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향기/윤회와 인과법

[스크랩] 인과, 인연, 상의상관, 연기법

慧蓮혜련 2009. 4. 17. 08:30
불교의 진리관 - 인과, 인연, 상의상관, 연기법

1. 진리성에 대한 부처님의 근본 입장

어떤 견해가 진리이려면 그것은 보편성과 타당성을 지녀야 한다. 부처님 당시 인도의 종교·사상계는 크게 유신론과 숙명론 및 유물론적 진리관이 존재하였다 ( 위의 "불교의 인간관" - '육사외도' 참조 )

* 유신론 : 인간과 세계의 모든 것이 절대적인 창조신에 의해 창조되고 이루어진다.
* 숙명론 : 신이 아닌 숙명적인 원리에 따라 인간의 삶과 세계의 전개 등이 지배되고 좌우된다.
* 유물론 : 인간과 우주의 모든 것이 오직 물질의 우발적인 결합에 지나지 않는다.

이 세 가지 견해(三種外道의 '결정론')는 우주 현상에 대해 부분적인 설명은 가능하지만, 인간 죄악의 책임이 신과 숙명과 물질의 우발적 결합에 전가되기 때문에 인간 죄악의 책임문제에 대한 해명이 불가능하다. 신, 숙명, 물질에 대한 구체적 정보의 진실성을 체험할 수 없으며, 따라서 검증 가능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 부처님 견해 - 부처님은 당시의 모든 사상가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삶이 인간 외적인 것에 의해 통제되고 결정된다는 점에서 일치점을 발견하였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인간이란 철저히 자유 의지적 존재'라고 역설하였다

"어떤 종교사상도 궁극적인 것은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즉 일관된 것이고, 탐진치(貪嗔癡)를 떠난 것이고 , 합리적인 것이고, 편듦과 대립함이 없는 것이고, 희론(戱論)을 떠난 것이어야 한다" 《사자후경(獅子吼經》

* 부처님 설법에서 '일관과 합리'는 '타당성', '편듦과 대립 없음'은 '보편성', '희론 떠남'은 '검증 가능성'에 대한 요청이었다. 진리성 주장에 있어서 부처님의 기본 입장은 보편 타당성과 검증 가능성을 갖추는 것이었다.


2. 법칙성의 존재와 다르마

법칙성(法性, dharmata)은 보편·타당성과 검증 가능성을 지닌 '진리'를 뜻하는 불교적인 용어이다. 불교를 '진리에 대한 깨달음의 종교'라고 규정할 때 진리는 법칙성을 뜻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일체의 존재들이 생멸변화(生滅變化)하고 이합집산(離合集散)하여 항구불변(恒久不變)하는 것은 없다고 가르친다〔제행무상(諸行無常)〕

그런데 일체 존재 사이에는 일정한 법칙이 상주(常住)한다. 즉,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인과(因果)의 법칙이, 사물의 생멸변화에는 인연화합(因緣和合)의 법칙이, 그리고 존재와 존재 사이에는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의 법칙이 존재한다. 이처럼 제행무상의 존재 속에 상주하는 이 법칙의 존재야말로 더욱 중요한 사실이다. 부처님은 바로 이러한 일체 만물의 존재 원리를 깨달았으며, 이 깨달음의 세계를 법으로 남기신 것이다.

이러한 법칙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들을 법(法, dharma)이라고 부른다. 다르마는 'dh (∼을 지니다)'라는 동사 어근에서 나온 명사이므로, '모든 존재에 공통된 법칙성을 지니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불교의 제법에 대한 이해는 여러 측면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살필 수 있다.

(1) 횡적 분류 : 일찍이 사리불 존자는 제법을 열 가지로 분류하였다.

①다작법(多作法, 많이 실천해야 할 법) ②수행법(修行法) ③편지법(偏知法, 완전히 알아야 할 법) ④사단법(捨斷法, 제거해야 할 법) ⑤퇴전법(退轉法, 선하고 바른 것에서 물러나지 않게 하는 법) ⑥증장법(增長法, 선하고 바른 것이 늘어나게 하는 법) ⑦난해법(難解法, 꿰뚫기 어려운 법) ⑧응기법(應起法, 마땅히 발생시켜야 할 법) ⑨증지법(增知法, 잘 알아야 할 법) ⑩응증법(應證法, 마땅히 증득해야 할 법) ⇒ 부파 불교 시대의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에서는 5位75法으로 분류함〔5위 : ①색법(色法, 물질세계) ②심법(心法, 마음) ③심소유법(心所有法, 마음에 부속된 법) ④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 관계 또는 세력 등의 법) ⑤무위법(無爲法) 〕⇒ '유식학파(唯識學派)'에서는 5위100법으로 제법 분류를 수정 보완함

(2) 종적인 법문(法門 = 다르마의 체계)

부처님께서는 제법에 대한 이해를 종적인 법문에 입각해야 함을 강조하신다 "법문은 여러 개별적인 법들이 집합된 하나의 전체다. 개별적인 것을 통해 전체를 파악하지만 전체가 파악되기 전에는 그 개별적인 것도 완전히 알았다고 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법들은 그들이 소속되어 있는 어떤 전체 속에서 비로소 정확한 이해가 가능해지는 성격을 지닌다." ( 南傳 增支部,《오법부(五法部)》)

부처님이 파악하여 설하신 법들에는 모두 여섯 단계의 법문이 존재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①십이처·십업설(十二處·十業說) ②육육법설(六六法說) ③오온·사제설(五蘊·四諦說) ④십이연기설(十二緣起說) ⑤육바라밀설(六波羅蜜說) ⑥일불승설(一佛乘說)이다.


3. 인과율, 인연의 법칙, 상의상관성

(1) 인과율(因果律)

인과율은 십이처(우주의 일체 존재가 십이처에 포섭된다 → 인간의 의지에 의해 존재와 삶이 전개된다)를 구성하는 주체적 인간[六根-眼耳鼻舌身意]과 객체적 대상[六境-色聲香味觸法] 사이에 필연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다. 인간은 능동적 작용을 일으키는 의지를 갖고 있으며, 그런 작용이 가해지면 대상은 그에 상응한 필연적 반응을 보이게 된다.

이는 인간과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도 성립한다. 즉 인간의 의지적 작용이 원인(hetu)이 되어 대상의 필연적 반응이 결과(phala)로서 따르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그런 의지적 작용을 '업(業, karma)'이라 부르고, 이에 대한 대상의 필연적 반응을 '보(報, vipaka)'라고 한다. 인과업보(因果業報)나 업인과보(業因果報 → 개인 및 사회윤리의 기초)는 이렇게 하여 성립한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우리의 경험세계 속에서 일체의 존재들에는 시간적·공간적이든 인간존재의 내면·외면이든 인과율이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시공을 초월하여 존재하므로 보편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중생과 중생', 중생과 자연' 사이의 관계에서 현실적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선인선과'라는 업인과보의 바람직한 방향성에 대한 믿음과 실천의 차원에서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또한 '무한한 시간과 공간'의 문제는 '윤회'의 개념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회의 주체, 과보의 방법, 전생에 대한 기억' 등에 대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해명의 문제는 남는다. 이 역시 믿음(信)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2) 인연(因緣)의 법칙

일체 존재는 질적인 변화를 보이는데, 이 변화에 적용되는 법칙성이 바로 인연의 법칙이다. < 예 : 우유[질료인, 인(因)] → 발효조건[연(緣)] → 치즈[과(果)] / 포도주[인] →발효조건[연] →포도식초[과] > 사물의 변화에는 인과 연의 두 가지 조건이 갖추어지는 것을 '인과 연의 화합'이라고 부른다. 일체 존재의 변화에는 필연적으로 이 두 가지 조건이 화합해야 한다. 따라서 일체 존재가 인연의 법칙에 의해 변화한다는 것은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며, 우리의 경험세계 속에서 검증 가능한 것이다.

(3) 상의상관성(相依相關性)

인과율 또는 인연의 법칙에 의해 어떤 결과가 발생하면 그 결과는 다시 그를 발생시킨 원인을 포함한 다른 모든 존재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다시 미친다. 즉, 단순한 결과로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원인이 되고 '연'이 되어 다른 존재에 관계하는데, 이러한 관계를 상의상관성이라고 한다.

실제로, 남을 떠나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절대적 자재자(自在者, 신, 바라문교의 브라만 등)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보편적 생각이다. 거대한 우주로부터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서로 원인과 결과의 순환 고리 속에서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 우리의 인식범주에서 보편 타당성을 갖는 것이다.


이상에서 '인과율, 인연의 법칙, 상의상관성'이라는 법칙성을 살펴보았는데, 모두 보편 타당성과 검증 가능성이라는 진리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부처님의 진리 추구에 대한 일관성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4. 연기의 법칙과 십이연기의 진리성

(1) 연기(緣起)의 법칙

연기의 법칙은 부처님께서 인과율과 인연의 법칙과 상의상관성이라는 세 가지 법칙성을 통합하여 하나의 법칙성으로 깨닫고 발견하신 것이다. 이는 세 법칙의 단순한 통합이 아니라 그들을 요소로 하여 고도로 정밀하게 포괄하는 최상의 법칙성인 것이다. 나아가 연기의 법칙은 인간 존재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진리적인 규명을 근본적인 목표로 하면서, 무엇보다 인간의 의지적이고 자발적인 활동을 모든 변화와 사건 전개의 근본원인으로 삼고 있다. ("불교의 인간관" 참조)

위의 세 가지 법칙을 통합한 연기의 법칙을 나타내는 전형적인 교설의 표현은 다음과 같다. "차유고피유 차생고피생 차무고피무 차멸고피멸(此有故彼有 此生故彼生 此無故彼無 此滅故彼滅" 《잡아함(雜阿含)》 ( 此 : 六根, 인식주체 / 彼 : 六境, 인식대상 )

* 부처님 : 존재의 한계상황(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 [一切皆苦] → 출가 → 선정+고행 → '緣起法'을 깨달음

(2) 십이연기의 진리성

일체 존재에는 인과율과 인연의 법칙 그리고 상의상관성의 개별적인 법이 다시 전체로 통합되는 법칙성이 존재한다. 제법(諸法)의 실상에 대해 아는 것을 불교에서는 지혜(智慧, 般若, prajna)라고 한다. 그리고 부처님은 법칙성을 체득한 지혜를 명(明, vidya)이라고 불렀다. 이 명의 유무는 인간의 존재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무상(無常)한 존재 속에서 상주(常住)하는 법칙성을 발견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존재방식이 동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불교의 해답은 십이연기설로 제시되고 있다.

①무명(無明, 존재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대한 역전의 상태) → ②행(行, 역전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결합작용) → ③식 識, 결합작용이 일어나기 전·후를 완전히 다른 존재로 식별하는 것) → ④명색(名色, 비물질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이 공존하는 상태) → ⑤육처(六處, 六根, 물질·비물질적인 것을 바탕으로 개체의 주관성이 확립되는 단계) → ⑥촉(觸, 이미 발생한 다양한 존재들의 부딪힘, 육근 육경 육식이 화합하는 것) → ⑦수(受, 자신의 존재에 대한 총체적인 느낌을 통한 확인, 접촉을 통한 감수작용) → ⑧애(愛, 苦·樂·不苦不樂 중에서 즐거운 느낌에 대한 갈애) → ⑨취(取, 갈애의 대상을 자기화하는 행위) → ⑩유(有, 취해진 대상이 자기가 되어 버린 것) → ⑪생(生, 오온(五蘊)과 육근이 나타남) → ⑫노(老)·사(死, 오온과 육근의 붕괴)·우(憂)·비(悲)·뇌(惱)·고(苦)

이상의 십이연기는 죽음의 구조와 실상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최종적인 해명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무명에서 생사의 괴로움이 연기하게 되는 과정을 유전문(流轉門, 順觀)이라 부르고, 무명의 멸에서 생사의 괴로움이 멸하게 되는 과정을 환멸문(還滅門, 逆觀)이라고 부른다.

과거칠불(비바시불~석가모니불)은 모두 보리수 아래에서 십이연기를 역·순으로 관찰해서 깨달았다고 한다. 역관은 현실(생사)의 관찰에서부터 심화되어 깨닫는 것이고, 순관은 깨달음에 입각하여 생사의 발생 과정을 밝혀주는 설명적 교설이라고 할 수 있다.

십이연기설은 인간 죽음의 근본원인을 법칙성에 대한 무지에 두고 있다. 따라서 생사의 근본적인 극복은 이른바 법칙성에 대한 인간의 무지인 무명의 멸진(滅盡)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부처님의 연기법에 대한 깨달음은, 인간의 죽음은 신의 의지나 숙명에 의한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자신의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일깨우는 것이다. 또한 부처님은 "연기법은 여래의 출현과 관계없이 상주(常住)요 법주(法住)요 법계(法界)이며, 여래는 다만 이 법을 자각하여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 중생에게 설하는 것이다 -《잡아함》"라고 하였다.

십이연기설은 초기 경전에 설해진 가장 심오한 법문이며, 오온·십이처·생사 등의 여러 가지 법이 통합되어 있으며, 연기법에는 인과·인연·상의상관 등의 진리에 바탕한 불교의 개념이 모두 포섭되어 있다. 이 모든 법문이 지니는 진리성에 대한 이해는 논리적이고 합리적 사고의 차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수행 정진의 실천 과정 속에서 체득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 불자의 수행 정진 - 믿음과 이해와 실천과 깨달음의
출처 : 나무아미타불
글쓴이 : 가릉빈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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