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에 걸린 무량심 보살
일타스님 글
대구에 살았던 무량심(無量心)보살은 일찍이 남편과 사별(死別)을 하고 외동딸을 키우며 살았습니다.
딸이 영남대학교를 졸업하고 독립하여 미용사가 되었을 무렵, 그녀는 위암에 걸렸습니다.
그것도 병원을 찾았을 때는 위암 3기에 접어들어 2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개월의 시한부 생명....
무량심 보살은 그날부터 내가 있는 지족암으로 와서 부처님께 기도하고 참선을 하였습니다.
그녀는 죽음을 자연스러운 일인양 너무나 천연스럽게 받아들였고, 한 생각을 쉰 사람처럼 담담하게 생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 전에 앉아 깜빡 졸았는데,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법당 안으로 들어오더니 바닥에 누우라고 했습니다.
시키는 대로 하자 순간적으로 자신의 배를 가르고 위장에 붙은 혹들을 도려냈습니다.
그리고는 배 위에 손을 얹자 갈라진 배가 원래처럼 붙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수술시간은 불과 10초도 걸리지 않은 듯했습니다.
무량심 보살은 너무나 상쾌함을 느끼며 깨어났고, 그뒤 10여 년 동안 아무 탈없이 살다가 죽었습니다.
내친 김에 조금 더 무량심 보살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녀는 살아 생전 나를 찾아오면 늘 "내생에는 스님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의 딸이 꿈을 꾸었습니다.
그 질녀가 차를 타고 대구 시내의 명덕 로타리를 지나는데, 이모인 무량심 보살이 개끗한 옷을 입고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모님, 왜 여기에 계십니까?"
"글쎄 말이다. 어디로 가기는 가야겠는데 탈 차가 마땅치 않구나."
"어서 제 차를 타세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이렇게 이모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꿈을 꾼 직후 그녀는 임신을 하였고 딸을 낳았습니다.
그 딸은 이모인 무량심보살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사실 무량심 보살이 꿈속에서 '탈 차가 마땅치 않다'고 한 그 차는 딸을 가리킨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의 딸 선도행은 자궁에 이상이 있어 아기를 가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곧 무량심 보살은 외동딸 선도행의 아기로 태어나고 싶었지만 딸의 신체적 이상 때문에 그 차를 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때문이지 새로 태어난 아기는 이모인 선도행만 가면 막 울다가다 기어가서 안기며 좋아했고, 달려들어 갖은 재롱을 피우곤 하였습니다.
현재 그 아기는 세 살 정도 되었고, 지금도 선도행을 부모보다도 더 따른다고 합니다.
무량심 보살의 이야기는 기도의 영험과 윤회의 실체를 우리에게 함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만일 그 아기가 자라 출가한다면 무량심 보살이 스스로 부처님 앞에서 세운 원(願)과 같이 한평생 도를 잘 닦으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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