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종합 게시판

[스크랩] 성 안내는 그 얼굴에 부드러운 말 한마디

慧蓮혜련 2015. 12. 12. 13:38

성 안내는 그 얼굴에 부드러운 말 한마디


    -단양 광덕사 회주 혜인스님-

    가정과 사회와 나라를 불국토로 만들려면 하심(下心)을
    하면서 자비를 실천하면 됩니다. 모든 부처님께서 대자비와
    하심을 통하여 그분들의 불국토를 이루어 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범부인 우리에게는 무연(無緣)의 대자비를 실천하기가
    쉽지도 않고, 남을 부처님처럼 떠받드는 하심을 완성하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 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면상무진공양구(面上無瞋供養具)
    구리무진토묘향(口裡無瞋吐妙香)
    심리무진시진보(心裡無瞋是眞寶)
    무염무구시진상(無染無垢是眞常)


    이 게송은 문수동자께서 당나라 무착(無着)선사에게 일러준
    것입니다. 그런데 이 게송 속의 '성 안내는 그 얼굴'과 '부드
    러운 말 한 마디'야말로 우리가 능히 실천할 수 있고, 가정과
    사회와 나라를 불국토로 바꾸어 놓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입니다.

    '성 안내는 그 얼굴(面上無瞋)'을 바꾸어 이야기하면 '미소
    짓는 얼굴'입니다. 성내고 짜증내는 얼굴이 아니라 미소를
    지어주는 것이 최상의 공양이요 불공이라는 것입니다.

    실로 미소야말로 대인관계에 있어 최고의 선물입니다.
    대화를 하거나 침묵 속에 있거나,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한국사람, 외국사람 가릴 것 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나 따뜻한
    미소, 친절한 미소를 지어보십시오. 참으로 상대로 하여금
    고마움과 환희를 느끼게 합니다.

    마음밭에 잡초의 씨를 뿌린 사람은 무성한 잡초들과 씨름하게
    되고, 아름다운 꽃씨를 심고 유실수의 씨를 심은 사람은
    아름다운 꽃과 값진 열매를 수확하게 되듯이, 따뜻한 미소로
    남에게 편안하고 흐뭇하고 감사하는 마음의 씨를 심게 해주면
    엄청난 결과가 '나'에게로 되돌아 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나'의 따뜻한 미소가 다른 이에게 확산되어
    모든 이들이 미소를 짓게 되면, 그 땅이 어디겠습니까?
    바로 극락과 같은 불국토입니다. 이 자리가 차츰 불국토로
    바뀌는 것입니다.

    또한 이 미소에다 부드러운 말 한 마디를 보태면 금상첨화가
    됩니다. '부드러운 말' 이란 정직하고 진실한 말이요,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는 화목한 말이며,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대인관계에 있어 악담이 아닌
    덕담을 하자는 것입니다.

    실로 모양없는 덕담 한 마디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인생의 큰 힘이 될 수가 있습니다. 동시에 무심코 내 뱉은
    악담 한 마디가 듣는 사람에게 큰 상처로 남아 오래오래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말하는 사람은 무심코 내뱉는데, 당하는 사람은 쉽게
    잊지를 않습니다. 다음부터 존경은커녕 만나는 것조차 싫어
    하게 됩니다.

    또 남의 잔치나 큰 행사에 가서 덕담보다는 잘못된 것을 굳이
    지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령 서예 전시회를 갔다면
    당연히, "훌륭하십니다. 어떻게 이 많은 대작들을 준비하셨
    습니까?" 하면서 덕담을 나누고 축하를 해주어야 할 자리에서,
    오자를 찾아낸다거나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쩌면 상대에게 큰 상처가 된다는 것도 잊은 채....

    비판은 비판할만한 장소에서 해야 합니다. '나'의 아상(我相)을
    못 버려, 축하의 자리에서 하는 비판은 서로를 등지게 합니다.
    그러므로 꼭 일러줄 것이 있더라도 둘만이 있을 때로 미루어야
    하며, 그것도 '나'의 아상이 아니라 상대방의 향상(向上)을
    위하고 발전을 위한 충고여야 합니다.

    상처를 주지 않는 덕담! 상대를 살려주는 덕담!
    이것이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큰 힘이 됩니다.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실수를 너그럽게 넘겨주는 덕담이야말로,
    '나'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상대를 내사람으로 만드는 바탕이
    됩니다.

    가령 며느리가 설거지를 하다가 그릇 두 개를 깨었다고 합시다.
    그때 시어머니가 "조심성 없는 것! 그 그릇이 얼마짜리인 줄
    아느냐?" 고 하는 것과, "손은 다치지 않았느냐? 나는 시집
    살 때 그릇 다섯 개를 한꺼번에 깨뜨린 적도 있었다"며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것과는, 앞으로의 관계가 천양지차일 것입니다.

    미소와 부드러운 말 한 마디!
    이것이 상대에게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켜 줍니다. 상대방의
    머리와 가슴 속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처세술이요 보살의 길입니다.

    미소를 짓는 것과 부드러운 말을 하는 것은 힘이 들지도
    돈이 들지도 않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됩니다. 자비심을 품고
    하심하여 나의 굳은 마음을 부드럽게 바꾸면 됩니다.
    가정의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직장의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이웃과 주변사람들에게 이제까지 근엄하고 무서운 얼굴을
    취하고 억센 말을 하였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미소 띤 얼굴에
    부드러운 말로써 대해보십시오.

    차츰 행복하고 따뜻한 온기가 가득해질 것입니다.

    -월간 [법공양]12월호에서-
출처 : 나무아미타불
글쓴이 : 정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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