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듣사오니 한때에 부처님께서 기수급 고독원에 계셔서
사부대중을 위하여 법문을 설하시더니 그때에 기원정사를 지은
급고독장자의 아들을 부자 집에 장가를 들여 며느리를 데려오니
이름은 옥야요 얼굴이 잘났는데 며느리의 도리를 잘하지 못하고
시부모님께 불송하며 남편을 경멸하거늘 장자의 부부가 서로 의논하여
며느리가 불손하기 짝이 없으니 장차 어떻게 교훈하여야 될 것인지
매질을 하자니 우리 가문이 좋지 못하다는 평이 있을 것이고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그 잘못이 점점 늘어 가지 않겠는가,
장자 다시 하는 말이 오직 부처님께옵서 능히 교화하시리라 하고
그 이튿날 부처님 계시는데 가서 인사를 드리고 여쭈어 말하기를
"존이시여 제가 자식을 장가를 들여서 어는 장자의 딸을 데려오니
그 애가 너무 교만하여서 신부의 예절이라고는 행하지 않습니다.
그 나쁜 버릇이 어느 지경에 이르는지 알 수 없사오니 황송하오나,
부처님께옵서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내일 아침에 제자들을 거느리시고
저의 집에 오셔서 며느리의 잘못을 고치게 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옵니다."
부처님께서 쾌히 허락하시니 장자는 기쁜 마음으로 예배하고 물러가더라.
장자 집에 돌아와서 집안을 깨끗이 하고 자리를 정돈하고 환영의 준비를 정성껏 하고
기다리시니 부처님께서 그 이튿날 아침에 제자들을 데리시고 위의를 갖추어 오시거늘
장자가 부처님을 정당에 모셔서 법좌를 정하고 천 이백 대중이 차례로 죄정하여
가족 일동은 모두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편으로 물러서고 부처님과 제자들이
공양을 마치신 뒤에 곧 부처님께서 법문을 설하시니 대중이 다 성심으로 듣고 있으나
오직 옥야신부만이 교만한 버룻을 버리지 않고 숨어 있어 나올 생각이 없거늘
부처님께서 그를 불쌍히 여겨 신통으로써 광명을 크게 놓으시니
장자의 집이 홀연히 수정같이 되어 안팎이 환희 보이니 옥야는 할 수 없이 머리를 들어서
부처님의 삼십 이상과 팔십 종호의 거룩한 상호를 우러러보고 모발이 곤두서고
신체가 떨려서 두려움을 견딜 수 없는지라.
그 즉시로 뛰어나와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 쪽으로 비켜서서 합장하고 아무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거늘 부처님이 말씀하시되,
"옥야야,여자라 하는 것은 얼굴이 잘났다고 훌륭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곱고 행실이 얌전하여야 훌륭한 것이다.
만일 시부모께 불효하고 남편에게 함부로 한다면
얼굴 잘난 것이 오히려 요망해 보이느니라.
대개 여자의 시상에 열 가지의 좋지 못한 일이 있건만 그것을 아는 이가 드무니라.
네가 혹시 아느냐,무엇이 열가지냐 하면
첫째는 부모에게 태어나며 기르기가 무척 힘든 것이요,
둘째는 어머니가 배었을 때에 근심과 걱정이 많은 것이요,
셌째는 처음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면 부모가 기뻐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부모가 양육할 적에 재미스러운 생각이 적은 것이요,
다섯째는 부모가 항상 따라다니면서 철마다 수발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몸이 남의 집에 가는 것이요,
일곱째는 시집갈 일을 항상 근심하는 것이요,
여덟째는 부모와 생이별하는 것이요,
아홉째는 항상 남편을 두려워하게 되는 일이요,
열째는 모든 일에 자유가 없는 것이니라.
옥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황송하고 부끄러워 부처님께 여쭈되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저희와 같은 여성에게 여자로서 지킬 예법을 가르쳐 주옵소서,
어떻게 하는 것이 여자의 도리입니까?"
"옥야야, 부인이 시부모와 남편을 섬기는데 다섯 가지 착한 일과 세 가지 나쁜 것이 있나니
다섯 가지 착한 일이란,
첫째는 저녁에 잘 때는 맨 나중에 자리에 눕고, 아침에 일어날 때는 남보다 먼저 일어나서
세수하고 음식을 정성들여 장만하고 시부모와 남편에게 순서로 드리는 것이요.
둘째는 잘못된 일이 생겨 시부모와 남편이 꾸짖고 혹 매질을 할지라도
그를 달게 받고 조금이라도 불평을 품지 않을 것이요,
셋째는 일심 성의를 다하여 자기 남편만 생각하고 사랑하며 추호라도 딴 생각을 두지 않을 것이요,
넷째는 남편이 오래 살기를 축원하며 자기의 몸을 잊어 버리고 섬겨 나가는 것이요,
다섯째는 남편이 혹 먼 길을 떠나간다면 집안 일을 잘 정리하고 다른 마음을 먹지 않는 것이니라.
그 다음 세 가지 나쁜 것은,
첫째는 시부모께 불손하고 남편을 업신여기고 좋은 음식은 제가 먹고 변변치 못한 것만
어른께 드리며 날이 채 어둡기 전에 제가 먼저 들어눕고 해가 올라와도 일어나지 않으며
시부모의 교훈이나 남편이 이르는 말에 눈을 부라리고 대꾸질 하는 것이요,
둘째는 남편을 싫어하고 남편 잘 못되기를 바라며 다른 남자 생각만 하는 것이요,
셋째는 남편이란 저 원수는 어서 죽고 시집 한 번 더 가보았으면 하는 것이니라."
옥야가 이 말씀을 듣고는 말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지라,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을 이어
"옥야야, 이 세상에 일곱가지 부인이 있는데,
지금 너를 위하여 설명하여 줄터이니 정신 차려 잘 들어라.
첫째는 어머니 노릇하는 부인이요,
둘째는 누이 노릇하는 부인이요,
셋째는 선지식 노릇하는 부인이요,
넷째는 아내 노릇하는 부인이요,
다섯째는 하녀 노릇하는 부인이요,
여섯째는 원수 노릇하는 부인이요,
일곱째는 목숨을 빼앗는 부인인데,
이 일곱 가지 구별을 네가 다 짐작하겠느냐?"
옥야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그러면 내가 너를 위하여 자세히 설명하리니 잘 들어라.
첫째는 어머니 노릇하는 부인이란,
남편 생각하기를 마치 어머니가 자식 사랑함과 같이해서 밤낮으로 보호하고 철 따라
수발을 잘하고 항상 사랑하고 생각하여 조금이라도 싫어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요,
둘째는 누이 노릇하는 부인이란,
남편을 섬기되 정성을 다하여 형과 동생 같이 동기간이나 골육 육친과 다름없는 생각으로
존경하고 소중히 여겨 마치 누이가 오라비 섬기는 것 같이 하는 것이요,
셋째는 선지식 노릇하는 부인이란,
남편을 섬기는데 지극히 공경하고 한없이 유순하며 목숨을 바쳐 사랑하고
마음을 거스르지 아니하되 혹시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남모르게 깨우쳐서
실수하는 일이 없게 하며 좋은 일은 더욱 권하여 밝은 지혜와 훌륭한 인격을 갖추어
온 세상을 교화하고 구제하도록 하기를 마치 선지식과 같이 하는 것이요,
넷째는 아내 노릇하는 부인이란,
시부모를 공경하되 성의를 다하여 언제나 변함이 없으며 남편에게 아내의 도리를 다하여
무슨 일이나 의리나 예법에 벗어난 것이 없으며 온 집안의 화목을 도모하는 것이요,
다섯째 하녀 노릇하는 부인이란,
항상 겁내고 조심하는 생각으로 교만한 마음은 꿈에도 안가지며 충효와 예절을 다하여
입에는 몹쓸 말이 없고 몸에는 좋지 못한 행동이 없고 부지런히 일하고 몸조심을 극히 하여
예법에 맞게 하고 마치 백성이 임금님 섬기듯이 남편을 공경하고 사랑하여 교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며 혹시 매를 맞는 경우가 있더라도 달게 받고 꾸지람과 욕설을 듣더라도
말없이 듣고 잘못을 뉘우치며 몸이 과롭거나 편하거나 두 가지 마음을 두지 아니하며
부녀의 도리를 다 할뿐 자기의 의식같은 것은 돌아보지 않고 남편 섬기기를 상전같이
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원수 노릇하는 부인이란,
남편 대하기를 싫어해서 항상 성만 내며 밤낮으로 내와간에 갈라지기를 축원하며
비록 부부가 되었다 할지라도 항상 잠깐 붙어 있거나 생각하며 몸단속을 할 줄 모르고
눕기나 좋아하고 조심하고 겁내는 생각이 전혀 없으며 살림살이에 힘써서
아이를 양육할 생각이 없고 음탕한 짓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다가 간통죄나
풍기문란으로 법망에 걸려들어 온동리까지 욕을 끼치며 남편을 미워해서 무슨 방술이라도
죽일려고 하는 것이요,
일곱째는 목숨을 빼앗는 부인이란,
밤낮으로 잠도 자지 않고 악독한 마음만 품고 기회를 보아서 무슨 수단으로든지
남편과 갈라질 것만 생각하며 남편에게 독한 약을 먹여 죽이고자 하나 행여나 남이 알까
두려워하며 온갖 남자들과 정을 통하고 사람을 사서 남편을 해치거나 간부를 시켜서
틈을 보아 본부를 죽이고 남편이 죽은 뒤에 다른 사람과 살아야 내 소원을 성취한다는 것이니라.
또다시 옥야에게 이르시되,
어머니 노릇이나 누이 노룻이나 선지식 노릇이나 아내 노릇이나 하녀 노릇을 하는 얌전한 부인은
좋은 이름이 사방에 더 날리어 일가친척이 모두 그 양화와 덕을 입게 되고 천지신명이나 동물까지도
그의 몸을 보호하여 흉액이라고는 볼 수 없고 재산이 날마다 불으며 죽은 뒤에도 원대로 틀림없이
천상에 나서 항상 좋은 궁전에 거처하고 보배 못에 목욕하며 간 곳마다 의식이 자연히 생기고,
복락이 한정없고 혹 천상에서 목숨이 다해서 인간에 태어나면 부귀한 왕후장상의 자손이 되고
얼굴이 잘나도 태도가 암전하며 남에게 존경을 받게 되고 그 남은 복이 무량무변하느니라.
원수 노릇 하거나 목숨을 뺴앗는 못된 부인은 나쁜 소문이 세상에 퍼져서
현 세상에도 편안하지 못하며 항상 악귀가 가정에 침입하여 병을 일으키며
재앙이 발생하며 시명이 돌보지 않는지라 오래 살지 못하고 죽어버리며
항상 꿈자리가 사나워 마음이 불안하고 공포에 떨고 소원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으며
혼이 흉액과 수화에 놀래며 죽은 뒤에 혼신이 가는 곳은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이니라.
그 몸은 난쟁이와 같고 목구멍만 하며 말굽쇠 위나 칼날 위에 누워 백천 만겁에 죄를 받다가
혹시 인간에 태어나도 나쁜 집에 태어나서 빈궁하고 헐벗어 양식이 떨어지고
의복이 남루하며 부지런히 일을 하고 힘써 벌어도 괴로움일뿐이요,욕설과 매질만 때때로 당하며
일평생 영화라고는 꿈에도 못보느니라.
착한 일을 하면 좋은 보가 있고 나쁜 짓을 하면 앞길이 막아서 선과 악이
이렇게 인과가 분명히 틀림없느니라.
옥야야,이와 같은 일곱 가지 부인 중에서 너는 어떤 부인의 노릇을 하겠느냐."
옥야가 눈물을 흘리면서 부처님께 여쭈기를
"저는 본래 미련하고 어리석어서
시부모와 남편에게 불순한 행동을 하였습니다만
오늘부터는 반드시 하녀 노릇하는 여자가 되어 저희 목숨이 마칠 때까지
감히 교만하고 소홀한 행동을 아니 하겠습니다."
하고 부처님 앞에 꿇어 앉아
삼귀의 받기를 청하거늘 부처님이 허락하시고 곧 말씀하시되
"부처님께 귀의하고 부처님 법에 귀의하고 불법을 포교하는 승가에게 귀의하고
잡신을 위하지 않은 것이 삼귀의라 하며,
첫째는 산 목숨을 죽이지 말고,
둘째는 도둑질하지 말고,
셋째는 음행하지 말며,
넷째는 거짓말하지 말고,
다섯째는 술 먹지 말며,
여섯째는 악담하지 말고,
일곱째는 말을 꾸며하지 말며,
어덟째는 시기 질투하지 말고,
아홉째는 성내지 말며,
열째는 착한 일을 하면 좋은 과보가 있는 것을 믿고,착한 일을 하는 것이니 십계니라.
이 삼귀의와 십계는 불교를 믿는 여자가 꼭 지킬 바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니 모든 제자들은 다 부처님 뒤를 따라 돌아갈 준비를 하고
급고독장자와 그 권속은 다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가려 하는데,
옥야부인만은 다시 꿇어 앉아 또 여쭈기를 제가 본래 어리석고 못나
시부모님께 불손하고 남편에게 교만을 피웠으니 오늘날 다행히 부처님의 간절하신
가르침을 입사옵고 마음이 열리어 잘못을 깨쳤습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시되,옥야야 내 지금부터 너희 집을 늘 옹호하여 줄 터이다.
옥야 다시 여쭈되 부처님께 받은 교훈은 조금도 어기지 않겠습니다
하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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