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떼를 쓰는 영가 달래기 >>
◇ 법당에 들어오지 않으려고 떼를 쓰는 영가~
몇 일전 강원도 강릉 쪽에서 화장을 하여
이곳 오봉정사로 고인이 된 어떤 할아버지 영가를 모시게 되었다.
유족들이 절에 들어와서 법당에 영정과 유골을 올려두었는데,
아니 그 부인되는 사람이 법당에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버티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이유를 묻자 “우리 영감이 평소 절을 싫어했소.
그래서 이곳에 두면 우리영감이 부처님에게 갇히는 것 아니요.
우리 영감은 갇히는 것을 싫어해, 다른 곳으로 가지고 가야돼 ”하고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그 부인 눈을 쳐다보니
나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자꾸 돌리고 무서워하는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참으로 기가 막혔다.
꼭 어린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선생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과 너무 흡사했다.
그래서 내가 그 부인을 달랬다.
“지금 내가보니 부인에게 영가가 자꾸 법당에 못 들어가게 주문을 하고 있어요.
잘 들으세요.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게 마련이오.
그러니 죽고 나면 이제 영가는 자기가 갈 곳을 가야해요.
그래서 부인이 애착을 가지면
그 영가가 자기가 갈 곳을 못가고 집안을 맴돌게 되어요.
그러면 남은 가족에게 영가의 장애가 일어나니
집안에 흉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어요.
이곳 도량에 영가를 모시면
아침저녁으로 영가천도 법문과 기도를 들으니 얼마나 좋겠소.
"자 이제 들어오시오.” 하고 내가 먼저 법당으로 들어가
<광명진언>을 수백 번 지심으로 외웠다.
그러자 드디어 그 부인이 들어와 부처님께 절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절을 하는데, 비틀거리며 쓰러질듯하더니 나중에는 절을 잘하였다.
그래서 위패 및 납골 봉안식을 잘 마쳤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부인 평소에는 절에 잘 다녔다고 한다.
법당에서 나갈 때 눈을 쳐다보니 눈이 좀 맑아진 느낌이 들었다.
◇ 사람이 죽으면 몸은 없어져도 식은 아직 그 잔상이 남아있게 된다.
우리의 오감(눈/귀/코/혀/몸)을 통해 형성된 전 오식(안식/이식/비식/설식)이
차례로 없어지는데, 하나의 식이 없어지는 기간이 7일이다.
그래서 전 오식 사라지는 기간은 35일이 걸린다.
그 다음 제6식인 의식이 없어지고,
마지막으로 나라는 에고의 덩어리인 7식 말라식 까지 없어지는 기간이
모두 49일인 것이다.
이 7가지 식은 모두 몸과 관련이 있는 식이다.
그래서 오식은 감각기관으로 6식은 뇌로
7식은 세포하나하나로 각각 잔상으로 남아 있던 것이 없어지게 되면
마지막으로 몸과 관계없는 아뢰야식만 남는다.
이를 우리는 영혼이라 하며, 윤회의 주체가 된다.
귀신이란 이 7식까지의 식이 아직도 자기가 죽은 줄 모르고
가족주변이나 자기가 애착했던 음식 또는 옷 또는 주택에 머무르는 식의 잔상이다.
이를 불교에서는 중음신이라 한다.
이 중음신에게 법문을 들려주어 자기가 갈 곳으로 인도해주는 것이 49재 천도의식이다.
◇ 그래서 오늘 영가는 아직 자기가 죽은 줄 모르고 부인에게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지금은 모두 멀쩡하게 걸어 다니고 있지만, 불과 몇 십 년 후면 이와
같은 중음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지 모른다.
번쩍하면 한 세상이니
죽음에 이르러 중음신을 빨리 벗어야한다.
현생에 선업을 많이 쌓아 두면
내세에 갈 때 두려움이 없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오봉정사에서
正印 남광합장
- 2008년2월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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