위에 각각 5백 개의 자물쇠를 달아 굳고 단단하게 하였으며, 그 하나하나의 문 위에 각각 산 하나씩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하루는 나라연천이 몸을 변하여 파리가 되어 와서 살펴보고, 또 하루는 벌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또 하루는 돼지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또 하루는 비인(非人)의 모습으로 나타나, 이와 같이 하루하루 몸을 모습을 다르게 바꾸어 자세히  엿보려 하였습니다.

저는 그 때 마음 속으로 이 바라문법을 지으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라연천이 이 법 짓는 것을 보고는 동굴에 와서 파괴하려고 하여서, 문 위에 있는 일곱 개의 산을 제거하여 하나하나 다른 곳으로 던져버리고는 큰 소리로 감금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무승천자(無勝天子) 등 너희들이 몸으로 큰 고통을 받는구나, 너희들 목숨이 붙어 있느냐, 아니면 이미 죽었느냐?〉

이 모든 천인들이 그 소리를 듣고, 소리에 따라 응답하기를,

〈우리는 목숨이 아직 붙어 있습니다. 나라연천존이시여, 대력으로 정진하시어 우리를 고난으로부터 구하여 주십시오〉라고 하자, 그 천(天)이 곧 동굴의 일곱 개의 중문을 깨뜨려 무너뜨렸습니다.

굴 안에 있던 모든 소왕이 묶여 있던 고난에서 벗어나 나라연천을 보고, 이때 각각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를,

〈그 대력아수라왕이 이미 죽었는가 아니면 바야흐로 지금 죽을 때가 되었는가?〉

찰제리 등이 또 말하기를〈차라리 그와 싸우고 대적하여 서로 죽이고 죽고 할 자리를 마련할 지언정 이렇게 감금당하고 묶인 채로 죽지는 않겠다. 우리는 이제 마땅히 찰제리법에 의해서 그와 싸워 서로 죽일 것이니, 설사 이 땅에서 죽더라도 하늘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모든 소왕들은 각자 자기 집에서 수레에 멍에를 매어 늘어 세우고, 말에는 고삐를 매고 굴레를 씌우고 안장을 얹고, 무기를 들고서 대전투를 하려 하였습니다.

  이때 나라연천이 아주 작은 난장이 바라문의 몸으로 변신하여, 사슴 가죽 옷을 입고, 몸을 부축하기 위하여 삼기주장(三岐柱杖)을 짚고, 좌구를 몸에 지니고 문에 다달았습니다. 이때 문지기가 그에게 말하기를

〈이 문안에 들어오지 못한다. 난장이는 멈추어라,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

바라문이 말하기를

〈나는 지금 먼 곳에서 이곳까지 왔다〉

 문지기가 다시 바라문에게 묻기를

〈너는 어디에서 왔는가?〉

바라문이 말하기를

〈나는 월지국왕이 계신 곳, 대선인의 처소에서 왔다〉

그러자 문지기가 대력아수라왕이 있는 곳에 와서 말하기를

〈난장이 몸을 한 바라문이 이곳에 왔습니다.〉

대력아수라왕이 말하기를

〈그 사람이 지금와서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문지기가 말하기를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대력아수라왕이 말하기를

〈너는 가서 그 바라문을 불러 오너라.〉

문지기가 교칙을 받들어 마침내 바라문을 안으로 불러들였다. 대력아수라왕이 보고 나서, 보배로 만든 자리를 주어 앉게 하였습니다.

  이 대력아수라왕이 스승으로 섬기는 금성이 이미 그곳에 있었는데, 이 대력아수라왕에게 말하기를

〈지금 이 바라문은 악인이라, 이곳에 와서 당신의 스승을 파멸시킬것입니다〉

〈지금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금성이 말하기를〈저는 지금 이 변하여 나타난 몸을 압니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압니다. 이 사람은 나라연천입니다〉

이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내가 은혜를 베푸는 보시를 행하여 배반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 장애가 생겨 나를 파괴하려는가?〉라고 생각하고, 이 대력아수라왕이 말하기를〈나의 변재로서 마땅히 묻겠는데, 지금 내가 있는 곳에 온 의도가 무엇인가?〉

바라문이 말하기를〈저는 왕에게 두 발짝의 땅을 빌러 왔습니다〉

이 아수라가 바라문에게 말하기를〈경이 원하는 땅이 두 발짝이라고 하니, 내가 마땅히 경에게 세 발짝의 땅을 주겠소〉

그리고는 먼저 금으로 된 물병으로 정수를 주면서,〈원하는 땅을 줄 테니 경은 마땅히 받으라〉

바라문이 받고 나서 축원하기를〈안락 장수 하십시오〉라고 하자, 이때 난장이 바라문의 몸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금성이 아수라왕에게 말하기를〈당신은 이제 악업의 과보를 받을 것입니다〉

이때 나라연천이 홀연히, 양 어깨 위에 해와 달을 지고, 손에는 날카로운 칼과 윤(輪)과 방망이와 활과 화살 같은 무기를 들고 몸을 나타내었습니다.

  이때 이 대력아수라왕이 문득 보고 나서 두려워 벌벌 떨며 그 몸이 넘어지고 자빠져 갈피를 잡지 못하고 땅에 넘어졌다가 한참 후에 일어나서

〈지금 어찌해야 좋을까, 내가 차라리 저 독약을 먹고 죽을까?〉

이 때에 나라연천이 그 땅을 걸음으로 헤아리니, 단지 두 걸음에 이르자 다시 더 나아갈 여유가 없어 세 걸음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먼저 허락 받았던 것과 달랐기 때문에, 아수라왕은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때 나라연천이 걸음걸이로 그 땅을 재는데 단지 두 걸음뿐으로, 다시 남는 것이 없어,

〈세 발자국에 못 미치니 먼저 허락한 것과 어긋나니 내가 지금 어찌해야 할까〉

나라연천이 말하기를

〈왕은 이제 마땅히 나의 가르침을 따르라〉

그러자 대력아수라왕이 말하기를

〈제가 가르침대로 하겠습니다〉

 나라연이 말하기를

〈네가 정말 그렇게 하겠느냐?〉

대력아소라왕이 말하기를

〈제가 정말 이와 같이 하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이 진실이어서 마음에 후회와 원망이 없었고, 이때 제가 바라문교에 의해서 작법했던 곳을 보두 파괴하고 모든 금과 은과 진기한 보물로 장엄한 동녀와 의복과 보배 방울과 일산과 불자와 사자보좌와 보배로 장엄한 누런 소와 그리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한 기구들은, 그 때의 여러 작은 왕들이 모두 다 그것들을 받아 가지고, 곧 이 대력아수라왕이 작법한 땅에서 나갔습니다.’

  대력아수라왕이 관자재보살에게 말하였다.

  ‘지금 몸과 마음을 생각하니, 예전에 바라문법에 의해서 광대한 보시의 모임을 베풀었으나 베푼 마음이 더럽고 때묻어 깨끗하지 못했으므로, 제가 지금 모든 권속들과 함께 이 철굴에 묶여 감금되어 있으면서 커다란 고통을 받습니다. 관자재시여, 제가 지금 귀의하오니 불쌍히 여기시어 저희들을 이와 같은 고난에서 구제하여 벗어나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는 다시 찬탄하여 말하였다.


  대비연화수이시며

  대연화왕이신 대길상께 귀의합니다.


  가지가지 장엄하신 신묘한 색신이여,

  머리에 쓰신 천관, 뭇 보배로 꾸미시고

  미타의 일체지를 머리 위에 이어

  유정을 구제하사 그 수가 한량없네.   


  병들고 고통 받는 이 구하시어

  안락하게 하시니

  보살께서 몸을 나투시어

  의왕이 되시네.


  대지가 눈이 되어 태양보다 밝고

  최상의 청정하고 미묘하신 눈,

  유정을 비추어 해탈하게 하시며

  해탈을 얻고서 묘하게 상응하네.


  마치 여의 마니보와 같고

  능히 진실하고 묘한 법장 호지하시어

  항상 육바라밀 말씀하시고

  이 법을 칭양하여 큰 지혜를 갖추셨네.


  내 이제 경건하고 간절히 지성으로 귀의하여

  대비하신 관자재를 찬탄하리라.

  유정이 보살의 명호를 억념하면

  고통 여의고 해탈하여 안온함을 얻으리.


  악업을 지은 까닭에 흑승과

  대아비지옥에 떨어진 무리와

  모든 아귀의 고통 받는 무리들도

  명호를 부르면 모두 두려움에서 해탈하리.


  이와 같이 악도의 모든 유정이

  모두 다 고통 떠나 안락을 얻네.


  사람들이 항상 대사(大士) 명호를 염하면

  극락세계 왕생하여

  여래무량수를 친견하고

  묘법 들어 무생(無生)을 증득하리.


    관자재보살이 대력아수라왕에게 수기(授記)함

이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력아수라왕에게 수기(授記) 하였다.

  ‘너는 장차 부처를 이루리니, 이름은 길상(吉祥)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며, 너는 그때에 육자대명총지의 문(門)을 증득하고, 지금 이 모든 아수라왕들을 네가 장차 모두 다 구제하리니, 이와 같은 부처님 나라의 모든 유정은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의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대덕아수라왕이 이렇게 수기하시는 것을 듣고, 곧 값이 백천금이나 되는 진주 영락과 갖가지 기묘한 보배로 장엄한 백천만 수의 천관(天冠)과 귀걸이를 가지고 받들어 올리며 받아주시기를 원했다.


               죄악의 고보(苦報)를 설하심

  그러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력아수라왕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법을 설하려 하니, 자세히 들어라. 너는 마땅히 생각하기를, 사람이란 무상하고 허깨비 같은 것이어서 목숨을 오래 보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라.

너희들이 항상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복덕을 갖추기를 탐하여 애착하는 것이니, 마음으로 항상 노비와 백성과 그리고 창고의 곡식과 많은 보물을 애착하고 즐거워하고, 마음으로 항상 부모와 처자와 모든 권속을 애착하고 즐거워한다.

  비록 이와 같은 것들을 항상 애착하고 즐거워하나, 마치 꿈에서 본 것들과 같아 목숨이 끊어질 때 서로를 구제하여 죽지 않게 해 줄 수는 없다. 이 남섬부주에는 이렇게 전도되어 죽은 후에 대내하에 고름과 피가 가득 차 흐르는 것을 보고, 또 큰 나무들이 맹렬한 불길에 타는 것을 보나니, 이러한 일을 보고 나서 그제서야 놀라고 두려워한다.

  이때 염마옥졸이 밧줄로 묶어 급하게 끌고 달리는데, 날카로운 칼날이 수없이 박힌 대로를 밟게 되니, 발을 들고 발을 내릴 때마다 베어지고 잘라지고 상처 나고 끊어져 무수한 까마귀와 독수리와 구라라조와 미친 개 같은 것들이 게걸스럽게 그것을 먹는다. 대지옥에서 그러한 극심한 고통을 받나니, 밟고 온 날카로운 칼날이 수없이 박힌 큰 길 가운데는 또한 커다란 풀가시가 있어, 길이가 열여섯 뼘이나 되는데,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오백의 풀가시가 다리 가운데로 찌르고 들어가니, 슬피 목놓아 울면서 말하기를〈우리 유정이 모두 애착하여 죄업을 지은 까닭에 지금 큰 고통을 받는구나. 우리가 지금 어찌 하면 좋을까〉

이때 염마옥졸이 말하기를〈너희는 예전부터 사문들에게 음식을 보시한 적도 없고, 또 법의 건치(犍稚)를 치는 소리도 듣지 못하였으며, 탑과 상(像)을 돈 적도 없지 않느냐?〉

 그러자 모든 죄인이 염마옥졸에게 말하기를〈우리는 죄가 장애가 되어, 부처님과 법과 스님을 믿고 공경해야 하는 줄을 알지 못하고 항상 멀리 하였습니다〉

옥졸이 다시 말하기를〈너희가 스스로 온갖 악업을 지어 지금 괴로운 과보를 받는 것이다〉

 이후 옥졸이 모든 죄인을 데리고 염마왕이 있는 곳에 가서 면전에 서 있자, 염마왕이 말하기를

〈너는 업보를 받을 곳으로 데려가거라〉

 이때 염마옥졸이 죄인을 흑승대지옥으로 몰고 가서, 이 모든 죄인을 하나하나 지옥 속으로 던져 넣는다. 던져 넣는 것이 끝나면 죄인 모두에게 각기 백 개의 창이, 그 몸을 한꺼번에 찌르지만 모두 목숨이 끊어지지 않고, 다음에 2백개의 큰 창이 몸을 모두 한꺼번에 찔러도 역시 살아나며, 그 뒤에 3백 개의 큰 창으로 일시에 그 몸을 찔러도 역시 죽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나고 또 살아나면 이때에 그를 다시 커다란 불구덩이로 던져 넣지만, 역시 목숨이 죽지 않으며, 이때에 뜨거운 쇠공을 입 속에 넣고 그것을 삼키게 하니, 입술과 이와 잇몸과 목구멍이 모두 타서 문드러져 허물어지고, 심장과 배가 달구어 익혀지다가 끓어올라 온 몸이 타서 허물어진다.’

  대력아수라왕에게 말하였다.

  ‘이렇게 고통을 받을 때 어느 누구 한 사람도 구해 줄 사람이 없으니, 너는 마땅히 알라. 내가 지금 너를 위하여 이와 같은 법을 설하였으니, 너희는 마땅히 스스로 복을 지어야 하느니라.’

 그러고 나서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대력아수라왕에게 일러 말하기를,

‘나는 지금 기수림원(祇樹林園)에 가려고 한다. 거기에는 오늘 대중들의 집회가 있느니라.’


    (3)허공장보살이 관자재보살 만나기를 서원함


  이때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무수한 여러 색의 광명을 놓으니, 이른바 청색광명․황색광명․홍색광명․백색광명․파리색광명․금색광명 등으로서, 이와 같은 광명이 미사부여래 앞으로 뻗어 나아갔다.

  이때 천·룡과 야차와 나찰과 긴나라와 마호라아와 아울러 여러 사람들이 모두 다 모여 있었고, 또 무수한 보살마하살도 모두 모여 있었다. 이 무리 중에 한 보살이 있으니, 이름은 허공장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공경히 합장하여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광명이 어느 곳에서 왔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지금 이 광명은 곧 관자재보살이  대력아수라왕 궁중에서 광명을 놓았는데, 그 광명이 여기까지 이르런 것이니라.’

 그 때, 허공장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저는 이제 어떤 방편(方便)으로써 저 관자재보살님을 뵐 수가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저 보살 또한 반드시 이곳에 올 것이니라.’

관자재보살이 대력아수라왕궁을 나올 때, 기타림원에는 홀연히 천묘화수와 천겁파수가 생겨났으니, 무수한 모든 하늘의 선묘한 가지가지 색으로 꾸몄고, 위에는 백 가지 진주영락을 매달았으며, 또 교시가의 옥과 그 밖의 온갖 의복을 걸쳐놓았고 나무의 몸통과 가지의 색은 진분홍빛이었으며, 잎은 금과 은으로 되어 있었다. 또 수없이 많은 미묘향수와 수묘화수와 무수한 보배 연못이 있어, 백천만의 온갖 색의 기묘한 꽃들이 그 중에 가득하게 이와 같이 나타났다.


     (4)관자재보살이 흑암처에서 경의 공덕을 설하심


이러한 것들이 나타났을 때, 허공장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저 관자재보살께서는 지금 어찌하여 아직 오시지 않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저 관자재보살은 대력아수라왕궁으로부터 나와서 흑암(黑暗)이라는 곳에 있으니, 사람이 능히 도달할 수 없는 곳이니라. 선남자여, 저  흑암이라는 곳은 해와 달의 광명이 비취지 않는 곳이니, 수원(隨願)이라고 하는 여의보가 항상 빛을 내어서 그곳을 비추고 있느니라.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백 천만의 야차(藥叉)가 있어, 거기에서 살고 있었는데, 관자재보살이 그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마음에 환희하여 기뻐 뛰면서 달려 나와, 관자재보살을 맞이하고, 머리를 땅에 대고 발에 예배하고 안부를 물어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지금 피로하지 않으십니까? 오랫동안 이 흑암의 땅에 오시지 않으셨습니다.’

  관자재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모든 유정을 구제하기 위해서였느니라.’

 그 때, 그 야차와 나찰이 천금보로 된 사자좌에 앉으시기를 청하였다. 여기에서 보살은 저 야차 나찰을 위하여 설법을 했다.

‘너희들은 마땅히 자세히 잘 들어야 하느니, 대승경이 있는데 ‘장엄보왕’이라 이름하느니라. 만약 하나의 사구게라도 듣거나, 능히 받아 지니고 독송하며, 그 의미를 해설하고 항상 마음에 생각하는 자가 있다면, 얻어지는 바의 복덕은 한량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능히 모든 티끌의 수량을 셀 수 있지마는, 만약 이 『대승장엄보왕경』에서 능히 하나의 사구게라도 수지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로써 얻는 복덕을 나는 헤아릴 수 없느니라.

만약, 큰 바다의 모든 물이라고 하여도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물방울의 수를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이 경중에서 능히 하나의 사구게라도 수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로써 얻는 복덕을 나는 헤아릴 수 없느니라.

설사 열두 항하 모래 수만큼의 여래․응․정등각이, 열두 겁 동안 모두 한곳에 계실 때, 항상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탕약, 그리고 그 밖의 생활용품을 부처님께 받들어 공양하게 한다 할지라도, 역시 이와 같은 복덕의 수량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니 오직 나만 흑암처에 있으면서 다 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느니라.

 선남자여, 또 만약 사대주의 사람들이 각각 자기가 사는 집으로 정사를 만들어 세우고, 그 가운데 천금보로써 천 개의 탑을 조성하는데, 하루만에 다 만들어 갖가지로 공양하여 얻게 되는 복덕이 이 경전에서 하나의 사구게라도 수지하여 얻게 되는 복덕과 같지 못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다섯 개의 큰 강이 큰 바다로 들어가 이와 같이 흘러가서 다하는 일이 없는 것과 같이, 만약에 이 대승경(大乘經)의 사구게만이라도 지니는 자가 있다면, 얻게 되는 바의 복덕의 흘러감도 또한 다함이 없을 것이니라.’

 그 때, 저 야차·나찰이 관자재보살에게 사뢰어 말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능히 이 대승경을 베껴 쓴다면, 얻게 되는 복덕은 그 양이 얼마나 됩니까?’

 관자재보살이 말했다.

‘선남자여, 얻게 되는 복덕은 끝이 없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이 경전을 베껴 쓴다면, 곧 팔만 사천의 법장(法藏)을 베껴 쓰는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

이 사람은 마땅히 전륜성왕이 되어 사대주를 다스리고 위엄과 덕이 자재할 것이며, 용모가 단정 엄숙하고 일 천의 자식들이 둘러싸고, 모든 적들이 자연히 신하가 되어 복종할 것이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항상 이 경전의 명호를 염송하면, 이 사람은 속히 윤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늙고 죽고 걱정하고 슬퍼하는 고뇌를 멀리 여의게 될 것이니라.

이 사람은 후세에 태어나는 곳에서 능히 전세의 일들을 기억할 것이며, 그 몸에서는 항상 우두전단의 향기가 날 것이며, 입안에서는 항상 청련화의 향기가 날 것이며, 신상(身相)이 원만하여 큰 세력을 갖출 것이니라.’

 이 법(法)을 설할 때, 저 야차 나찰들은 예류과(預流果)를 얻은 자가 있고, 혹은 그 중에서 일래과(一來果)를 얻은 자도 있었는데,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오직 원하오니, 보살님께서는 앞으로 이곳에 머무시고 다른 곳으로 가시지 마옵소서. 우리들은 이제 이 흑암의 땅에서 천금보로써 탑을 조성하고, 또한 금보로써 경행처(經行處)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자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말하였다.

‘나는 무수한 유정들을 제도하여, 모두가 마땅히 보리도를 얻게 하기 위하여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느니라.’

 그러자 모든 야차 나찰들이 각각 머리를 숙이고, 손으로 뺨을 괴고서 배회하면서 생각하더니, 이러한 말을 하였다.

‘이제 관자재보살마하살께서 이곳을 버리고 가신 뒤에는 누가 능히 우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해주실 것인가?’

 관자재보살마하살이 그곳을 떠나시니, 저 야차 나찰들은 모두 모시고 따라 나와 배웅하였다. 관자재보살마하살이 일러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미 멀리 왔으므로 마땅히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니라.’

 그래서 모든 야차 나찰은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어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발에 예(禮)를 올리고 나서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갔다.


      (5)천궁에 가서 묘엄이천자를 제도함


 관자재보살마하살은 불꽃처럼 허공으로 올라가 천궁(天宮)으로 갔다. 그리고는 천상에 도착하여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었는데, 하늘의 무리가운데 이름이 묘엄이라는 한 천자가 있었는데, 그는 항상 빈궁하여 고통의 과보를 받고 있었다. 그 때에 관자재보살이 바라문의 몸을 나타내어, 그 천자가 있는 곳에 가서 일러 말했다.

‘내가 굶주림에 병이 들었으며, 또한 목마름으로 괴롭소.’

 그 때에 그 천자는 눈물을 흘리며 울면서, 바라문에게 대답했다.

‘나는 지금 가난하여서 드릴만한 것이 없습니다.’

 바라문이 말했다.

‘나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이니, 반드시 조금이라도 먹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 천자는 궁(宮)으로 들어가서 가지고 있는 것들을 찾아보니, 홀연히 여러 커다란 보배 그릇이 보이고, 또 다른 보배가 그 안에 꽉 차게 담겨 있으며, 또 어떤 보배 그릇 안에는 아주 맛좋은 음식이 가득하였다. 또, 몸을 장엄하는 아주 묘한 의복들이 궁중에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그 천자는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지금 이 문밖의 바라문은 반드시 참으로 불가사의한 사람이다. 나로 하여금 이렇게 훌륭한 복을 얻게 하는구나.〉하고, 그 대바라문을 청하여 궁중으로 들어가 천상의 오묘한 보배와 천상의 맛좋은 음식을 받들어 공양하였다. 이 공양을 받고 나자, 바라문은 안락하고 장수하기를 주문을 외우며 기원해 주었다.

그 때에 그 천자가 바라문에게 사뢰어 말했다.

 ‘현자(賢者)께서는 어디에서 이곳에 오셨습니까?’

 바라문이 말했다.

 ‘나는 기타수림의 대정사로부터 왔습니다.’

 천자가 여쭈었다.

 ‘그 땅은 어떠한 곳입니까?’

 바라문이 일러 말했다.

 ‘그 기타림의 정사(精舍)에는 땅이 청정하여 천상의 마니보로 장엄된 겁수(劫樹)가 나타나며, 또 여러 가지의 마니보가 나타나고, 또 갖가지의 보배 연못이 나타납니다. 또한, 계행과 공덕과 위엄이 있고 큰 지혜를 갖춘 무수한 대중들이 그 안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부처님이 계시는데, 미사부여래라고 이름합니다. 이와 같이 성현이 계시는 곳에는 이러한 변화들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 때에 천자가 현자에게 사뢰어 말했다.

‘어쩌면 대바라문께서는 그렇게도 잘 적절히 자세하게 설명하십니까? 이는 천신이 하는 것입니까? 사람이 하는 것입니까? 현자여, 이제 무슨 일로 이러한 상서로운 일이 나타나는 것입니까?’

 그러자 바라문이 말했다.

‘나는 천신도 아니며, 또한 사람도 아닙니다. 나는 보살로서,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여, 모두로 하여금 대보리도를 볼 수 있도록 합니다.’

 천자는 이 말을 모두 듣고 나서, 곧바로 천상의 묘한 보배로 된 관과 장엄한 귀걸이를 가져다 받들어 공양하며, 게송을 읊었다.

  "내가 공덕의 땅(功德地)을 만나

   모든 죄의 더러움을 멀리 떠남이

   이제 아주 좋은 밭에 씨를 뿌려

   현재 과보(果報)를 얻음과 같네.”


      (6)사자국에 이르러 나찰녀를 제도함


 이렇게 천자가 이 게송을 설할 때에 그 바라문은 교화하여 제도하기를 마치고, 천궁을 나와 곧바로 사자국으로 갔다. 거기에 이르러 여러 나찰녀들 앞에 얼굴을 마주하고 섰다. 바라문의 나타난 몸은 용모가 단엄하고, 뛰어나고 보기 드물게 아름다웠다. 여러 나찰녀들은 이 모습을 보고 욕심이 일어나서 기쁜 마음으로 흠모하여, 이에 걸음을 옮겨 가까이 다가가서 그에게 일러 말했다.

 ‘저를 위하여 저의 남편이 되어 주십시오. 저는 동녀입니다.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으니, 원컨대 저의 남편이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이미 이곳에 오셨으니 다시 다른 곳으로 가지 마옵소서. 주인이 없는 집에 능히 주인이 되는 것과 같고, 또한 어두운 방에 밝은 횃불을 켜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지금 여기에 음식과 의복이 있고 창고가 꽉 차 있으며, 또한 마음에 드는 과수원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연못이 있습니다.’

 보살은 나찰녀들에게 일러 말했다.

‘그대들은 이제 마땅히 내가 설하는 바를 잘 들어야만 하느니라.’

 나찰녀들이 말했다.

‘듣기를 원하옵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보살이 말했다.

‘나는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팔정도(八正道)의 법을 설하고, 또한 사성제(四聖諦)의 법도 설하리라.’

 이 때에 나찰녀들은 이 가르침을 듣고서 각각 과증을 얻었는데, 예류과를 얻은 자와, 혹은 일래과를 얻은 자가 있어 탐·진·치의 괴로움이 없으며, 악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살생을 할 뜻이 없고, 그 마음은 법락을 즐기고 계에 머물기를 즐기게 되어,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저는 지금부터 살생하지 않으리니, 남섬부주의 계를 받드는 사람이 청정한 음식을 먹음으로써 생명을 살리는 것과 같이, 저도 지금부터 생명 살리는 것을 역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에 나찰녀가 악업을 짓지 않고 배운 바를 수지하였다.


      (7)바라내성 중의 벌레들을 제도함


관자재보살마하살은 다시 사자국을 나와 바라내대성의 더럽고 추한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백천만 종류의 벌레가 의지하여 살고 있었다. 관자재보살이 그 유정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마침내 벌의 모습을 나타내어 소리를 내어 말하기를 ‘나모?다야’라고 하니,  모든 벌레의 부류가 들은 대로 모두 칭념하여, 역시 이와 같이 하였으므로, 이 힘 때문에 그 부류의 유정들이 집착한 신견(身見)과 여러 수혹(隨惑)들이 비록 산봉우리 같았으나, 금강지저(金剛智杵)로 모두 파괴되고, 문득 극락세계에 왕생함을 얻고, 모두가 보살이 되어 함께 묘향구(妙香口)라고 이름하였다.


      (8)마가타국에 이르러 기근 중생을 제도함


이리하여 그 유정들을 구도하고 나서, 바라내의 대성을 나와 마가다국으로 갔다. 그 때 그 나라에 극심한 가뭄이 들어 20년이나 되었다. 그 사람들과 여러 유정들을 보니, 기근과 고뇌에 시달려 모두 다 서로 사람을 잡아서 그 고기를 먹고 있었다. 그래서 관자재보살은 어떠한 방편을 써서라도 이 유정들을 구원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먼저 여러 가지 비를 내려 말라버린 것들을 윤택하게 소생하도록 하고, 그러한 뒤에 다시 갖가지 그릇을 비내리듯 하여, 각각 그 안에 아주 맛좋은 음식으로 가득 채웠다. 그 때에 그 사람들 모두가 이와 같은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또 식량과 조와 콩 등의 비를 내리니, 이에 그 사람들은 필요로 하던 물건들을 마음대로 가져서 만족하였다. 그 때에 마가다국의 모든 인민들은 일찍이 없던 일에 마음 속으로 깜짝 놀라고 괴이하게 생각하였다. 그 때, 대중들은 이에 한 곳에 모여서,  각각 이러한 말을 하였다.

‘지금 어떻게 하여서 하늘의 위력이 이와 같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 대중들 중에 한 나이가 많은 노인이 있었는데, 그 몸은 구부러져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이 사람의 수명은 무수 백 천이었는데, 여러 대중들에게 일러 말했다.

‘이것은 천신의 위력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에 나타난 것들은 틀림없이 관자재보살님의 위신력이 나타낸 것들입니다.’

 대중들이 물었다.

‘그 관자재보살님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능히 이러한 상서로움을 나타내시는 것입니까?’


      관자재보살의 공덕과 위신력을 설함

노인이 이에 곧 그 성관자재보살의 공덕과 위신력을 말하였다.

‘눈이 어두운 자를 위해서는 밝은 등불이 되고, 태양이 이글거리는 곳에서는 덮개 되어 그늘이 되어 주고, 목마른 자를 위해서는 강물로 나타나고, 무섭고 두려운 곳에서는 무외(無畏)를 베푸시고, 병고로 괴로워하는 자에게는 의사와 약초가 되며, 고통 받는 유정에게는 부모가 되고, 아비지옥에 있는 유정에게는 열반의 도를 보게 하여, 능히 세간의 모든 유정들로 하여금 이러한 공덕과 이익과 안락함을 얻게 하십니다. 또한, 만약 어떤 사람이 이 관자재보살님의 명호를 염송한다면, 이 사람은 내세에 모든 윤회의 고통으로부터 멀리 떠날 것입니다.’

 대중들이 듣고 나서 모두, ‘참으로 훌륭하십니다.’라고 하면서 칭송하였다.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관자재상 앞에서 사방에 만나라를 건립하고, 항상 향과 꽃으로 관자재보살님께 공양을 올린다면, 이 사람은 내세에 전륜성왕이 되어 칠보가 구족할 것입니다. 이른바 금륜보)·상보·마보·주보·여보·주장보·주병보인데, 이와 같은 칠보를 얻을 것입니다. 만약에 또 어떤 사람이 한 송이 꽃으로써 관자재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린다면, 이 사람은 마땅히 몸에서 미묘한 향기가 날 것이며, 태어나는 곳마다 신상이 원만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매우 나이 많은 노인이 관자재보살의 공덕과 위신력을 말하고 나자, 그때서야 모든 사람들은 각각 자기들이 사는 곳으로 돌아가고, 매우 나이 많은 노인도 설법을 마치고서  또한 돌아갔다.


          (9)미사부여래를 친견함


이 때에 관자재보살이 허공에 올라가서 생각하기를,

 〈나는 오랫동안 미사부여래를 뵙지 못했으니, 이제 마땅히 기타수림의 정사로 가서 그 세존을 뵈어야겠다.〉

 그래서 관자재보살은 곧바로 가서 그 정사에 이르러, 무수한 백 천만의 천신·용·야차·언달바·아소라·벽로라·긴나라·마호라아와 사람 및 비인(非人)이 있는 것을 보았다. 또한, 무수한 백 천만의 보살들이 모두 다 모여 있었다. 이 때에 허공장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어 말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곳에 온 이는 어떤 보살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는 관자재보살마하살이니라.’

 이 때 허공장보살은 말없이 머물러 있었다. 여기서 관자재보살은 부처님의 주위를 세 번 돌고 나서, 물러가 부처님의 왼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이에 위로하며 물어 말씀하셨다.

‘그대는 피곤하지 아니한가? 선남자여, 그대가 다른 곳에서 교화하였던 일은 어떠했는가?’

 관자재보살은 이에 곧 이전에 교화하였던 일들에 대해 말씀드렸다.

‘저는 이러 이러한 유정들을 제도하였습니다.’

 그 때에 허공장보살은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일찍이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생각했다.

〈이제 내가 이 관자재보살을 보고서 보살이 되어, 이와 같은 국토의 유정들을 제도하고 여래를 친견할 수 있게 하여, 이와 같은 국토의 유정들을 보살이 되게 하겠구나.〉

 그리하여 허공장보살은 관자재보살의 앞에 서서 관자재보살에게 물어 말했다.

‘이와 같이 교화하여 제도하셨는데 피로하시지 않습니까?’

 관자재보살이 말했다.

‘나는 피로하지 않습니다.’

 물음이 끝나자 말없이 머물러 있었다. 

 이때, 세존께서 선남자에게 일러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잘 들어라. 내가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육바라밀다의 법을 말하리라. 선남자여, 만약 보살이 되려고 하면, 마땅히 먼저 보시바라밀다를 수행하고, 그렇게 한 후에 이러한 지계·인욕·정진·정려·반야바라밀다를 수행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하여야 원만구족함을 얻게 되느니라."

 이 가르침을 말씀하시고 나서 말없이 계시니, 그 때 거기에 모였던 대중들이 각각 물러나 본래의 거처로 돌아갔으며, 거기에 있던 보살들도 또한 물러나 본래의 불국토로 돌아갔다.











    불설대승장엄보왕경 제3권


     (1)관자재보살이 구족한 삼마지문을 설함


이때에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어 말씀하기를,

"관자재보살마하살의 예전의 일은 이미 부처님께서 설하셔서 들었습니다. 저 보살님에게는 어떤 삼마지문이 있습니까. 오직 원하건데 부처님께서 저를 위하여 선설하여 주옵소서."

부처님께서 고하여 말씀하시기를,

"선남자여, 저 삼마지문은 이른바 유상삼마지, 무상삼마지, 금강생삼마지, 일광명삼마지, 광박삼마지, 장엄삼마지, 성기삼마지, 작장엄삼마지, 장엄왕삼마지, 조시방삼마지, 묘안여의삼마지, 지법삼마지, 묘최승삼마지, 시애삼마지, 금강번삼마지, 관찰일체세계삼마지, 낙선서삼마지, 신통업삼마지, 불정륜삼마지, 묘안월삼마지, 료다권속삼마지, 천안삼마지, 명조겁삼마지, 변현견삼마지, 연화상삼마지, 상왕삼마지, 청정아비삼마지, 신상삼마지, 천륜삼마지, 쇄감로삼마지, 륜광명삼마지, 해심삼마지, 다궁삼마지, 가릉빈가성삼마지, 청련화향삼마지, 운재삼마지, 금강개삼마지, 제번뇌삼마지, 사자보삼마지, 무상삼마지, 항복삼마지, 묘월삼마지, 광요삼마지, 백광명삼마지, 광치성삼마지, 광명업삼마지, 묘상삼마지, 권아수라삼마지, 궁전삼마지, 현원적삼마지, 대등명삼마지, 등명왕삼마지, 구륜회삼마지, 문자용삼마지, 천현전삼마지, 상응업삼마지, 견진여삼마지, 전광삼마지, 용엄삼마지, 사자빈신삼마지, 사저면삼마지, 왕복삼마지, 각오변삼마지, 염근증장삼마지, 무상해탈삼마지, 최승삼마지, 개도삼마지이니라.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오로지 이 삼마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의 털구멍에 백 천만의 삼마지를 갖추고 있다.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보살의 위(位)에 있으나 공덕은 이와 같아서, 제불여래(諸佛如來)께서도 일찍이 없었던 이러한 공덕을 찬탄하시었느니라.


          (2)부처님께서 본생담을 설하심


 선남자여, 내가 옛날 보살이었을 때, 오백 명의 상인과 사자국(師子國)으로 가려고 하였다. 온갖 수레를 거느리고 낙타와 소를 타고 재보를 얻고자 길을 떠나, 시골과 진영(陣營)과 성읍과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곳을 지나고, 마침내 바닷가에 이르러 큰 배에 타려고 이들과 함께 배 안으로 올랐느니라.”

 내가 선장에게 물었다.

"그대는 풍향을 잘 분간하리라. 바람이 어디로부터 일어나 어느 국토로 가는가? 보주(寶洲)로 가는가? 사바국으로 가는가? 아니면 나찰국으로 가는가?"

 이에 선장은 바람 부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이 바람은 마땅히 사자국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바람을 받아서 사자국으로 갔더니, 그 나라 안에 오백 명의 나찰녀가 있다가 홀연히 변화를 부려 사나운 폭풍을 일으켰다. 풍랑에 배는 모두 파괴되고 상인들은 물에 떨어져서 표류하다가 파도에 밀려 해안으로 올라왔다. 그 오 백 명의 나찰녀들은 상인들을 보고서 몸을 흔들며 흉악한 소리를 내더니, 동녀(童女)의 모습을 나타내어 상인들이 있는 곳으로 와서 각각 의복을 상인들에게 주었다. 이리하여 그 의복을 입고 각자의 젖은 옷을 짜서 볕에 말린 후에 그곳을 떠나 곧 첨파가수(瞻波迦樹) 아래에 가서 쉬었다.

쉬고 난 뒤에 서로 말하기를, "우리는 이제 어찌하면 좋을까? 무슨 방편을 써야 좋을까?" 하고 근심하였으나, 다시 아무 방침과 계책이 없어서 모두 말이 없었다.

 이 때에 그 나찰녀들이 또 다시 상인들의 앞에 와서 "우리들은 남편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남편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우리에게는 음식과 의복, 창고와 숲이 우거진 동산과 목욕하는 연못이 있습니다." 라고 하고는 그 나찰녀들은 각각 상인 한 사람씩을 데리고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갔다.

 이들 나찰녀 중에는 우두머리 격인 한 여인이 있었는데 이름이 나저가람이라고 하였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자기의 거처로 돌아가서는 가장 맛 좋은 음식으로 나를 대접하기에 배부르게 먹었다. 나는 유쾌하고 즐겁기가 인간세계와 다름이 없었다. 거기에 머무르기를 이 삼칠일이 지났는데, 문득 저 나저가람이 기쁘게 웃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때 마음 속에 의심이 일어났는데, 전에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괴이한 일이었다. 그 나찰녀가 그렇게 웃을 때, 나는 물었다.

 "그대는 지금 무슨 까닭으로 이렇게 웃는가?"

 나찰녀가 말했다.

"이 사자국은 나찰녀가 사는 곳으로 그대의 목숨이 상할까 두려워서입니다."

 이에 내가 물었다.

"그대가 어찌하여 그것을 아는가?"

 나찰녀가 말했다.

"남쪽 길로는 가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거기에는 철성(鐵城)이 있는데, 위·아래와 주위에는 문이 없고 그 안에는 무수한 상인들이 있으며, 그 중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먹혀서 다만 해골만 남았을 뿐입니다. 그대는 이제 산 자나 죽은 자가 있다고 하여도 믿지 못하겠지만, 이 길을 따라서 거기에 이르고 보면 내 말을 믿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녀가 깊이 잠든 틈을 타서 보살은 밤중에 월광검(月光劍)을 들고 남쪽 길을 향하여 갔다. 그 철성(鐵城)에 이르러 두루 돌아보니 문이라고는 하나도 없으며, 또 창도 없고 그 철성 가에는 첨파가수(瞻波迦樹)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나는 그 나무 위에 올라가서 큰 소리로 부르고 외쳤다. 그 때 철성 안에 있는 상인들이 나에게 말하기를,

"어지신 대상주(大商主)님, 아직 모르셨습니까? 우리는 나찰녀들에게 붙들려서 철성 안에 있는데 매일 백 명씩 잡혀 먹습니다."라고 하면서 지난 일을 자세히 말하였다. 그래서 나는 첨파가수를 내려와서 도로 남쪽 길을 따라 그 나찰녀가 있는 곳으로 급히 돌아갔다.

 그 때,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어지신 대상주님, 제가 말씀드린 철성은 둘러보았습니까? 보지 않았습니까?  사실대로 말씀하십시오."

 나는 이미 보았다고 말하고는 또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방편으로써 나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하겠는가?"

 그 나찰녀가 나에게 말했다.

"여기에 큰 방편이 있으니 그대가 안온하게 이 사자국을 잘 벗어나서 저 남섬부주로 돌아가게 할 것입니다." 라고 하므로, 나는 이 말을 듣고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나를 어느 길로 가게 하여 이 나라를 벗어나게 하려는가?"

 그 때 나저가람이 나에게 일러 말했다.

"성마왕(聖馬王)이 있어서 능히 모든 유정들을 구제합니다." 

 나는 당연히 그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성마왕 있는 곳에 가서 보니 흰 약초를 먹고 있었다. 먹은 뒤에는 금모래 땅에서 구르더니 일어나 몸의 털을 털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누가 저 언덕에 가려고 하는가? 가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스스로 말하라." 라고 세 번이나 말하였다.

 이에 나는 성마왕에게 "내가 지금 거기에 가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말하고 나서 다시 저 나찰녀의 처소에 이르러 함께 머물렀다. 저 나찰녀는 잠에서 깨어나, 마음에 후회하는 생각을 일으켜 나에게 물어 말하기를,

"상주여! 당신의 몸이 왜 그리 찬가요?"

하였다. 이에 있어 나는 저의 마음에서 하여금 나를 가게하고 싶지 않음을 알고, 드디어 방편으로써 그녀에게 말하기를,


"내가 방금 잠깐 성 밖에 나가서 소변을 보고 돌아왔으므로 내 몸이 차갑소."

그녀가 말했다.

"그러면 어서 주무시지요." 

 나는 해가 돋고서야 일어나서 곧 모든 상인들을 불러, "지금이 바로 이 성을 빠져나가기 좋은 때이다." 라고 일러 주었다. 그 때에 모든 상인들이 다 성을 빠져나와서 함께 쉬면서 서로 말을 나누었다.

"지금 이 대중들 가운데 어느 사람의 처가 가장 사랑스러웠으며, 무엇을 본 것이 있으며 그것은 어떠한 것인가?"

 그 때 대중들 중에서 어떤 자는 "그녀는 맛좋은 음식을 내게 주었소."라고 하고, 어떤 자는 "그녀는 여러 가지 의복을 내게 주었소."라고 하며, 어떤 자는 "그녀는 천관(天冠)과 귀걸이와 의복을 내게 주었소."라고 하며, 어떤 자는 "얻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었다."라고 하며, 어떤 자는 "그녀가 용연향과 사향과 전단향 등 갖가지 향을 내게 주었소." 라고 하였다. 그 때 모든 상인들이 이런 말을 다 한 뒤에 내가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해탈하기 어려울 것이오. 무엇 때문에 그 나찰녀들을 탐내고 사랑하는가?"

 모든 상인들이 듣고 무서운 생각으로 물었다.

"대상주님, 정말 그렇습니까?"

 나는 곧 말했다.

"이 사자국은 나찰녀가 살고 있는 곳으로써 이는 사람이 아니오. 이것은 실로 이 나찰녀들이 하는 말인데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네들은 가히 이 나찰녀를 안다하오."

 그 때, 모든 상주(商主)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나에게 물었다.

"어떤 방편으로 이 환난을 면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에 나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 사자국에는 성마왕(聖馬王)이 있어 능히 모든 유정들을 구제합니다. 그는 큰 흰 약초를 먹으며 금모래 땅에서 구르다가 일어나서 몸을 털고 세 번이나 말하기를, '누가 저 언덕[彼岸]에 가고자 하는가?' 하기에 나는 이미 저 마왕(馬王)에게 말하기를, '내가 이제 저 언덕에 가고자 합니다.' 라고 하였소."

그 때, 모든 상인들이 다시 나에게 묻기를, "어느 날 가십니까?" 하기에, 나는 대중들에게 일러 말하기를,

"사흘 후에 꼭 가겠으니, 다들 반드시 노자와 식량을 마련하시오." 라고 했다.

 이 말을 마치자 여러 사람들은 도로 성(城)으로 들어가, 각각 본래 있던 나찰녀의 집으로 갔다. 그녀는 내가 오는 것을 보자 인사를 하고는 "지금 피로하십니까?" 하고 물었다.

 나는 그 나찰녀에게 묻기를, "나는 아직 그대가 이처럼 기뻐하는 것을 보지 못했소. 숲이 우거진 정원과 목욕할 못이 참으로 있는 것이오?" 하니, 곧 그 나찰녀가 말하기를, "대상주님, 이 사자국에는 온갖 마음에 드는 정원과 목욕할 연못이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녀에게 이르기를,

"나에게 여법(如法)하게 식량과 노자를 마련해 주시오. 사흘 뒤에 여러 곳의 수풀이 우거진 동산과 목욕하는 연못에 놀러 가서 보려고 하오. 또 저 유명한 꽃도 보고 여러 가지 꽃을 가지고 돌아오리다." 하니, 나찰녀가 말하기를,

"대상주님, 제가 식량과 노자를 갖추어 마련하겠습니다." 라고 하였다.

 이 때에 그 나찰녀가 나의 계책을 알면 반드시 나를 죽일 것이라 걱정하며 잠자코 있었더니, 그 나찰녀는 좋은 음식을 가져와 나에게 주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다 먹고 나서 탄식을 하였더니, 그녀가 "대상주님, 무엇 때문에 이처럼 탄식합니까?" 하며 물었다. 나는 곧 그녀에게 말했다.

"나는 본래 남섬부주 사람으로서 고향 생각이 나는구려."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대상주님, 고향을 생각하지 마세요. 이 사자국에는 온갖 음식과 의복 창고가 있으며 온갖 마음에 드는 정원과 숲과 목욕할 수 있는 연못이 있어, 온갖 쾌락을 누릴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 남섬부주를 생각하십니까?"

 나는 그 때 묵묵히 있었다. 이날이 지나고 다음날이 되자 그녀는 나에게 음식과 노자와 식량을 마련해 주었으며, 저 여러 상인들도 모두 노자와 양식을 준비하였다. 사흘째 되는 날, 해가 뜰 때를 기다려 모두 그 성을 나와서 함께 의논하여 말했다.

"우리들은 지금 마땅히 속히 떠나야만 하며, 절대로 사자국을 돌아보지 말아야 할 것이오."

 이렇게 말하고 나는 그들과 함께 곧바로 성마왕(聖馬王)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거기에 이르니 저 마왕이 풀을 먹고 구르다가 온몸의 털을 털었는데, 이 때에 사자국의 대지가 진동을 하였다. 마왕(馬王)이 세 번 거듭 말하기를,

"지금 누가 저 언덕에 가려고 하는가?"

 그러자 상인들은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지금 저 언덕에 가려고 합니다."

그 때 성마왕은 몸을 떨치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마땅히 앞으로만 갈 것이며, 절대로 사자국을 뒤돌아보지 말라." 그 성마왕이 이렇게 말을 마치자 나는 곧 먼저 마왕의 위에 올라탔다. 그런 다음 오 백 명의 상인들도 모두 말 위에 올랐다.

 그 때, 저 사자국의 모든 나찰녀들이 문득 상인들이 떠났다는 말을 듣고 괴롭고 애절한 소리를 내며 말달리듯 뛰어 쫓아 와서 슬피 울부짖으며 뒤를 따랐다. 그 때 모든 상인들이 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보다가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물 속에 떨어졌다. 그러자 모든 나찰녀들이 그 몸의 살을 뜯어 먹었다.

이 때, 오직 나 혼자만이 남섬부주로 갔다.

그 성마왕이 해안에 다다르자 나는 거기에서 내려 그 성마왕을 세 번 돌고는 곧 그 곳을 떠나 길을 찾아 고향으로 갔다.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 집에 이르니, 부모님은 내가 돌아 온 것을 보고는 아들을 안고 기뻐하다가 다시 슬퍼서 울었다. 부모님은 항상 나 때문에 울어서 눈병이 나 있었으나, 이제 내가 돌아오니 병이 낫고 그 전처럼 눈이 밝아졌다. 이제 부모와 자식이 함께 하자, 나는 이전의 어려운 일을 자세하게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다 들으시더니 나에게 이르시기를,

 "네가 오늘 목숨을 온전히 보존하여 안전하게 돌아오게 되어 내 마음이 매우 기쁘고 다시 다른 근심과 염려가 없다. 나는 네가 재물 버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이제 나이가 많아 쇠약한 몸임을 스스로 알았으니, 출입할 때에 네가 부축하여 줄 것이며 내가 죽으면 네가 상주(喪主)가 되어 나의 장례를 치러다오."라고 하시며, 부모께서는 이와 같이 좋은 말씀으로 나를 위로하며 타이르셨다네.

제개장보살이여, 나는 그 때 상주(商主)의 몸이 되어 이와 같은 위험한 재난과 고뇌를 겪었느니라.”


          (3)관자재보살의 공덕을 설하심


 부처님께서 제개장보살에게 이르셨다.

"그 때의 성마왕(聖馬王)이란 곧 관자재보살마하살이니 위난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나를 구제하였다. 제개장보살이여, 내 지금은 관자재보살마하살의 공덕이 무량함을 다 말하지 못하겠다. 내 이제 그대를 위하여 관자재보살의 털구멍 가운데에 있는 공덕만을 대략 말하리라.

 제개장보살이여, 관자재보살의 몸에는 금털구멍이 있으니 그 가운데에 무수 백 천만 구지 나유타의 언달바가 있다. 그들은 윤회의 고통이 없어 항상 가장 뛰어난 즐거움을 누리며, 하늘의 물건을 쓰되 다함이 없으며, 악심이 없고 미워하며 질투하는 마음이 없으며, 탐·진·치가 없어서, 항상 팔성도를 행하여 늘 법락을 누리느니라.

 제개장보살이여, 이 금털구멍 가운데에 다시 빛을 내는 여의보주가 있어, 저 언달바들의 생각을 따라 쓰고 싶은 대로 만족하게 쓸 수가 있는데, 이 금털구멍 가운데는 이러한 것이 나타난다.

또 검은 털구멍이 있어서 그 가운데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신통력을 갖춘 선인이 있는데, 그 중에는 한 가지의 신통만을 갖춘 자도 있으며, 혹은 두 가지·세 가지·네 가지·다섯 가지의 신통을 갖춘 자도 있으며, 혹은 육신통을 구족한 자도 있느니라.

이 털구멍 속에서 또한 은으로 된 땅을 나타내어 황금으로 산을 삼고 백은(白銀)으로 봉우리를 삼으며, 서른 일곱 개의 애염연화보로 그 산을 장엄한다. 그 산중에는 팔만 사천의 신선들이 있다. 이들 선인들은 겁수(劫樹)를 나타내는데, 심홍색 줄기에 황금과 백은으로 가지와 잎을 삼아 보배 광명을 발한다.

또 하나 하나의 털구멍에서 네 가지 보배 연못을 나타내니, 팔공덕수가 그 안에 충만하며 아름다운 꽃으로 그 연못을 채운다.

연못가 언덕에는 천묘향수와 전단향수가 있으며, 또 장엄겁수가 있어 장엄한 천관(天冠)과 귀걸이를 걸어 놓았고, 또한 매우 뛰어나게 아름다운 영락으로 그것을 훌륭하게 꾸몄다. 또 그 위에 갖가지의 보배 방울을 매달았으며, 훌륭한 교시가의 의복을 걸었다.

 이 하나 하나의 겁수 아래에는 각각 백 명의 언달바왕이 있는데, 항상 갖가지의 음악을 연주한다. 또한 사슴 무리와 깃털 달린 것이며 신령스러운 짐승들이 이 음악을 듣고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모든 유정들이 윤회의 고통을 많이 받고 있다. 무엇 때문에 남섬부주의 사람들은 생노병사와 애별리고(愛別離苦) 등의 온갖 고통을 받는가?' 그리하여 이 모든 날짐승과 사슴들은 『대승장엄보왕경』의 이와 같은 이름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자 하늘의 기묘한 맛있는 음식이며, 하늘의 온갖 묘한 향, 묘한 옷 등의 물건들이 저들의 생각하는 바대로 만족하게 있게 되었느니라.”

 이 때에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사뢰었다.

"제가 이제 이것을 들으니 매우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그대의 생각은 어떠하냐?"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이러한 유정들이 마음으로 오직 이 경의 이름만 생각하여도 이러한 이익과 안락을 얻는데, 만약 누군가 이 경을 듣고 베껴 쓰거나 수지하거나 독송하거나 공양하고 공경하면, 그 사람은 항상 안락을 얻을 것입니다. 혹은 누군가 이 경 가운데에 한 자라도 베껴 쓴다면, 내세에 윤회의 고통을 받지 않고 영원히 백정이나 고깃간의 하천한 집안에 태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태어나는 몸은 곱추와 앉은뱅이와 언청이와 문둥병 등의 남들이 싫어하는 형상을 영원히 받지 않으며, 신상이 원만하며 육근이 구족함을 얻어 큰 힘을 가지게 됩니다. 하물며 구족하게 수지·독송하고 쓰고 베끼고 공양하며 공경하는 사람이 얻는 공덕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제개장보살이여, 그대가 지금 이와 같은 법을 잘 설하였다. 이제 이 모임에 무수한 백 천만의 천·용·야차·언달바·아소라·비로나·긴나라·마호라아·사람 및 비인·우바새·우바이 등 이와 같은 무리들이 모두 다 그대가 이러한 법을 설하는 것을 들었노라. 이러한 자세한 법문을 듣게 된 것은 그대의 물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라."

 이 때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이제 이 묘법을 설하시면, 천인들이 굳건한 믿음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이렇게 거듭 관자재보살의 몸의 털구멍 속에 나타나는 공덕을 묻는도다.

 제개장보살이여, 그에게는 또 보배로 장엄된 털구멍이 있다. 그 속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언달바녀가 있는데, 얼굴이 어여쁘고 형체가 아름다우며 여러 가지로 장엄하여 모양이 천녀와 같다.

그들에게는 탐·진·치의 괴로움이 그들의 몸을 침범하지 못하며, 그리고 또한 인간이 받는 아주 작은 고통도 받지 않는다. 그 언달바녀들은 세 때에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명호를 염하므로, 일체의 필요한 물건들을 언제나 얻게 되느니라."

 이 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어 말했다.

"세존이시여! 제가 그 털구멍 속에 들어가서 그 모든 것을 보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 털구멍은 가가 없으며, 허공계와 같아서 또한 장애가 없다. 선남자여, 이와 같이 그 털구멍은 장애가 없고 접촉의 괴로움이 없다.

그 털구멍 중에 보현보살마하살이 들어가 열 두 해를 갔으나 끝이 없었으며, 모든 털구멍 하나 하나에는 각기 불부가 있어서 모든 부처님이 그 곳에 계신다. 그런 까닭에 보현보살도 그 끝이 멀고 가까움을 알지 못했으니, 다른 보살들이 어찌 그 끝을 알 수 있겠는가?" 

 그 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현보살마하살은 그 털구멍에서 열 두 해를 가도 그 끝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털구멍에는 각기 백 분의 부처님이 그 가운데에 계시며, 보현보살마하살 조차도 그 끝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제 어찌하면 그 가운데에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나도 또한 이와 같이 미묘적정함을 보지 못하였다.   

그는 모습이 없기 때문에 큰 몸을 나타내어 십 일면(十一面)을 갖추었고, 백 천의 눈이 원만하고 광대하며, 상응지(相應地)를 얻어서 담연적정하고, 큰 지혜는 걸림이 없고 윤회를 여의었다. 제도함을 볼 수도 없고, 또한 종족도 없으며 지혜를 드러냄도 설함도 없으니, 이와 같은 모든 법은 그림자와 같고 메아리와 같은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은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으며, 그는 자성(自性)이 없으므로 여래 또한 보지 못한다.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선남자여, 보현 등의 모든 보살은 저 관자재보살의 변화를 생각조차 못하며 알지도 못할 것이니라.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여러 가지로 변화하여 나타나 무량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유정을 구도하여서 극락세계에 왕생하도록 하며, 무량수여래를 보고 법을 듣게 하여 모두 보리도(菩提道)를 이루도록 하느니라."

 그 때,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무슨 방편으로써 제가 이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뵐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그 보살은 반드시 곧 이 사바세계에 와서 나를 보고 예배 공양할 것이니라."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관자재보살마하살께서 이곳에 오신다니 언제가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이 유정들의 근기가 성숙함을 기다려서 저 관자재보살마하살이 먼저 이 곳으로 올 것이니라."

 그러자 제개장보살마하살이 손으로 턱을 괴이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어떠한 죄장(罪障)이 있기에 수명이 길다하나 이익되는 바가 없어, 저 관자재보살을 만나 공경하며 예배드릴 수가 없는가? 마치 장님이 길을 가는 것과 같구나.'

 그리고는 제개장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어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 관자재보살마하살께서는 실로 언제 여기에 오시게 됩니까?" 

 그 때 세존께서는 웃으시며 이르셨다.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은 그가 무시(無始)로 오는 그것이 곧 오는 때이니라. 선남자여, 그 보살의 몸에는 털구멍이 있는데 쇄감로(灑甘露)라고 이름한다. 그 털구멍 중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천인이 살고 있으며, 초지(初地)나 제이지(第二地)를 증득한 자도 있고, 내지 제십지의 보살마하살위를 증득한 자도 있느니라.

 제개장보살이여, 그 쇄감로의 털구멍 안에는 육 십개의 금은 보배의 산이 있는데, 그 하나 하나의 산 높이는 육만 유순으로서 구만 구천의 봉우리가 있으며, 하늘의 묘한 보배로 두루 장엄했다. 일생보처의 보살이 그 곳에 머물며, 또한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언달바 무리들이 그 털구멍 속에서 항상 음악을 연주하느니라.

 제개장이여, 또한 그 쇄감로라는 털구멍 안에는 무수한 백 천 만억 구지 나유다의 궁전이 있으며, 하늘의 마니묘보로써 두루 장엄하게 하여 보는 자는 그 마음이 즐거우며, 또 여러 가지 진주 영락으로써 그것을 장식하였다. 그 궁전에는 각각 보살이 있어서 미묘한 법을 설하며, 이 궁전을 나와서는 각각 경행을 하는데 경행하는 곳에는 일흔 일곱의 못이 있어서 팔공덕수가 그 가운데에 가득 차 있다. 다시 여러 가지 꽃이 있는데, 이른바 올발라화·발눌마화·구모나화·분나리가화·조언타가화·만나라화·마하만나라화 등이 그 안에 가득 차 있다. 그 경행하는 곳에는 또 마음에 드는 겁수(劫樹)가 있어 하늘의 금은으로써 그 잎을 장엄하였다. 나무 위에는 모든 천관(天冠)과 귀걸이와 진귀한 보배로 된 영락을 걸어 갖가지로 장엄하였느니라.

 그 모든 보살이 경행을 마치고, 밤에는 여러 가지 대승의 법을 사유하며, 적멸의 경지를 사유하고, 지옥·아귀·축생을 사유한다. 이러한 사유를 마치고는 자심(慈心)삼마지에 들어간다. 제개장보살이여, 그 털구멍에는 이와 같은 보살들이 그 가운데에 출현하느니라.

 또 금강면(金剛面)이라고 하는 털구멍이 있으니, 그 속에는 무수 백 천만의 긴나라가 있어 여러 가지의 화만과 영락으로 몸을 두루 장엄하고, 좋은 향을 그 몸에 발라서 보는 자가 기뻐한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불·법·승을 염하여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고, 법인에 머물러 적멸을 생각하며 윤회를 멀리 여읜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그 긴나라의 무리들은 마음에 애락(愛樂)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그 털구멍에는 무수한 산이 있는데, 그 안에는 금강보굴과 금보굴·은보굴·파지가보굴·연화색보굴·청색보굴이 있으며, 또한 칠보굴이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그 털구멍에는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

그리고, 또 안에는 무수한 겁수(劫樹), 무수한 큰 전단수와 미묘한 향나무가 있으며, 무수한 목욕하는 못과 백 천만의 천궁보전이 파지가로 장엄되고, 교묘하고 청정하여 마음에 드는 보배궁전이 거기에 나타난다. 이러한 궁전에 긴나라의 무리가 머물러 쉬다가, 쉬기를 다하고는 미묘한 법을 설하는데, 이른바 보시바라밀다법과 지계·인욕·정진·정려·지혜바라밀다법이니라.

이 육바라밀다법을 설한 후에는 각각 경행을 하는데, 이곳에는 황금으로 된 경행하는 길과 백은(白銀)으로 된 경행하는 길이 있으며, 주위에는 겁수(劫樹)가 있어 금과 은으로 잎을 삼고, 위에는 여러 가지 하늘의 옷과 보관(寶冠), 귀걸이와 보배 방울, 영락이 있느니라.

 이와 같이 그 경행처를 장엄하였으며, 또 누각이 있어 긴나라가 거기에서 경행을 하며, 생고(生苦)·노고(老苦)·병고(病苦)·사고(死苦)·빈궁곤고(貧窮困苦)·애별리고(愛別離苦)·원증회고(怨憎會苦)·구부득고(求不得苦)에 빠지거나 혹은 침자지옥·흑승지옥·갈혜대지옥·극열대지옥·화갱지옥에 떨어지거나, 혹은 아귀도에 떨어지는 것을 사유한다. 이와 같이 유정들이 큰 고뇌를 받는다고 저 긴나라들은 사유하느니라.

 이와 같이, 선남자여, 저 긴나라는 매우 깊은 법을 즐기며 원적진계(圓寂眞界)를 사유한다. 또 항상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명호를 염하며, 이 칭념(稱念)으로 말미암아 언제나 모든 필요한 것을 풍족하게 얻느니라.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 내지 그 명호는 또한 얻기가 어렵다. 왜 그런가 하면 그는 일체 유정에게 높으신 부모와 같아서 두려움을 가진 모든 유정에게 무외(無畏)를 베푸시며, 일체의 유정들을 잘 인도하여 선지식이 되게 하기 때문이니라.


       (4)관세음보살의 육자대명다라니을 설하심


 선남자여, 저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는 육자대명다라니가 있는데 얻기가 매우 어렵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그 이름을 칭념하면 그 털구멍 안에 태어나 고통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한 털구멍에서 나와 다시 다른 털구멍으로 들어가, 거기에 머물러 반드시 원적지(圓寂地)를 증득할 것이니라."

 그 때,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육자대명다라니는 어디에서 얻을 수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다라니는 얻기가 어렵다. 여래도 또한 얻을 곳을 모르는데 하물며 수행하고 있는 보살이 어찌 얻을 곳을 알 수가 있겠느냐?"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이와 같은 다라니를 이제 불여래응정등각께서는 어찌하여 모르십니까?"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다라니는 곧 관자재보살마하살의 미묘본심이니, 만약 이 미묘한 본심을 아는 자가 있으면, 곧 해탈을 아는 것이다."

 그 때,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유정들 중에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아는 자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는 자가 없다.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다라니는 무량상응(無量相應)하여 여래도 오히려 알기 어려운데, 보살이 어찌 이 관자재보살의 미묘한 본심처를 알겠느냐? 내가 다른 국토에 가더라도 이 육자대명다라니가 있는 곳을 아는 자는 없을 것이다.

만약 능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항상 수지하는 자가 있으면, 이를 지송할 때는 아흔 아홉의 항하사수의 여래가 모이고, 또 미진수의 보살이 모이며, 다시 삼십이천의 천자들이 모두 모이며, 또한 사대천왕이 사방에서 그를 호위한다.

또 사아라용왕·무열뇌용왕·득차가용왕·바소지용왕이 있는데, 이와 같은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많은 용왕이 와서 이 사람을 호위한다. 또 땅속의 야차며 허공신 등이 있어 또한 이 사람을 호위한다.

 선남자여, 관자재보살의 몸의 털구멍 중의 구지 수만큼의 여래가 머물러 쉰 다음 이 사람을 찬탄하여 이르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이 여의마니보를 얻었도다. 그대의 칠대 종족은 다 마땅히 해탈을 얻을 것이다.’

 선남자여, 그 진언을 수지하는 사람은 뱃속의 모든 벌레도 반드시 불퇴전의 보살위를 얻게 된다. 또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이마 위에 받드는 자가 있다면 선남자여, 이마 위에 받들어 지닌 자를 보는 것은 금강신을 보는 것과 같으며, 사리탑을 보는 것과 같으며, 여래를 보는 것과 같으며, 일구지의 지혜가 구족된 자를 보는 것과 같느니라.

 만약, 선남자·선여인이 능히 법에 의지하여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염송하면 이 사람은 다함이 없는 변재를 얻을 것이며, 이와 같은 사람은 청정한 지혜무더기를 얻고 큰 자비를 얻게 된다.

이와 같은 사람은 나날이 육바라밀다를 갖추어 원만한 공덕을 얻을 것이며, 하늘의 전륜관정을 받을 것이며, 이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기운이 다른 사람의 몸에 닿으면, 닿게 된 그 사람은 자비심을 일으키고 모든 진심(瞋心)의 독을 여의어 반드시 불퇴전의 보살이 될 수 있으며,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다.

만약 이를 받들어 지닌 사람의 손이 다른 사람의 몸에 닿으면, 닿게 된 그 사람은 속히 보살위를 얻게 된다. 만약 이를 받들어 지닌 사람이 남자·여인·동남·동녀 내지는 다른 종류의 모든 유정들을 보게 되면, 보이게 된 자는 다 속히 보살위를 얻게 되느니라. 이러한 사람은 영원히 생노병사의 고통과 애별리고를 받지 않으며, 불가사의하게 상응한 염송을 얻게 되느니라. 이제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이와 같이 설하였느니라."


















   불설대승장엄보왕경  제4권


         (1)육자대명다라니를 얻은 인연


 이 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어떻게 하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얻겠습니까? 만약 그것을 얻으면, 불가사의하고 무량한 선정에 상응하여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것과 같고, 해탈문에 들어 열반의 경지를 보게 되며, 탐심과 진심이 영원히 없어져서 법장이 원만하고, 악도의 윤회를 파괴하며, 모든 지옥을 청정하게 하고, 번뇌를 끊어 없애며, 축생들을 모두 구제하고, 법미(法味)를 완성하며, 일체지지(一切智智)로 무진법문을 연설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원하옵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위해 사대주에 칠보를 가득 채워 보시하고 경문을 베끼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종이와 붓이 모자라면 제 몸을 찔러 피로써 먹을 만들고, 살가죽을 벗겨 종이를 만들며, 뼈를 쪼개어 붓을 만들겠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하여도 저는 아무런 후회와 아까움이 없사오며, 존중하옵기를 저의 부모님과 똑같이 하겠사옵니다."

 이 때, 부처님께서 제개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내가 과거세의 일을 생각하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구하기 위하여 미진 수와 같이 많은 세계를 두루 다니고,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여래를 공양하였으나, 내가 저 모든 여래가 계시는 곳에 가서도 얻지도 못하였고 듣지도 못하였느니라."

 그 때 세상에 한 부처님이 계셨으니, 보상여래(寶上如來)·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셨다.

내가 그 부처님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우니, 여래응정등각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슬피 울지 말고 가보아라. 선남자여, 그대는 저 연화상여래응정등각이 계시는 곳으로 가서 뵈옵도록 하라. 거기에 계시는 그 부처님은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알고 계시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곧 보상여래의 처소를 떠나 연화상여래가 계시는 불국토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합장하여 부처님 앞에 말씀드렸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에게 육자대명다라니를 주시옵소서. 그 진언왕(眞言王)은 일체의 근본이 되는 어머니라, 그 명호를 억념(憶念)만 하여도 죄의 더러움이 없어지고 속히 보리를 증득합니다. 이것을 얻고자 하기 때문에 저는 이제 피곤합니다. 제가 무수한 세계로 갔지만 얻지 못하고 지금 이곳에까지 왔습니다’

 이 때, 연화상여래께서 이 육자대명다라니의 공덕을 설하셨다.

"선남자여, 모든 티끌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큰 바다에 있는 모래의 수는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수량을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천인이 만든 창고가 있는데, 그 둘레가 일천 유선나(踰繕那)이고 높이가 일백 유선나로서, 참깨를 그 안에 가득 채워 바늘 들어갈 틈이 없도록 하고, 그것을 수호하는 자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데, 백 겁을 지날 때마다 그 참깨 한 알씩을 밖으로 내던져, 이와 같이 하여 창고 안에 있는 것을 다 던져 남는 것이 없더라도,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사대주에 보리 등 여러 가지 곡식을 심어서, 용왕이 때를 맞추어 비를 내리고, 때가 되어 심은 곡식은 모두 다 잘 익어서 베어 거두기를 마쳐, 남섬부주에 장소를 정하고 수레 등으로 운반하여 다 두들겨 모두 한 곳에 산더미처럼 모아 두었더라도, 선남자여, 이와 같은 것은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 낱알의 숫자를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이 남섬부주에 있는 큰 강은 밤낮으로 흘러가는데, 이른바 시다하·강아하·염모나하·부추하·설다로날라하·찬날라파벽하·애라부저하·소마아태하·희마하·가라술나리하로서, 이 하나 하나의 강에 각각 오 천 권속의 작은 강이 있어서 밤낮으로 흘러 큰 바다로 들어가는데, 선남자여, 이와 같이 큰 강이라 할지라도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물방울 수를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사대주에 있는 네 발 가진 유정들, 사자·코끼리·말·들소·물소·호랑이·늑대·원숭이·사슴·염소·양·승냥이·토끼 등, 이와 같이 네 발을 가진 짐승의 부류는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 터럭의 수를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셀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금강구산왕(金剛鉤山王)은 높이가 구만 구천 유선나이고, 밑은 팔만 사천 유선나이며, 그 금강구산왕은 사방이 팔만 사천 유선나인데, 그 산에는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사람이 있어서, 일겁 동안에 그 산을 한바퀴 도는데, 이와 같은 산왕(山王)은 내가 교시가의 옷으로 스쳐서 능히 닳아 남김이 없도록 할 수가 있지마는,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큰 바다는 깊이가 팔만 사천 유선나이고, 구덩이가 광활하고 무량하나 내가 능히 하나의 털로써 물을 다 적셔내어 남음이 없게 할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큰 시리사수림(尸利沙樹林)과 같은 것은 내가 능히 하나 하나 잎사귀의 수를 다 셀 수가 있지마는,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은 내가 능히 그 수량을 다 말할 수가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사대주에 가득 차서 살고 있는 남자·여인·동자·동녀 등, 이와 같은 일체의 사람들이 모두 칠지(七地) 보살의 지위를 얻더라도, 그 보살들이 가지고 있는 공덕은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한 공덕과 다름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열두 달이 되는 해는 제외하고 일년이 십삼 개월이 되는 윤년만을 가려내어 그 윤달만 모아서 열두 달을 한 해로 계산하여, 이렇게 천상의 일겁을 채워서 그 동안에 밤낮으로 큰비가 계속 내리더라도, 선남자여, 이와 같은 것은 내가 능히 그 하나 하나의 물방울 수를 셀 수가 있지마는,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한번 염송하여 얻는 공덕의 수량은 그것보다 훨씬 더 많느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

 선남자여, 또 일구지 수만큼의 여래가 한 곳에서 하늘의 일겁을 지내는 동안에, 의복과 음식, 앉고 누울 때 펴는 기구, 탕약과 온갖 쓰이는 물건들을, 여러 가지로 저 모든 여래에게 공양한다 하더라도, 또한 육자대명다라니의 공덕 수량에는 미칠 수가 없느니라.

오직 내가 이제 이 세계에서 정에 들어 불가사의함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선남자여, 이 법은 미묘(微妙)하여 가행(加行)과 관지(觀智)가 모두 상응할 것이니라. 그대는 미래에 마땅히 이 미묘한 심법을 얻을 것이며, 저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이러한 육자대명다라니에 잘 머물러 있느니라."

 "선남자여, 내가 가행(加行)으로써 무량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세계를 두루 다니다가, 저 무량수여래께서 계시는 곳에 이르러 앞에 앉아서 합장하고, 법을 원했기 때문에 울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그 때에 무량수여래께서는 내가 있는 것을 보시고 미래에 대해 내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육자대명왕의 관행유가를  구하는가?'

 내가 그 때에 사뢰어 말씀드렸다.

 '저는 이 법을 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법을 원하옵니다. 선서시여, 목마른 자가 물을 원하는 것과 같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구하기 위하여 무수한 세계를 다녀서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여래를 섬기고 공양하였지만, 아직 육자대명왕다라니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의 어리석고 둔함을 구원하여 주시고, 구족치 못한 자에게 구족함을 얻게 하시고, 길을 잃고 헤매는 자에게 길을 인도하여 주시며,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네거리에 사라수(娑羅樹)를 심어 그늘을 만들어 덮어 주시옵소서. 저는 마음으로부터 이 법(法)을 갈망하고 바라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보이시고 인도하시어 구경(究竟)의 도(道)에 잘 머물게 하여서 금강갑주(金剛甲胄)를 입게 하여 주옵소서.'

 이 때에 무량수여래응정등각께서는 가릉빈가의 음성으로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연화상여래응정등각을 친견하게 될 것이니라.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구하기 위하여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세계를 두루 돌아다녔으므로, 선남자여, 그대에게 마땅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주어야 할 것이며, 여래께서는 이를 위해 이곳에 오신 것이니라."


        (2)관자재보살이 작단법을 설함


 관자재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만나라(曼拏羅)를 보지 못한 자는 이 법을 능히 얻지 못하는데, 어찌 이 연화인(蓮華印)을 알고, 어찌 이 지마니인(持摩尼印)을 알며, 어찌 이 일체왕인(一切王印)을 알고, 어찌 이 만나라(曼拏羅)의 청정한 본체를 알겠나이까? 이제 이 만나라의 모습은 주위와 사방이 각각 5주량이고,  중심의 만나라에 무량수여래를 안립하고, 분 바르고 칠하는데는 마땅히 인날라니라보말·발눌마라아보말·마라갈다보말·파지가보말·소바라나로파보말을 써야 하며, 무량수여래의 오른 편에 지대마니보보살을 안립하고, 부처님의 왼 편에는 육자대명다라니를 안립합니다. 네 팔을 지니고 살빛의 희기는 달빛과 같으며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고, 왼 손에는 연꽃을 가지고 연꽃 위에는 마니보를 안치하며, 오른 손에는 염주를 가집니다. 아래의 두 손은 일체왕인(一切王印)을 맺고, 육자대명의 발 아래에는 천인을 안치하여 여러 가지로 장엄하며, 오른 손은 향로를 잡고, 왼 손의 손바닥에 있는 바리때에는 여러 가지 보배를 가득 채웁니다. 만나라의 네 귀퉁이에는 사대천왕이 정렬하여 여러 가지 기장(器仗)을 잡고 있고, 만나라의 바깥 쪽 네 귀퉁이에는 네 개의 현병(賢甁)을 안치하여 여러 가지 마니보를 가득 채웁니다.

 만약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이 만나라에 들어가려고 하면, 권속들이 만나라에 들어가지 말고, 단지 그 이름만을 써서 먼저 들어간 사람이 그 권속의 이름자를 만나라 가운데 넣으면, 그 모든 권속은 모두 보살위(菩薩位)를 얻을 것이며, 그 사람들 중에는 모든 고뇌를 여의고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는 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 아사리는 함부로 전하지 말고, 만약 어떤 사람이 선교방편(善巧方便)으로 대승을 깊히 믿고 가행(加行)하여 해탈을 구하기를 바라는 자가 있다면, 이와 같은 사람에게는 마땅히 주어야 하지만 외도나 이견을 가진 자에게는 주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이 때에 무량수여래응정등각께서는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일러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이러한 다섯 가지 색깔의 보말이 있으면, 당연히 이 만나라를 건립할 수 있지만, 만약 선남자·선여인이 가난하여서 이 보말을 마련하지 못하는 자는 어찌해야 하는가?"

 관자재보살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마땅히 방편으로써 갖가지 얼굴빛을 지으며 여러 가지 향과 꽃 등으로 공양하고, 만약 선남자가 그 또한 마련하지 못하거나, 혹은 여행 중이거나 혹은 길을 가고 있을 때, 아사리는 생각으로 만다라를 이루어 관상하게 하고 아사리의 인상(印相)을 맺어야 합니다."


             (3)육자대명다라니를 설함


 이 때, 연화상여래응정등각께서 관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나에게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설하도록 하여라. 내가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유정들을 위하여, 윤회의 고통을 여의고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케 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그래서 관자재보살마하살은 연화상여래응정등각께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설하였다.   

'옴마니반메훔'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설할 때에 이 사대주와 모든 천궁(天宮)이 모두 다 진동하여 흔들리는 것이 파초 잎사귀와도 같았으며, 사대해의 물결은 파도가 높이 치솟아 오르고, 모든 미나야가·야차·나찰사·공반나·마하가라들과 모든 권속과 모든 마군과 장애를 일으키는 자는 모두 다 두려워서 흩어져 달아났다.


               (4)육자대명다라니의 공덕


 그 때, 연화상여래응정등각께서 코끼리왕의 코와 같은 팔을 펼치시어, 관자재보살마하살에게 값어치가 백천이나 되는 진주 영락을 공양하셨다. 관자재보살은 이것을 받아서 저 무량수여래응정등각께 받들어 올리니, 그 부처님은 받고 나서 도로 연화상여래에게 바치셨다. 그리하여 연화상부처님께서는 이미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받고 나서, 다시 도로 그 연화세계에 돌아 가셨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내가 옛적에 저 연화상여래응정등각께서 계시던 곳에서 이 다라니를 들었느니라."

 그 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로 하여금 어떻게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얻도록 하시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상응하는 감로의 덕미(德味)가 충만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약 이 다라니를 들을 수 있다면, 게으름이 없을 것이며, 마음으로 새기고 사유하여 능히 수지할 것이며, 모든 유정들로 하여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듣게 하여서 큰 공덕을 얻도록 하겠습니다. 원하옵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을 베풀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서사한다면, 곧 똑같이 팔만 사천의 법장을 서사하는 것과 다름이 없고, 만약 어떤 사람이 하늘의 금과 보배로써 미진수의 여래응정등각의 형상을 만들고, 이러한 여래에게 하루동안 축하와 찬탄의 공양을 올려 얻는 과보는 이 육자대명다라니 중의 한 글자를 서사하여 얻는 과보공덕보다 못하며, 그것은 불가사의한 해탈의 경지에 잘 머물기 때문이니라.

 만약 선남자·선여인이 법에 의하여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염송한다면, 이 사람은 마땅히 삼마지를 얻을 것이니라. 이른바, 지마니보삼마지·광박삼마지·청정지옥방생삼마지·금강갑주삼마지·묘족평만삼마지·입제방편삼마지·입제법삼마지·관장엄삼마지·법거성삼마지·원리탐진치삼마지·무변제삼마지·육바라밀다문삼마지·지대묘고삼마지·구제포외삼마지·현제불찰삼마지·관찰제불삼마지로서, 이와 같은 일백 팔의 삼마지 등을 얻을 것이니라."

        (5)지명법사에게 육자대명다라니를 얻다


이 때에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제 어디에서 저로 하여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얻도록 하시겠습니까? 원하옵건대,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바라내 대성에 한 법사가 있는데, 육자대명다라니를 항상 마음에 새기고 수지하여 염송하기를  일과로 하고 있느니라."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저는 지금 바라내 대성으로 가서 그 법사를 뵙고 예배 공양하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참으로 훌륭하구나, 선남자여, 그 법사는 만나 보기가 어려우니라. 능히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수지하고 있으므로, 그 법사를 본다면 여래를 보는 것과 다름이 없고, 공덕의 성지(聖地)를 보는 것과 같으며, 또한 복덕의 무더기를 보는 것과 같으며, 진귀한 보배더미를 보는 것과 같으며, 원하는 것을 베풀어 주는 여의마니주를 보는 것과 같고, 법장을 보는 것과 같으며, 구세자를 보는 것과 같느니라. 선남자여, 그대가 만약 그 법사를 보게 되면, 경만하고 의심하는 마음을 내어서는 아니 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퇴전하여 보살의 지위를 잃고, 도리어 곤경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까 두렵도다. 그 법사는 계행을 지키지 않아 처자가 있고, 대소변을 아무렇게 하여 가사를 더럽히며, 예법에 맞는 몸가짐이 없느니라."

 그 때에 제개장보살이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가르치고 경계하시는 것과 같이 하겠습니다."

 이리하여 제개장보살은 무수한 보살과 출가대중과 장자·동자·동녀들을 따르게 하고, 공양을 올리기 위하여 천개와 여러 공양구와 보관, 귀걸이와 장엄한 영락과 반지, 보배 팔찌와 교시가 등의 의복, 비단으로 만든 와구,  또 온갖 신묘한 꽃이 있었으니 이른바, 우발라화·구모나화·분나리가화·만나라화·마하만나라화·만수사화·마하만수사화·우담바라화 등이며, 또 온갖 수목의 꽃들이 있었으니, 첨파가화·가라미라화·파타라화·아저목흘다가화·부율사가설화·군치화·소마나화·마리가화 등이며, 그리고 원앙새와 백학과 사리가 있어 나르고 따랐으며, 또 온갖 잎사귀가 있었으니, 청·황·적·백·홍·파지가의 색 등이며, 또 여러 가지 진귀한 과일이 있었느니라. 이러한 공양물을 가지고 바라내대성으로 가서 법사가 있는 곳에 이르러 머리와 얼굴을 발에다 대고 예를 올렸다. 그 법사를 바라보니 계행을 지키지 않고 위의가 없으나, 가지고 간 산개, 공양구와 향·꽃·의복 등 장엄한 물건으로써 크게 공양 올리고 나서, 합장하여 그 법사 앞에서 말하였다.

"큰 법장은 감로 맛의 창고이며, 깊고 깊은 법의 바다이며, 허공과도 같아서 모든 사람들이 그대의 설법을 들을 것입니다. 천룡·야차·언달바·아수라·아로나·마호라벽·사람·비인(非人)들도 그대가 법을 설할 때 모두 다 와서 그대의 설법을 들을 것입니다. 큰 금강과 같아서 유정들로 하여금 얽매이게 하는 윤회의 과보로부터 유정들을 해탈케 하여, 그 유정들이 이러한 복덕을 얻도록 해주십시오. 이 바라내 대성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그대를 보는 까닭에 모든 죄가 다 소멸될 수 있으니, 마치 불로 숲의 나무를 태우는 것과 같습니다.

 여래응정등각께서 그대를 알고 계시며, 곧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보살들이 와서 그대에게 공양하고, 대범천왕·나라연천·대자재천·일천·월천·풍천·수천·화천·염마법왕과 사대천왕이 모두 와서 공양을 할 것입니다.”

 이 때, 법사가 말했다.

"선남자여, 그대는 희롱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진실로 성자를 구하여 세간에서 윤회와 번뇌를 끊어 없애고자 합니까?

 선남자여,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육자대명왕의 다라니를 얻으면, 이 사람은 탐진치의 삼독에 물들지 않는 것이, 마치 자마금보에 먼지와 때가 묻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다라니를 만약 몸에 지니는 자가 있으면, 이 사람 또한 탐진치의 병에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에 제개장보살은 그의 발을 잡고서 말했다.

"아직도 밝은 눈을 갖추지 못하여, 신묘한 도를 미혹하게 잃어버렸습니다. 그 누가 인도하여 주겠습니까? 저는 지금 법에 목말라 있사오니, 원하옵건대, 법미(法味)로써 구제하여 주소서. 지금 저는 아직 무상정등보리를 얻지 못하였사오니, 보리의 법종(法種)에 편히 머물게 하고, 색신(色身)이 청정하여 많은 선행을 무너뜨리지 않게 하며, 유정들로 하여금 모두 이 법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여러 사람들이 말했다.

"법을 아끼지 말고, 오직 원하오니, 법사께서는 우리들에게 육자대명왕법을 주셔서, 우리들로 하여금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시고, 마땅히 열 두 법륜을 굴려서 일체 유정들을 윤회의 고뇌로부터 제도하여 주소서. 이 대명왕법은 옛적에도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들로 하여금 육자대명왕다라니를 얻게 하소서. 구제해줄 사람도 없고, 의지할 곳도 없는 이에게는 믿고 의지할 곳이 되고, 어두운 밤중에는 밝은 횃불이 되소서."

 이 때, 그 법사가 말하였다.

"이 육자대명왕다라니는 얻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렵지만, 저 금강처럼 파괴할 수 없어서 위없는 지혜를 보는 것과 같고 다 함이 없는 지혜와 같으며, 여래의 청정한 지혜와 같고 무상해탈에 드는 것과 같아서, 탐진치와 윤회의 고뇌를 멀리 여의게 할 것입니다. 선정·해탈·삼마지·삼마발저와 같고, 일체법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서 항시 성중들이 사랑하고 즐거워 할 것입니다.

 만약 선남자가 여러 곳에서 해탈을 구하기 위하여, 온갖 외도의 법을 좇아 받든다면, 이른바 제석천을 공경하여 섬기거나, 혹은 백의파를 섬기거나, 혹은 금강동자를 섬기거나, 혹은 일천(日天)을 섬기거나, 혹은 대자재천·나라연천과 벽로라·나형외도를 섬겨서, 이와 같은 곳을 좋아하고 즐거워한다면, 그들은 해탈을 얻지 못하고, 무명과 허망함으로 헛되이 수행했다는 이름만 남길 뿐이고, 다만 스스로 피곤하기만 할 것입니다. 모든 천중과 대범천왕·제석천왕·나라연천·대자재천·일천·월천·풍천·수천·화천·염마법왕·사대천왕이 어째서 나의 육자대명왕을 구하느냐하면, 그들은 나의 육자대명왕을 얻으면 모두 해탈을 얻게 되는 까닭입니다.

 제개장보살이여, 일체 여래의 반야바라밀다의 어머니는 이러한 육자대명왕을 말씀하셨고, 일체의 여래응정등각과 보살들은 모두 다 공경하게 합장하여 예를 행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이 법은 대승 중에서 최상으로서 정순미묘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법은 모든 대승계경의 응송(應頌)과 수기(授記)·풍송(諷頌)·비유(譬喩)·본생(本生)·방광(方廣)·희법(希法)·논의(論議) 가운데서 얻어지게 되는 까닭입니다.

선남자여, 이 본모(本母)를 얻으면, 적정하여 해탈하게 되는데, 어찌 허물이 많겠습니까? 마치 깨끗한 벼곡식을 자기 집으로 거둬들여서, 그릇에 가득 차도록 채워 넣고 햇볕에 쬐여 말려서 찧고 부채질하여 그 등겨를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깨끗하게 찧은 쌀만을 거두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나머지 다른 유가(瑜伽)는 껍질과 같고, 모든 유가(瑜伽) 가운데 이 육자대명왕(六字大明王)은 깨끗하게 찧은 쌀과 같습니다.

 선남자여, 보살은 이 법을 원하기 때문에 보시바라밀다와 지계·인욕·정진·정려·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이 육자대명왕은 얻기 어렵고 만나기 어려우나, 단 한번만 염송하여도 이 사람은 마땅히 일체 여래에게 의복·음식·탕약과 앉을 때와 누울 때 쓰는 도구 등의 일체를 공양한 공덕을 얻을 것입니다."

 이 때에 제개장보살이 법사(法師)에게 말씀하였다.

"나에게 육자대명다라니를 주십시오."

 그 때, 법사는 정념으로 사유하고 있었는데, 허공에서 홀연히  소리가 나기를,

"성자(聖者)여, 이 육자대명왕을 주도록 하라."

 이 때 그 법사는 생각하였다.

'이 소리는 어디에서 나는 것인가?'

 허공에서 또 소리가 났다.

"성자(聖者)여, 이제 이 보살은 가행을 지극히 구하여 이 육자대명왕과 더불어 명합하여 감응코자 할뿐이니 이 육자대명을 주어야 할 것이니라."

 그 때 법사가 허공을 바라보니, 연화수(蓮華手) 연화길상(蓮華吉祥)이 마치 가을 달빛과 같은 색의 머리에 보관을 일체지(一切智)로서 뛰어나고 신묘하게 장엄하고 계셨다. 이러한 몸의 특상을 보고, 법사는 제개장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관자재보살마하살이 그대에게 육자대명왕다라니를 주라고 하셨으니, 그대는 마땅히 잘 들어야 할 것이오."

 그리하여 그는 합장하여 경건하게 이 육자대명왕다라니를 들었다. 가로되,


  『옴 마니 반메 훔』


 이 다라니를 그에게 줄 때, 그 땅이 모두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제개장보살이 이 삼마지를 얻을 때, 또 미묘혜삼마지를 얻었고, 자비삼마지와 상응행삼마지를 일으켰다. 이 삼마지를 얻고 나서 제개장보살마하살은 사대주 가운데 가득 찬 칠보로써 법사에게 받들어 공양하였다. 이에 법사는 말하였다.

"이제 공양한 것은 아직 한 글자의 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어찌 육자대명을 공양했다고 하겠는가? 그대의 공양을 받지 않겠소. 선남자여, 그대는 곧 보살이며 성자이지, 비성자(非聖者)가 아니오."

 그 제개장보살은 다시 값비싼 백 천의 진주영락으로써 법사에게 공양하였다. 그 때에 그 법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내 말을 잘 들으시오. 그대는 이것을 가지고 석가모니여래응정등각께 공양하시오."

 이 때, 제개장보살은 머리와 얼굴을 법사의 발에다 대어 예를 올리고 나서, 이미 만족함을 얻었기에 그를 작별하고 떠났다. 그리고 다시 기타림원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고서 예를 올렸다.


            (6) 준제진언을 설하시다


 그 때에 세존 석가모니여래응정등각께서는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얻은 바가 있음을 알고 있노라."

 제개장보살이 말했다.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때에 칠십 칠 구지의 여래응정등각께서 모두 와서 모이셨는데, 그 모든 여래께서는 모두 함께 다라니를 말씀하셨다. 가로시되,


 『나무 삿다남 삼먁삼못다 구치남 단야타

옴 자례주례 준제 사바하』


 칠십 칠 구지의 여래응정등각께서 이 다라니를 설하실 때에, 저 관자재보살의 몸에 한 털구멍이 있었으니 일광명(日光明)이라 이름하였으며, 이 안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보살들이 있었다. 그 일광명이라는 모공 안에는 또 일만 이천개의 금산(金山)이 있으며, 그 하나 하나의 산마다 각각 1천 2백개의 봉우리가 있고, 그 산의 둘레는 연화색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그 주위에는 천상의 마니보로 이루어진 마음에 드는 동산과 숲이 있고, 또 온갖 하늘 못이 있으며, 또 무수한 백 천만의 금보(金寶)로 장엄한 누각이 있고, 그 위에는 백 천의 의복과 진주로 된 영락이 걸려 있으며, 그 누각 안에는 미묘한 여의보주가 있어서, 그 모든 보살마하살들에게 필요한 일체의 자구(資具)를 공급하게 된다. 보살들은 그 누각 안으로 들어가서 육자대명다라니를 염송하니, 이때 열반지(涅槃地)를 보고, 그 열반지에 이르러서는 여래를 뵈었으며, 관자재보살마하살을 뵙고는 마음에 환희심이 일어났다. 이에 보살들은 그 누각에서 나와 경행처(經行處)로 갔는데, 그 안에는 온갖 보배의 동산이 있고, 또 목욕하는 못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또 연화색 보배산에 가서 한 쪽에 결가부좌하고 삼매에 들었다. 이와 같이, 선남자여, 보살들은 저 관자재보살의 털구멍에 머물고 있다.

선남자여, 또 털구멍이 있으니 제석왕(帝釋王)이라고 이름한다. 그 안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불퇴전보살들이 있으며, 그 제석왕의 털구멍 안에는 또 팔만의 천금보산(天金寶山)이 있고, 그 산에는 연화광(蓮華光)이라 이름하는 여의마니보(如意摩尼寶)가 있어서, 그 보살들은  마음에 생각하는 대로 모두 성취함을 얻는다. 언제든지 저 보살들이 그 산중에서, 만약 음식을 생각하면 만족되지 않음이 없고, 윤회와 번뇌의 고뇌가 없으며, 항상 그 몸을 사유하고 다른 생각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또 털구멍이 있는데, 대락(大樂)이라고 이름한다. 그 안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초발심보살이 있고, 선남자여, 그 털구멍에는 구만 구천 개의 산(山)이 있으며, 그 산에는 금강보굴·금보굴·은보굴·제청보굴·연화색보굴·녹색보굴·파지가색보굴이 있고, 이와 같은 산왕(山王)에 팔 만개의 봉우리가 있으며, 그 위에는 마음에 드는 온갖 마니보주와 오묘한 보배로 장엄되어 있고, 그 봉우리 안에는 언달박의 무리들이 있는데 항상 음악을 연주하며, 그 초발심보살들은 공(空)·무상(無相)·무아(無我)와 생로병사의 고통과 사랑하는 것과 떨어지는 고통과 원망하고 증오하는 고통과 아비지옥에 떨어지는 고통, 흑승지옥에 떨어지는 모든 중생들의 고통, 아귀계에 떨어지는 모든 중생들의 고통등을 사유하느니라. 이와 같이 사유할 때는 결가부좌를 하고 삼매에 들어서 그 산중에 머물고 있느니라.

선남자여, 또 한 털구멍이 있으니, 궤화왕이라고 이름한다. 이 안에는 무수한 백 천만 구지 나유다의 연각들이 있어 화염광(火焰光)을 나타내며, 그 털구멍에는 백 천만의 산왕(山王)이 있고, 그 산왕들은 칠보로 장엄되어 있으며, 또 여러 가지의 겁수(劫樹)가 있는데, 잎은 금은으로 되어 있고, 무수한 온갖 보배로써 다양하게 장엄되어 있으며, 위에는 보관(寶冠)과 귀걸이, 의복과 갖가지의 영락이 걸려 있고, 여러 보배방울과 교시가의 옷을 달았으며, 또 금은으로 된 보배방울이 있어서 그 흔들리며 나는 소리가 뎅그랑 뎅그랑 울렸다. 이러한 겁수(劫樹)가 산중에 꽉 차있고, 무수한 연각들이 그곳에 머물면서, 항상 계경(契經)·응송(應頌)·수기(授記)·풍송(諷頌)·비유(譬喩)·본생(本生)·방광(方廣)·희법(希法)·논의(論議)와 같은 법을 설하였느니라.

 제개장보살이여, 때가 되면 연각들이 그 모공으로부터 나오게 된다. 맨 마지막에 한 모공이 있는데, 번왕(幡王)이라고 이름한다. 넓이가 팔만 유선나이며, 그 안에는 팔만 개의 산(山)이 있는데 온갖 오묘한 보배와 마음에 드는 마니보주로써 장엄하였고, 그 산왕에는 무수한 겁수(劫樹)와 무수한 백 천만의 전단향수와 무수한 백 천만의 큰 나무들이 있으며, 또 금강보배의 땅이 있으며, 또 아흔 아홉 채의 누각이 있는데, 그 위에는 백 천만의 금보와 진주, 영락과 의복을 걸어 두었다. 그 모공에서 이와 같은 것들이 나타나느니라."

이렇게 제개장보살을 위한 말씀을 마치셨다.


             (7) 업보의 인연을 설하시다


 이 때에 부처님께서 아난다(阿難陀)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업보를 알지 못하면, 정사(精舍) 안에서 코를 풀거나 침을 뱉거나, 대소변 등을 보는 자가 있을 것이다. 이제 너를 위하여 설하리라. 만약 항상 머물러 지내는 곳에 코를 풀거나 가래침을 뱉으면, 이 사람은 사라수에 태어나 침구충(針口蟲)이 되어 12년을 지내야 하느니라. 만약 상주하는 곳에 대소변을 보면, 이 사람은 바라내 대성의 대소변 중에 예오충(穢汚蟲)으로 태어날 것이니라. 만약 상주하는 곳의 사사로이 사용하는 칫솔을 쓰게 되면, 귀어(龜魚)나 마갈어(摩竭魚) 중에 떨어져서 태어날 것이며, 만약 상주하는 곳의 기름·삼베·쌀·콩 등을 도둑질하게 되면, 아귀도에 떨어져서 머리카락이 엉클어지고 몸의 털은 모두 곤두서고, 배는 산(山)과 같이 크고, 그 목구멍은 바늘구멍과 같으며, 타고 말라서 단지 해골만이 남는데, 이 사람은 이러한 고통의 과보를 받느니라."

"만약 승단과 승려를 경만하게 되면, 이 사람은 당연히 빈천한 집에 태어날 것이며, 태어나는 곳에 따라서는 불구의 몸으로 꼽추나 키가 작고 얼굴이 못생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몸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는 곳에서는 병이 많아 아프고 손발이 굽어 펴지지 않으며, 고름피가 그 몸에 흘러내리고 육신의 살은 말라 떨어질 것이다. 백 천만 년을 지나도록 이러한 고통의 과보를 받을 것이니라."

"만약 상주하는 곳의 땅을 도둑질하여 사용하게 되면, 대호규지옥에 떨어져서, 입은 쇳덩어리를 물고, 입술과 치아는 끊어지고 부러지며, 목구멍은 모두 다 타버려서 문드러져 헐며, 심장과 간장, 창자와 위와 온몸이 불로 그슬려 태우는 것과 같이 된다. 이 때에 어떤 비구가 말했다.

 '업(業)의 바람이 그에게 불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거기에서 염마옥졸들이 죄인을 잡아 몰고 가는데, 그 자신의 업감에 의해 커다란 혀가 생기고, 백 천만의 쇠쟁기로써 그 혓바닥을 간다. 이러한 고통의 과보를 받으며 수천만 년을 지낸 후에 이 지옥으로부터 나와서는 또 대화확지옥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에서도 염마옥졸들이 죄인들을 잡아다가 백 천만개의 바늘로써 그 혓바닥을 찌르고, 업력 때문에 다시 살아나면, 불구덩이로 몰고 가서 그 가운데 던져 넣어도 죽지도 않는다. 또 몰고 가서 내하(奈河)에 던져 넣어도 또한 죽지 않는다. 이와 같이 전전하여 또 다른 지옥에 들어가서 삼겁을 지내고, 이 사람은 다시 남섬부주의 빈천한 집안에 태어나서 그 몸은 장님이 된다. 이러한 고통의 과보를 받는 것이니, 삼가 상주지의 재물을 도둑질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만약 비구가 계율을 지키려면 마땅히 삼의(三衣)를 수지(受持)하라. 만약 왕궁에 들어갈 때에는 마땅히 제일(第一)의 대의(大衣)를 입어야 하며, 만약 항상 대중 가운데 있으면 마땅히 제이(第二)의 의복을 입어야 하며, 만약 일을 할 때나 혹은 마을에 들어가거나, 혹은 성안으로 들어가거나, 혹은 길을 갈 때는 당연히 제삼(第三)의 의복을 입어야 한다. 비구는 마땅히 이와 같이 세 종류의 옷를 수지해야 하느리라.

 만약 계(戒)를 얻고, 공덕을 얻고, 지혜를 얻으려면, 내가 비구에게 설하노니, '마땅히 이러한 계(戒)를 지키고,. 상주지의 재물을 도둑질하지 않아야 하느니라. 비유하자면 마치 불구덩와 같은 상주지요, 독약과 같은 상주지라. 무거운 짐이나 독약과 같은 것은 능히 구원하거나 치료할 수가 있지만, 만약 상주지의 물건을 도둑질하게 되면 구제할 수가 없느니라."

 그 때에 구수(具壽) 아난다(阿難陀)가 세존께 사뢰어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가르치고 경계하신 것처럼 마땅히 행학[行學]을 갖추겠습니다. 만약 바구가 나쁜 업을 따로따로 해탈하는 법을 수지하려면, 마땅히 세존의 계율에 잘 안주하여 수호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 때에 구수 아난다는 부처님의 발에 정례하고, 부처님의 주위를 돌고 나서 물러갔다. 그 때 모든 대성문도 물러나 각각 본처로 돌아가고, 일체 세간의 천·용·야차·언달박·아수라·벽로라·긴나라·마호라아·인·비인 등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기쁘게 그 가르침을 믿고 받아들이고서는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끝>

출처 : 현이네 집
글쓴이 : 청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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