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효에 관하여

효도는 나쁜 사주도 바꿔

慧蓮혜련 2015. 12. 26. 07:14

[차길진의 영혼은 살아있다]

효도는 나쁜 사주도 바꿔

 알래스카 등 넓은 해역에서 생활하는 연어는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모천회귀능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보통 2만km의 거리를 숨가쁘게 달려가 지친 상태에서 산란을 한 뒤에는 알에서 깨어날 새끼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바치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모성애의 극치다.

 '연어는 태어나면서부터 바다로 나갈 때까지 자신이 태어난 강의 냄새를 기억하며 그 냄새에 의존하여 회귀한다'는 허슬의 주장대로라면 연어의 모천회귀 운명은 종족이 유지되는 한 영원할 것 같다. 이런 감동적인 모천회귀능력을 갖고 태어난 민족이 있다. 바로 한국인이다.

 설날에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귀성행진을 보면 '혹시 우리가 연어의 자손이 아닌가'라는 착각이 든다. 연어는 자식을 낳으러 고향으로 가고 우리는 부모님을 뵈러 고향으로 간다는 것만 다를 뿐, 둘 다 혹독한 귀성전쟁을 치르며 고향 앞으로 돌진하지 않는가. 이것이야말로 우리만 갖고 있는 힘인 것이다.

 예로부터 아시아 삼국은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관이 서로 달랐다. '상도의 나라' 중국은 의(義)를 중요시했다. 믿음이 있어야 장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사의 나라' 일본은 충(忠)을 중요시했다. 그들은 절대적 충성심 위에 국가를 세웠다. '가미가제'로 대변되는 그들의 맹목적인 충성심은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중국이 의(義)요, 일본이 충(忠)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중요시했을까. 그것은 효(孝)다. 우리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왕과 스승, 아버지에게 효도하도록 배웠고 차례와 제사로 조상을 섬기고 이를 후대에 물려주는 것이 태어난 이유요, 마땅히 해야 할 소임이었다. 영적으로 봤을 때 이것은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을 가장 가까이서 보호해주고 돕는 신이 조상신이기 때문이다. 로또 복권 당첨자들도 조상꿈을 가장 많이 꿨다고 하지 않은가.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관상과 사주는 좋지 않지만 큰 부를 쌓아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모두 효자였다. 그들은 타고난 좋지 않은 운명을 효도로 역전시켰다. 근래 만난 북한산 모 산장 주인 A씨는 소문난 효녀였다.지인들과 가벼운 마음으로 좋은 풍경을 보며 식사를 즐기고 있었는데, 산장 분위기를 보니 주인인 A씨는 쉰이 넘는 나이에 아흔이 넘는 노모를 모시고 있는 듯 했다. 장녀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막내딸이라며, 어머니가 이곳을 좋아하고 자신도 어머니를 모시는 게 좋아 이렇게 됐다고 대답했다.

 그때 어디선가 "새댁~새댁~"하는 소리가 들렸다. 노모의 목소리였다. 몇 해 전 치매가 온 노모는 막내딸을 못 알아보고 새댁이라고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남들이 보면 마음 아픈 장면이었지만 A씨는 웃으면서 "새댁 여기 있어요, 왜 찾으세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노모는 주책맞은 목소리로 대변을 봤다며 닦아달라고 했다.

 손님도 있는 상황에 난처할 만도 한데, A씨는 느긋하게 웃으며 노모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곤 "기다려요, 깨끗하게 씻어줄테니까"라고 말하며 노모를 욕실로 데려갔다. 큰 산장에 종업원도 많고 노모를 모시는 간병인도 두었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손수하고 있었다.

 산장 관리로 바쁜 그녀가 노모 때문에 아무 일도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좋은 시설로 보내는 방법은 생각해봤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나는 어머니 대변 치우는 일이 행복해요. 어머니 때문에 이 산장에 왔는데요"라고 대답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부자가 될 관상은 아니었지만 산장 뿐 아니라 많은 재산을 갖고 있었다.

 조상이 돌보는 나라는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 힘찬 연어의 꼬리질이 종족을 유지하는 힘이듯, 백행의 근본인 효도는 불황에 빠진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꿔놓을 저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