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복과 가피력
(그대의 힘이 모자라니)
불교를 논하는데 있어서 조금은 배웠다는 사람들이나, 불교에 대한 학문적인
지식이 늘고 절에 드나 들며 보고 익힌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심지어 스님들 가운데도 기복적인 불교의 모습과 요소를 폄하하고 낮추어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글은 기복 불교를 옹호 하고자 하는 글은 아니지만, 위와 같은 소견들을
가지고 기복적인 신앙을 비판하는데서 시작해 우리 불교가 갖는 고유의 아름다운
정신인 불보살의 가피력조차 가벼이 보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같이 한번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 몇자 적어 보려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삼귀의를 옛 의식문으로 보면, 귀의불 양족존이라 하는데
풀이하여 부처님께 귀의하는데 부처님은 두가지를 구족하신 존귀한 분이라는
의미와, 두발을 가진 존재 가운데 존귀한 분이라는 두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번째 의미인 두가지를 구족하셨다는 말씀은 복덕과 지혜 두가지를 가리키는
말로 부처님은 복덕과 지혜 이 두가지가 완전히 구족하신 분이라는 의미입니다.
과거 일반적인 불자들의 신행 형태는 복덕을 비는 기복적인 성향이 두드러 지고
요즘의 신앙 형태는 지식과 수행 위주로 깨달음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나타나는데
불교는 어느 한곳으로 편중되거나 치우치지 않는 중도 제일주의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기복이나 작복을 통한 복덕의 성취가 필경에는 지혜를 성취하는데 있어서
새의 양날개와 같은 역할을 함을 간과하지는 말아야 할것입니다.
복을 짓지는 않고 지혜에 치우치면, 지혜는 늘어도 마른 지혜 (乾慧간혜)에 그치
기 쉬운 것이고, 지혜는 닦지 않고 복 짓는 일은 자칫 무명을 더하는 일이 될수
있음을 선사들이 누누이 강조하시는 바가 다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한가지 예를 들어, 우란분절이나 백중이라 불리는 칠월 보름은 목련존자가 돌아
가신 어머니를 고통스런 세계로부터 구해 냈다 하여목련재일이라고도 불리는 날
입니다.
목련 존자는 크게 깨달아 아라한과를 증득한 성자로서 신통이 뛰어 난 부처님의
제자인데 이미 돌아 가신 어머니 청제 부인이 평소에 선행을 많이 쌓고 공덕을
많이 지어 천상에 나셨으리라 생각하고 어머니를 찾아 보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업력에 이끌려 고통스런 세계에 나 계심을 알게 됩니다.
자신의 신통과 능력으로 어머니를 벗어나게 하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목련은 마침내 부처님을 뵙고 어머니가 겪는 고통을 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여쭙게 됩니다
부처님은 목련에게
칠월 보름 백중 날은 시방의 모든 현성들과 청정한 수행자들이 여름 공부를 마치
시는 날로 그분들이 지은 지혜와 복덕의 힘만이 어머니를 구해 낼수 있음을 일러
주시며 갖가지 공양구를 마련하여 공양 올리고어머니를 위하여 축원하여 주십사
청하라 하니,
마침내 목련 존자는 부처님의 인도를 따라 어머니를 고통스런 세계로부터 벗어나
시게 하여 드리는 효행을 닦습니다
아주 간단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목련의 힘이 부족하지만,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청정한 수행자들의복덕과 지혜를 빌어 오기 위하여 갖가지 공양물을 준비하여
어머니를 위해 추선의 공덕을 지으라 하시는 부처님의 말씀에 착안하여야 할 것
입니다
결국 승가에 공양 올린 목련의 효행의 힘과 청정한 승가 대중들의 복덕과 지혜가
합하여서 힘이 부족하던 목련 존자는 자신이 목적한 바를 성취하게 되는 것이니
이것을 복을 비는 것이라 해도 좋고, 복을 짓는 것이라 해도 크게 잘못된 관점은
아닐것입니다
내가 힘이 부족할 때는 힘이 센 쪽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내가 지혜가 모자랄 경우에는 지혜인의 조언을 구하기도 하며, 내가 노력이 부족
할 때에는 방편을 빌리기도 하는 것처럼 부처님이 목련 존자에게 이르신 말씀은
우리가 기복이라 하며 멀리 하기 쉬운 불보살의 가피와 수행 공덕을 빌어 오는
방법을 제시하신 것이니 누가 이를 일러서 기복 불교라 할 것입니까?
불보살님께 복을 빌되 지혜있게 빌지 못함을 나무랄 지언정 복을 비는 것이 마치
잘못된 불교의 모습인것처럼 출가와 재가자들 사이에 만연하는 현상도 결코 바르
다고 볼수 없는 일입니다
복이 뿌리라면 지혜는 그 꽃이요 복이 기초라면 지혜는 탑의 정수리며 복이 그늘
이라면 지혜는 빛나는 양지며 복이 선행하고서야 지혜의 길이 보이는 것이니
복짓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자연히 지혜도 무르익어 가도록 양자를 구족
는 것이 부처의 마음이요 말씀이며 실천행입니다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셔서 무루복을 성취하신 부처님께서 당신의 복력으로도 충분
히 목련의 청을 들어 주실만 한데도 백중 날 승가에 공양 올리는 공덕으로 힘을
빌어 보태도록 하시는 방편과 가피는 지금처럼 머리로만 이해하고 발로 뛰는 실천
행을 가벼이 하는 우리를 향해 미리 양약의 처방을 하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낮에 다녀 가신 보살님은 긴요한 시험을 앞두고 준비하던 아드님이 기흉에 걸려
병상에 있으니어쩌면 좋을까요 묻습니다
마침 백중이 멀지 않으니 지극한 정성으로 조상님들을 위해 공덕을 짓고 불보살의
가피를 빌어서 무사히 시험을 볼수 있도록 같이 기도 하시자 하였습니다.
이같은 백중의 지중한 인연 공덕이 우리 조상님들의 음덕을 더욱 빛내고 어른들을
영원한 행복의 세계로 모시는 부처님의 좋은 방편임을 깨달아서 시방의 모든 한
맺혀 외롭고 고통받는 영혼들이 목마름과 기갈을 쉬고 법의 기쁨과 선정의 기쁨
으로자량을 삼아 영원히 평안에 머무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백초림중일미신 조주상권기천인
팽장석정강심수 원사망령헐고륜
원사고혼헐고륜 원사제령헐고륜
-원효사 해월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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