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업중생(緣業衆生)
'왜 나는 이래야만 하는가?'
하지만 '나' 또는 '나'로 말미암아(因) 생겨난 일이고,
내가 관련되어(緣) 일어난 일들이니 어찌하랴.
그러므로 인연법에 비추어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잘 대치하여야 평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인연법을 깨닫고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인연소기(因緣所起)라고 하셨다.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하여져서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진다고 말씀하셨다.
또 부처님께서는 인연법을 달리 '의타기(依他起)'라고 표현하셨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과 서로 의지하여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명심하여야 한다.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인연의 주체는 바로 '나'라는 것을!
내가 '나'의 이익과 '나'의 사랑에 빠져 남을 무시하고 해치고
손해를 주면 악연을 만들게 되고, 내가 '나'와 남을 함께 생각하고
서로를 살리는 행동을 이루어내면 좋은 인연을 맺을 수가 있다.
'나'를 어떻게 다스리냐에 따라
다가오는 인연도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
선연이냐? 악연이냐? 이것은 오직 '나' 하기에 달려 있는 것이다.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라.
눈길을 옮기고 귀를 기울이는 모든 것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들을 만나게 된다. 선연도 만나고 악연도 만난다.
하지만 그 많고 많은 인연들중에는
절대적인 선연도 절대적인 악연도 없다.
절대적인 불행도 절대적인 행복도 없다. 왜냐하면
인(因)과 연(緣)이 잠시 합하여 모습을 나타내었기 때문이다.
인연법에 따라 복을 닦아라
옛날, 어느 절의 노장님이 평소 한푼 두푼씩 보시받은 것을
저축하여 돈이 얼마만큼 모이면 논 한 마지기를 사고,
또 모아 논 한 마지기를 사곤 하였다.
옛날의 절에서는 스님네가 돈을 만질 수 있는 일이 아주 드물었다.
큰 재(齋)가 들어왔을때 조금씩 보시를 받거나, 또는 한 끼 굶으면
절에서 쌀 한 홉을 자기 몫으로 주는 것 정도가 모두였다.
이 노장님은 이렇게 몇십 년을 모아서 마침내 논 열 마지기를
소유하게 되었다.
그런데 열 마지기를 완전히 채운 해에 노장님은 이 논들을 다 팔아,
그 돈으로 산을 사서 개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을 사서 땅을
파고 돌을 캐어다 둑을 쌓는데 많은 인건비가 들었기 때문에,
열 마지기를 판 돈으로는 겨우 다섯 마지기의 논밖에 만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을 마치는 날, 노장님은 매우 기뻐하면서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올해는 논 닷 마지기를 벌었다. 참 좋은 해이다."
이 말을 들은 대중들은 어이가 없어서 노장님을 빤히 쳐다보았고,
한 젊은 수좌는 답답하다는 듯이 핀잔을 주었다. "노장님도 참
딱하십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다섯 마지기 손해 보신 것이지,
어떻게 다섯 마지기를 벌었다는 것입니까?"
그러자 노장님이 미소를 지으며 답하셨다.
"그 논 열 마지기는 저 아랫마을 김서방이 사서 잘 짓고 있어 좋고,
이 윗마을 산모퉁이에는 없었던 다섯 마지기의 논을 새로 얻었으니
이 또한 좋은 일이다. 전체로 보면 논 다섯 마지기를 번 것이 아니냐?"
이전의 열 마지기는 그 주인이 누가 되었던 농사를 계속 지으면 되는
것이고, 새로 개간한 논은 가난한 농민들에게 농지를 더해 주는
것이므로 족하다는 말씀이셨다.
얼른 보면 바보스럽기까지 한 노장님의 계산법.
그러나 이 노장님처럼 복을 지으면 그 복을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나'를 위해 복을 닦고 복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 복이 누구에게
가든 상관하지 않고 인연따라 묵묵히 복업을 지어 보라. 그 복은
마침내 '오심지고(悟心之福)'을 이루어, 자유와 행복과 영원함을
남김없이 갖춘 대해탈의 열매를 거둘 수 있게 한다.
'나'의 마음밭에다 내가 어떤 씨를 심는가 하는 것은 '나'의 자유이다.
그러나 불자들이여, 부디 인연법을 잘 깨우쳐 인연에 순응하고,
흔들림없는 자세로 우리의 마음밭에 행복의 씨를 심어 보자.
그리고 약간은 바보스럽게 복밭을 갈고 복업을 지어가자.
[혜월스님 일화]
그렇게 살면 참된 부처님의 제자가 되고
한량없는 복을 수용할 수 있게 되나니...... .
- 일타큰스님 법어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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