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효에 관하여

효에 관한 부처님 말씀

慧蓮혜련 2015. 12. 18. 15:22

왕자가 제 살로 부모를 구원한 인연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에 계셨다.

그 때 아난은 가사를 입고 바리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하다가,

장님 부모를 모신 어린애가 걸식하면서 좋은 음식은 부모에게 공양하고 자기는 나쁜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어린애는 참으로 드물게 보는 아이입니다.

음식을 빌되 좋은 것을 얻으면 부모께 공양하고, 나쁜 것은 가려서 제가 먹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는 지나간 세상에 부모님을 공양할 때에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하였느니라.”

아난이 다시 아뢰었다.
“세존께서 지나간 세상에 부모를 공양하신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에 어떤 큰 나라 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왕에게는 아들 여섯이 있어 제각기 한 나라씩 차지하고 있었다.
그때 라후구(羅求)라는 대신이 있었는데, 그는 은밀히 군사를 일으켜 그 나라의 왕과 다섯 아들을 죽였다.
여섯째 아들에게만은 어떤 귀신이 미리 와서 일러 주었다.

'네 부왕과 다섯 형은 모두 대신 라후구에게 죽었고, 다음은 네 차례가 될 것이다.'

 

왕자는 그 말을 듣고 곧 집으로 돌아갔다.

아내는 왕자의 근심하는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른 것을 보고 물었다.

'당신 얼굴이 왜 그렇습니까?'
왕자는 대답하였다.
'남자의 일을 그대에게 말할 수 없소.'
'나는 당신과 생사를 같이하는데, 무슨 말 못할 일이 있습니까?'

'마침 어떤 귀신이 내게 와서 말하기를, 네 아버지 왕과 다섯 형들은 모두 남에게 죽었는데, 다음 차례는 너에게 온다고 하였소.

그 때문에 근심과 두려움으로 어쩔 줄을 모르겠소.'

******

 

두 부부는 곧 아이를 데리고 다른 나라로 떠났다.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이레분 양식을 준비하였으나 황급하고 두려운 탓에 딴 길로 잘못 들어

열흘이 지나도록 걸어도 도착하지 못하고, 양식은 떨어져 피로하고 굶주림으로 거의 죽게 되었다.

왕자는 생각하였다. '세 사람이 함께 살려 하니 고통이 더욱 심하다. 차라리 한 사람을 죽여 두 사람이 사는 것이 낫겠다.'

그가 곧 칼을 빼어 아내를 죽이려 하자 아이가 아버지를 돌아보면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아버지, 우리 어머니를 죽이지 마십시오. 차라리 저를 죽여 어머님 목숨을 대신하십시오.'

아버지는 아이 말대로 그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

아들은 다시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그러나 제 목숨을 끊지는 마십시오.

만일 제 목숨을 끊으면 살이 곧 썩어 오래 가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어머니가 저를 업고 나아가지 못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제 목숨을 끊지 말고 날마다 조금씩 제 살을 베어 먹으십시오.'

그리하여 그들이 인가에 이르기 전, 아이 몸에는 오직 세 점 살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아들은 다시 그 부모에게 아뢰었다.

'이 살 두 점은 부모님이 자시고 남은 한 점은 저에게 주십시오.'

그들은 아이를 땅에 던져 두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 때 석제환인의 궁전이 진동하였다.

석제환인은 이것이 무슨 까닭인가 하고 두루 관찰해 보다가, 그 아이가 희유한 일을 한 것을 보았다.

그리하여 곧 굶주린 이리로 화하여 아이에게 가서 살을 청하였다.

아이는 생각하였다.

'내가 이 살을 먹더라도 끝내 죽을 것이요, 먹지 않더라도 또한 죽을 것이다.'

그리하여 마지막 지닌 살을 버려 굶주린 이리에게 주었다.

 

석제환인은 다시 사람으로 화하여 아이에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살을 베어 주고도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가?'

'나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너는 지금 몹시 괴로워하고 있다. 그런데 네가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그러자 아이는 맹세하였다.

'만일 내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몸의 살이 도로 생겨 예전과 같이 되고, 후회한다면 여기서 곧 죽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자 몸은 회복되어 본래와 다름이 없었다.

석제환인이 그 아이와 부모를 데리고 어느 곳에 이르러 그 나라의 국왕을 만날 수 있게 하였다.

그 왕은 크게 슬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크게 기뻐하였으니,

아들의 지극한 효도를 어여삐 여겨 일찍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한 뒤에 군사들을 주어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그러자 석제환인은 그를 잘 옹호하여 염부제의 왕이 되게 하였다.

아난이여, 그 때의 그 어린애는 바로 지금의 나요, 그 부모는 바로 지금의 내 부모이니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나는 오늘만 자비와 효도를 찬탄할 뿐 아니라,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에도 항상 찬탄하였느니라.”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지나간 세상에 부모를 공양하신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옛날 가시국왕(迦尸國王)의 나라에 큰 산이 있었고, 그 산에는 담마가(睒摩迦)라는 선인(仙人)이 있었다.

그 부모는 늙었을 뿐 아니라 또 장님이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맛있는 과실과 아름다운 꽃과 시원한 물을 가져다 부모께 공양하고

또 고요하고 두려움이 없는 곳에 부모를 모셔 두고, 무슨 일이 있어서 출입할 때에는 먼저 부모에게 아뢰고, 물을 길러 갔다.

그 때 범마달왕(梵摩達王)은 사냥 하러 나갔다가 물을 먹고 있는 사슴을 보고 활을 당겨 쏘았다.

그러나 독약이 묻은 화살은 잘못하여 담마가를 맞추었다.

화살에 맞은 그는 큰소리로 외쳤다.

'한 개 화살이 세 사람을 죽이니, 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가.'

왕은 그 소리를 듣자 활을 땅에 던지고 그에게 달려갔다.

'이제 누가 그런 말을 하였는가?

내가 들으니 이 산중에는 담마가라는 선인이 있는데, 그는 자비와 효도로 장님 부모를 모시기 때문에 온 세상이 칭찬한다고 한다.

그대가 그 담마가가 아닌가?'

그는 '바로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이어 아뢰었다.

'지금 내가 당하는 이 고통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늙고 앞 못 보는 부모님이 지금부터 굶주리더라도 아무도 공양할 이가 없을 것이 걱정입니다.'

왕이 물었다.

'네 장님 부모는 지금 어디 있는가?'

담마가는 손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 초막 속에 계십니다.'

 

왕은 곧 장님 부모가 있는 곳을 향해 갔다.

 

그 때 담마가 아버지는 아내에게 말하였다.

'내 눈이 이상하게 떨리오.

장차 우리 효자 담마가에게 어떤 불행이 있을 징조가 아닌지 모르겠소.'

그 부인도 남편에게 말하였다.

'내 젖통도 이상하게 떨리는데, 우리 아들에게 어떤 불상사라도 없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 장님 부부는 바삭바삭하는 왕의 걸음 소리를 듣고, 마음에 두려움이 생겨 '우리 아들 걸음이 아닌데, 그 누구인가' 하였다.

왕이 그들 앞에 이르러 큰소리로 인사하자 장님 부부가 말하였다.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인사하는 이는 누구십니까?'

'나는 가시국의 왕이오.'

그 때 장님 부부는 왕을 향해 말하였다.

'자리에 앉으십시오.

우리 아들이 있었더라면 대왕께 좋은 꽃과 과실을 올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아침에 물 길러 나가서는 날이 저물도록 오래 기다려도 오지 않습니다.'

 

왕은 이내 슬피 울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이 나라의 왕으로서 이 산에 나와 사냥할 때에 다만 짐승을 쏘려 하였더니 사람을 맞춰 해칠 줄은 몰랐네.

나는 이제 왕의 자리 버리고 여기에 와서 장님 부모 섬기되 당신 아들과 다름없이 하리니 부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마시오.

장님 부모도 게송으로 왕에게 대답하였다.

우리 아들은 인자하고 효순하여 천상이나 인간에 그런 애 없네.

왕이 비록 우리를 가엾이 여기지만 어떻게 우리 아들 효도만 하리.

원컨대 우리들을 가엾이 여겨 우리 아들 있는 곳 가르쳐 주오.

아들이 우리 곁에 있기만 하면 목숨과 우리 마음 만족하리다.

 

이에 왕은 장님 부모를 데리고 담마가 곁으로 갔다.

그들은 아들 곁에 이르자 가슴을 치고 괴로워하며 울부짖으면서 '우리 아들은 인자하고 효순하기 비할 데 없었는데' 하고,

이내 천신·지신·산신·목신·수신 등 여러 신들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제석천과 범천과 세상 왕들은 어찌하여 인자하고 효성이 있는 우리 아들을 돕지 않고서 이러한 고통을 받게 하는가?

우리 아들의 효성에 감동하여 빨리 구제하여 그 목숨을 살려라.

 

그 때 석제환인의 궁전이 진동하였다.

그는 하늘귀[天耳]로 이 장님 부모의 슬퍼하는 소리를 듣고, 곧 하늘에서 내려와 담마가에게 가서 말하였다.

'너는 왕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는가?'

'조금도 미워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너에게 미워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담마가는 대답하였다.

'만일 내게 왕을 미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화살의 독기가 온몸에 퍼져 곧 목숨을 마칠 것이오,

내게 왕을 미워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 독 묻은 화살이 빠지고 상처가 곧 나을 것입니다.'

그러자 그 말과 같이 독 묻은 화살이 저절로 빠지고 상처는 회복되었다.

 

왕은 한량없이 기뻐하여 온 나라에 '항상 자비를 닦고 부모를 효도로 섬기라'고 영을 내렸다.

비구들이여, 담마가는 옛날부터 인자함과 효순으로 부모를 공양하였다.

비구들이여, 알고 싶은가?

그 때의 그 장님 아버지는 바로 지금의 정반왕이요, 그 때의 장님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마야 부인이며,

담마가는 바로 지금의 나요, 그 가시국의 왕은 바로 지금의 저 사리불이며,

석제환인은 바로 지금의 저 마하가섭(摩訶迦葉)이니라.”

3. 앵무새가 장님 부모를 공양한 인연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에 계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두 가지 삿된 행이 있다.

그것은 마치 차는 제기처럼, 빨리 사람을 지옥에 떨어지게 한다.

두 가지 행이란 이른바, 첫째는 부모를 공양하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부모에 대해서 온갖 좋지 못한 일을 행하는 것이니라.

두 가지 바른 행이 있다.

그것은 마치 차는 제기처럼, 빨리 사람을 천상에 나게 한다.

두 가지 행이란 첫째는 부모를 공양하는 일이요, 둘째는 부모에게 온갖 선행을 하는 일이다.”

 

비구들이 아뢰었다.

“놀랍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못내 부모를 찬탄하십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뿐이 아니니라.

지난 세상에 설산(雪山)에 앵무새 한 마리가 있었는데, 그 부모는 모두 장님이었다.

그는 언제나 좋은 꽃과 과실을 따다가 먼저 부모를 공양하였다.

그 때 어떤 농부는 처음에 곡식을 심을 때 이렇게 원을 세웠다.
'내가 심은 이 곡식은 여러 중생들과 함께 먹으리라.'
앵무새는 그 농부가 보시할 마음을 가진 것을 알고 항상 그 밭의 곡식을 가져다 부모를 공양하였다.

그 농부는 밭의 곡식을 돌아보다가 여러 벌레와 새들이 곡식 이삭을 뽑는 것을 보고

괴로워하고 화를 내어 그물을 쳐서 앵무새를 잡았다.

앵무새는 말하였다.

'농부님은 처음에 좋은 마음이 있어서 물건을 보시하되 아까워하지 않으려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와서 곡식을 가지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지금 그물로 나를 잡습니까?

또 밭이란 어머니와 같고 종자란 아버지와 같으며 진실한 말은 아들과 같고 농부는 왕과 같습니다.

그리고 보호하는 것은 자기에게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자, 농부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여 앵무새에게 물었다.
'너는 누구를 위해 이 곡식을 가지고 가는가?'
앵무새는 대답하였다.
'장님 부모님이 계신데 이것으로 봉양하려 합니다.'
농부는 말하였다.
'지금부터는 여기 와서 가져가되 조금도 어려워하지 말라.'”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앵무새는 과실이나 종자가 많은 것을 좋아하고 밭도 또한 그러하다.

그 때의 앵무새는 바로 지금의 나요, 농부는 지금의 사리불이며, 장님 아버지는 지금의 정반왕이요,

그 때의 장님 어머니는 바로 지금의 마야 부인이었느니라.”

4. 기로국(棄老國)의 인연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실 때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노인을 공경하면 큰 이익이 있느니라.

일찍 듣지 못한 것을 알게 되고, 좋은 이름이 멀리 퍼지며, 지혜로운 사람의 공경을 받는다.”

비구들은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항상 부모와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것을 찬탄하십니다.”

“오늘만이 아니다.

나는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 항상 부모와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였다.”

“과거에 공경한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 옛날에 기로국(棄老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서는 집에 노인이 있으면 멀리 쫓아 버리는 법이 있었다.
그 때 어떤 대신이 있었는데 그 아버지가 늙었으므로 국법에 따라 멀리 쫓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효도하는 마음으로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여,

땅을 깊이 파고 비밀한 방을 만들어 아버지를 그 안에 모시고 때를 따라 효도로 섬겼다.

 

그 때 어떤 천신(天神)은 뱀 두 마리를 가지고 와서 왕의 궁전 위에 두고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이들의 암·수를 분별하면 너의 나라가 편안하겠지만,

그것을 분별하지 못하면 네 몸과 너의 나라는 이레 뒤에 모두 멸망할 것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매우 걱정이 되어 여러 신하들과 함께 이 일을 의논하였지만, 모두 '분별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곧 온 나라에 '만일 누구나 이것을 분별하면 벼슬과 상을 후하게 주리라'고 영을 내렸다.

대신이 집에 돌아가 그 아버지에게 물으니,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그것은 분별하기 쉽다.

부드러운 물건 위에 그것들을 놓아 두면, 거기서 부스대는 놈은 수컷이요, 꼼짝 않고 가만히 있으면 그것은 암컷이니라.'

그 말대로 하였더니, 과연 그 암·수를 알 수 있었다.
천신은 다시 물었다.
'자는 이 중에서 깬 이는 누구며, 깬 이 중에서 자는 이는 누구인가?'

왕은 또 신하들과 의논하였으나 분별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 온 나라에 두루 알렸으나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다.

 

대신은 그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슨 말입니까?'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학인(學人)을 말한 것이다.

학인은 범부에 대해서는 깬 이요, 저 아라한에 대해서는 잠자는 사람이니라.'

그는 곧 그 말대로 대답하였다.

 

천신은 다시 물었다.

'이 큰 코끼리는 몇 근이나 되는가?'
왕은 신하들과 의논하였으나 아는 이가 없었고, 또 온 나라에 두루 알렸으나 아무도 몰랐다.
대신은 그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말하였다.

'코끼리를 배에 싣고 큰 못에 띄워, 배가 물에 잠기는 쯤에 표시를 하고는,

다시 그 배에 돌을 헤아려 싣고 물에 띄워, 물에 잠기는 것이 앞의 표시와 같을 때에 그것이 코끼리의 무게니라.'

그는 그 지혜로써 대답하였다.

 

천신은 다시 물었다.

'한 웅큼 물이 큰 바닷물보다 많은데, 누가 그것을 알겠는가?'

신하들은 의논하였으나 알 수 없었고, 또 두루 알리고 물었으나 아무도 몰랐다.

대신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슨 말입니까?'
아버지는 말하였다.

'그것은 알기 쉽다.

만일 어떤 사람이 청정한 신심으로 한 웅큼의 물을 부처님이나 스님이나 부모나 고생하는 병자에게 보시하면,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수천만 겁 동안 끝이 없는 복을 받을 것이니, 바닷물은 아무리 많아도 한 겁을 지나지 못한다.

이로 미루어 말하면 한 웅큼의 물이 큰 바다보다 백천 곱이나 많을 것이다.'

그는 곧 그 말로 천신에게 대답하였다.

천신은 다시 굶주린 사람으로 변하여 해골만 이끌고 와서 물었다.
'세상에 과연 굶주리고 궁한 고통이 나보다 심한 이가 있는가?'

신하들은 생각하여 보았으나 대답할 수 없었다.

대신이 다시 아버지에게 가서 물으니,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세상에 어떤 사람은 간탐하고 질투하여 삼보를 믿지 않고, 부모와 스승을 공양하지 않다가,

장래 세상에는 아귀에 떨어져 백천만 년 동안 물이나 곡식은 이름도 듣지 못하며 몸은 태산과 같고 배는 큰 골짝 같지만

목구멍은 가는 바늘 같으며 송곳이나 칼과 같은 털은 몸을 감아 다리에까지 이르고,

움직일 때에는 사지와 뼈마디에 불이 붙는다.

그런 사람은 저 굶주리는 고통보다 백천만 갑절이나 심하니라.'

그는 곧 이 말로써 천신에게 가서 대답하였다.

 

천신은 다시 어떤 사람으로 변하여 손과 다리에는 쇠고랑을 차고 목에는 사슬을 걸고, 몸에서 불이 나와 온몸이 타면서 물었다.

'세상에는 나보다 심한 고통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신하들은 갑자기 답할 바를 알지 못하였다.

대신이 다시 그 아버지에게 가서 물으니,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세상의 어떤 사람은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사람을 해치며 남편을 배반하고 삼보를 비방하다가,

장래 세상에는 지옥에 떨어져 칼산·칼나무·불수레·화로숯·잿강·끓는 똥·칼길·불길 등의 고통을 받는다.

이런 고통은 한량없고 끝없고 헤아릴 수 없다.

이것으로 비유하면 너의 고통보다 백천만 배나 심하니라.'

그는 곧 그 말대로 천신에게 대답하였다.

 

천신은 다시 한 여자로 화하여 세상 사람보다 뛰어난 단정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었다.

'세상에 나처럼 단정한 사람이 있는가?'

왕과 신하들 모두 잠자코 답하는 이가 없었다.

대신이 다시 그 아버지에게 물으니, 아버지가 대답하였다.

'세상에 어떤 사람은 삼보를 믿고 공경하며, 부모에게 효순하고,

보시와 인욕과 정진을 좋아하며 계율을 가지다가 천상에 나게 되면, 단정하고 뛰어나기가 너보다 백천만 곱이나 더할 것이다.

거기에 비유하면 너는 눈 먼 원숭이와 같느니라.'

그는 또 이 말로써 천신에게 대답하였다.

천신은 또 네모 반듯한 진단목(眞檀木)을 가지고 물었다.
'어느 쪽이 머리인가?'

신하들의 지혜로는 아무도 답하는 이가 없었다.

대신은 또 아버지에게 가서 물었다.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알기 쉽다.

물에 던져 보면 뿌리쪽은 잠길 것이요, 꼬리쪽은 뜰 것이다.'

그는 곧 그 말로 천신에게 대답하였다.

 

천신은 또 형색이 꼭 같은 두 마리 흰 초마(騲馬)를 가지고 물었다.

'어느 것이 어미요, 어느 것이 새끼인가?'

왕과 신하로서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대신은 또 아버지에게 가서 물었다. 아버지는 대답하였다.

'풀을 주어 먹여 보아라.

만일 그것이 어미라면 반드시 풀을 밀어 새끼에게 줄 것이다.'

 

이와 같이 묻는 것을 모두 다 대답하였다.

천신은 매우 기뻐하여 그 왕에게 진기한 재보들을 많이 주면서 왕에게 말하였다.

'나는 너의 나라를 옹호하여 외적이 침해하지 못하게 하리라.'
왕은 이 말을 듣고 못내 기뻐하면서 그 대신에게 물었다.

'그것을 그대 스스로 알았는가, 아니면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그대의 지혜를 힘입어 우리 나라가 편안하게 되었고 많은 보물을 얻었으며, 또 천신이 보호한다 하였다.

이것은 모두 그대 힘이다.'

대신은 대답하였다.

'신(臣)의 지혜가 아닙니다.

원컨대 두려움이 없게 하여 주시면 감히 그 내력을 아뢰겠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설령 지금 네게 만 번 죽을 죄가 있다 해도 묻지 않겠거늘, 하물며 조그만 허물이겠는가.'
대신은 아뢰었다.

'나라에서 제정한 법률에는 노인을 모시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하온대 신에게는 늙은 아비가 있는데, 차마 버릴 수가 없어 왕법을 무릅쓰고 땅 속에 은신해 두었던 것입니다.

신이 와서 대답한 것은 모두 아버지 지혜요, 신의 힘이 아닙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온 나라에 명령하여 노인을 버리지 말게 하옵소서.'

왕은 탄복하여 크게 칭찬하고 마음으로 기뻐하여, 그 대신의 아버지를 봉양하고 받들어 스승으로 삼았다.
'내 나라와 모든 백성을 구제하였지마는, 그런 이익은 내가 아는 바 아니다.'

하고, 곧 영을 내려 천하에 두루 알려, 노인 버리는 일을 허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부모를 우러러 효도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거나 스승에게 공경하지 않으면 큰 죄를 내리리라'고 하였다.

 

비구들이여, 그 때의 그 아버지는 바로 이 나요, 그 대신은 저 사리불이며, 그 왕은 저 아사세왕(阿闍世王)이요,

그 때의 천신은 바로 저 아난이었느니라.”

 

5. 부처님이 도리천상에서 어머니 마야를 위하여 설법하신 인연

 

부처님께서 사위국에 계시면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도리천에 올라가 여름 안거를 지내면서 어머님을 위해 설법하고자 한다.

너희 비구들 중에 가고 싶은 사람은 나를 따라 가자.”

이렇게 말씀하시고, 곧 도리천에 올라가 한 나무 밑에 앉아 여름 안거를 지내면서,

어머니 마야와 한량없는 하늘들을 위해 설법하셨다.

그리하여 그들이 모두 진리를 보게 되자 다시 염부제로 돌아오셨다.

 

비구들이 아뢰었다.

“놀랍습니다.

세존께서는 어머님을 위하여 90일 동안 도리천에 머무셨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오늘만이 아니다.

나는 지나간 세상에서도 어머니를 위하여 그 괴로운 일을 제거해 드렸느니라.”

그 때 비구들이 여쭈었다.
“과거의 그 일은 어떠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먼 옛날 설산 기슭에 원숭이왕[獼猴王]이 있어 5백 마리 원숭이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사냥꾼이 그물을 쳐서 그들을 둘러싸자 원숭이 왕이 말하였다.

'지금 너희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라.

나는 너희들을 위하여 저 그물을 찢으리니, 너희들은 모두 나를 따라 나오너라.'

그는 곧 그물을 찢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그것을 벗어나게 되었다.

 

그 때 어떤 늙은 원숭이가 새끼를 업고 가다가 발이 미끄러져 깊은 구렁에 떨어졌다.

원숭이 왕은 어머니를 찾았으나 있는 곳을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깊은 구렁을 보고 그 곁으로 갔는데, 어머니가 그 속에 있는 것을 보고 여러 원숭이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힘을 내어 나와 같이 어머니를 건져 내자.'
여러 원숭이들은 서로 꼬리를 붙잡고 구렁 밑으로 내려가 어머니를 잡아당겨 내어 고난을 벗어나게 하였다.

그리고 또 오늘 어머니의 고난을 제거해 드렸다.

그 때에는 깊은 구덩이의 어려움에서 건져 내었고, 지금은 삼악도(三惡道)의 어려움에서 어머니를 건져 낸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부모를 구제하면 큰 공덕이 있느니라.

나는 어머니를 구제하였기 때문에 세상마다 어려움이 없었고, 스스로 부처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런 이치가 있기 때문에 너희 비구들은 각각 부모에게 효순하고 공양하여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