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과 아미타불/아미타부처님

아미타불의 전생이야기

慧蓮혜련 2009. 4. 19. 13:41

1. 아미타불의 전생이야기

《관무량수경》에서 위제희부인이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사바세계와 같은 악하고 혼탁한

세상이 아닌 청정한 업으로 된 안락한 세계를 보여 달라고 청했을 때, 석가모니는 시방세

모든 부처님의 미묘한 불국토를 보여 주었다.


이에 위제희부인은 “세존이시여, 이러한 여러 불국토는 모두 다 청정하고 광명이 충만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중에서도 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세계에 태어나기를 원하옵니다.”하였다.

위제희부인이 원한 극락세계란 어떤 곳이고, 극락세계를 건립한 아미타불은 어떤 부처님일까?

《무량수경》에서는 아미타불이 과거에 어떤 수행을 거쳐 성불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성불인연 설화를 상세히 설하고 있다.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정광여래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셔서 무량한 중생을 교화하고

제도하여 모두 바른길을 얻게 하신 후 열반에 드셨느니라. 그 뒤를 이어 수많은 부처님이

출현하셨으니, 그 이름은 광원불, 그 다음은 월광불, 그 다음은 전단향불……

그 다음은 처세불이니라. 그리고 다음에(54번째) 세자재왕이라는 부처님이 계셨는데,

부처님의 공덕에 따라 이름을 여래․응공․등정각․명행족․선서

․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고도 하느니라.


그 무렵 국왕이 있었는데 세자재왕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깊은 환희심을 내어 곧바로 위없는

바른 길을 구하는 뜻을 내었느니라. 그리하여 그는 나라와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법장이라는 비구가 되었는데, 재주와 용맹이 세상에 견줄 바 없이 뛰어났었느니라.

법장비구는 세자재왕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의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 나서, 무릎을 꿇고 합장하며 게송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였느니라.


빛나신 얼굴 우뚝하시고 위엄과 신통 그지없으니

이처럼 빛나고 밝은 광명을 뉘라서 감히 닮으오리까.

햇빛과 달빛 마니보주의 광명이 빛나고 찬란하여도

모두 가리워져 숨어 버리고 검은 먹 덩어리 되고 맙니다.

(중 략)
만약에 내가 부처님 되면 국토의 장엄은 으뜸이 되고

중생들 한결같이 훌륭히 되면 도량은 가장 수승하오리.

그 나라는 열반의 세계와 같아 견줄 만한 짝이 없거늘

온갖 중생을 가엾이 여겨 내가 마땅히 제도하리라.


시방세계에서 오는 중생들 마음이 즐겁고 청정하리니

그 나라에 와서 살게 되면 상쾌하고 즐겁고 안온하리라.

원컨대 부처님 굽어 살피사 저의 참뜻을 증명하소서

저 국토에서 원력을 세워 하려는 일들을 애써 하리다.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들 밝으신 지혜 걸림없으니

저의 마음과 저의 수행을 부처님들께서 살펴주옵소서.

만일 이 몸이 어찌하다가 갖가지 고난에 빠진다 한들

제가 수행하는 이 정진이 참아내지 못하고 후회하리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법장비구는 이 게송을 마치자 세자재왕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위없는 바른 진리를 깨닫고자 결심하였습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해 거룩한 교법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저는 기필코 가르침대로 수행해서 불국토를

이룩하고 청정미묘한 국토로 장엄하겠사오니, 저로 하여금 이 생에서 빨리 올바른 깨달음을

얻게 하고 모든 생사(生死) 고난의 근원을 없애게 하여 주옵소서.’


그때 세자재왕부처님이 법장비구에게 말씀하셨느니라. ‘그대가 수행하고자 하는 것과

불국토를 장엄하고자 하는 일은 그대 스스로 마땅히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러자 법장비구가 부처님께 사뢰었느니라. ‘그와 같은 뜻은 너무나 크고 깊어서 제가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니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모든 부처님들께서 불국토를 이룩하신

수행법을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여 소원을 원만히 성취하겠나이다.’


이에 세자재왕부처님은 법장비구의 뜻과 소원이 고결하며 깊고 넓음을 아시고 곧바로

법장비구를 위해 경을 설해 주셨느니라. ‘비유하건대 비록 끝없이 넓은 바닷물이라도 한

사람이 억겁의 오랜 세월을 두고 쉬지 않고 퍼 올리면 마침내 바닥을 드러내어 그 가운데

있는 진귀한 보배를 얻을 수 있듯이, 만일 사람이 지성으로 정진하여 도(道)를 구하면 마땅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니, 어떠한 소원이든 성취 안 될 리가 없느니라.’

그리고 바로 법장비구를 위해 2백10억의 여러 불국토의 추하고 묘함과 그 천상 사람들의

선악을 널리 말씀하시고 법장비구의 소원대로 이를 낱낱이 나타내 보여 주셨느니라.


이에 법장비구는 부처님이 말씀하신 장엄하고 청정한 나라들을 모두 보고 나서 위없이

갸륵하고 가장 뛰어난 서원을 세웠느니라. 그때 그의 마음은 맑고 고요하여 집착하는 바가

없었으니, 일체 세간의 어느 누구도 따르지 못하였느니라. 그리고 그는 5겁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선정(禪定)에 들어, 불국토를 건설하고 장엄하기 위한 청정한 수행에 온 마음을

다하였느니라. …… 법장비구는 이와 같이 수행하고 나서 다시 세자재왕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부처님이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합장하며 부처님께 사뢰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불국토를 장엄할 청정한 수행을 갖추어 지녔습니다.’

세자재와부처님이 법장비구에게 이르셨느니라. ‘법장비구여, 이제 그대가 대중들에게

그대의 서원과 수행을 널리 알려서 그들로 하여금 정토왕생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여

그들이 마음을 기쁘게 할 좋은 기회이니라. 보살들은 이를 듣고 수행해서 불국토를

이룩할 무량한 대원(大願)을 성취하게 될 것이니라.’ 법장비구는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느니라.



‘부디 들어주십시오. 제가 세운 48가지의 원(願)을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석가모니부처님이 기사굴산에서 만 이천 명의 대중들을 모아 놓고 아미타불의

전신(前身)인 법장비구가 출가하게 된 인연을 설한 것이다.《비화경(悲華經)》에 의하면

법장비구는 출가하기 전에 무쟁념왕(無諍念王) 이라는 국왕이었으며, 세자재왕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오랜 세월 수행한 결과 아미타불이 되었다. 법장비구의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생애와 비슷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석가불과 아미타불의 관계가 문제시되어 왔다.



위에 관한 내용은 제2부 제2장 ‘아미타불과 석가불의 관계’를 읽어보기 바란다. 위의

내용에 의하면, 법장비구의 스승인 세자재왕부처님은 정광여래부처님(연등불이라고도 함)

이후 54번째로 출현한 부처님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무량수경》의 산스크리트 원전이나

티벳어 번역본에는 이것과 정반대로 세자재왕부처님은 정광여래부처님보다 더 이전,

즉 산스크리트본에는 80불(佛), 티벳어역에는 81불 이전의 부처님으로 되어 있다.


다시말하면, 강승개 번역의 《무량수경》에는 정광여래부처님 다음에 ‘차명(次名)’

혹은 ‘차유(次有)’라 하여 ‘다음 이름은’ 혹은‘다음에(또한 부처님이) 있으니’로 되어 있는

것이 산스크리트본과 티벳본에서는 ‘ 이 부처님보다 더 이 전에’로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세자재왕부처님은 아득한 옛날에 출현하신 정광여래부처님보다 훨씬

더 이전이 부처님이 되므로 세자재왕부처님을 스승으로 모신 법장비구의 발원과 수행도

더욱도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세자재왕부처님 출현 이전이든 이후든, 법장비구의 출현을 전후해서 수많은 과거부의

계보를 장황하게 설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법장비구의 발원이 역사적으로 영원하다

는 것을 설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정토진종에서는 이것을 더욱 확대․해석해서,

아미타불은 아득한 옛날에 이미 성불하신 분으로서, 결코 세자재왕부처님 때 처음으로

부처가 된 분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석가모니부처님도 실은 아득한 옛날에 성불하신 분이지만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사바세계에 8천 번이나 출현하셔서 방편으로 발원․수행과정을 되풀이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미타부처님도 사실은 오랜 옛날에 성불하신 분이지만, 중생구제를 위해

정광여래부처님 이하 여러 부처님의 수만큼 발원․수행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중생을 교화했다는 것을 나타내 보이기 위해, 수많은 과거 부처님을 낱낱이 설했다는 것이다.


또한 법장비구와 세자재왕부처님의 대화가운데, 법장비구가 세자재왕부처님께 정토건립을

위한 수행방법을 일러 달라고 했을 때 세자재왕부처님은 “그대가 수행하고자 하는 것과

불국토를 장엄하고자 하는 일은 그대 스스로 마땅히 알고 있을 것이 아닌가?”라고 한

대답이 있다. 이것에 대해서도, 세자재왕부처님은 법장비구가 오랜 옛날에 부처가 되었으나

지금은 중생구제를 위해 일부러 국왕이 되어 출가했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답한 것이라


해석하고, 이것으로도 법장비구가 세자재왕부처님 때 처음으로 발심한 것이 아니라

아득한 옛날에 성불하신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해석으로

정토진종에서는 아미타부처님은 무한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중생을 위해 수많은 방편을

보이면서 구제활동을 하신다고 한다.


석가모니와 마찬가지로 왕위를 버리고 출가한 법장비구는, 모든 보살이 ‘중생과 함께 보리를

이루고 싶다“는 원을 세워 그 원을 목표로 삼아 보살행을 닦는 것처럼, 세자재왕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 자신도 부처가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정토를 건립하고 싶다는 서원을

게송으로 말하고(이것은 나중에 48가지 서원으로 설해진다), 그러한 정토를 세울 수 있는

조건을 일러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세자재왕부처님은 망망대해의 바닷물이라도


억겁을 두고 퍼 올리면 결국 바닥을 드러내듯이 불교의 수행도 지성으로 정진하면 언젠가는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준 후, 시방세계 모든 부처님의 정토의 실례를 210억 종류나

보여 주었다. 모든 부처님의 정토를 ’무량‘하다고 표현하지 않고 210억이라 한정한 것은

《화엄경》(80권본)에 연화장세계의수를 210억이라 한 것에 따른 것인데, 전 우주를 망라한

것이다.



이렇게 210억의 정토를 관찰한 법장보살은 그들의 장단점을 선택해서 자신의 정토를 건립할

것을 서원하고 불국토 건설을 위한 준비로서 5겁이라는 긴 세월 동안 청정한 수행을 닦았다.

그리고는 다시 세자재왕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일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48가지 서원을 세웠다.

이와 같이 보살행의 목적이 되는 서원(誓願)을 세우는 것을 본원(本願)이라 한다. 이 ‘본원’은

흔히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신이나 부처님께 부탁하는 정도의 기원’이 아니라,


법장비구가 48원의 각각에 “……않으면, 나는 정각을 얻지 않겠습니다.”라 한 것처럼

기필코 이루고 말겠다는 각오가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이 ’원‘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무슨 일이 있어도 기필코 성취하고 말겠다는 맹세와 각오가 포함되어


있어야 되는 것이다.



48가지 서원이 성취되어 법장비구가 아미타불이 될 때 아래에 열거하는 48가지 서원의

내용이 갖추어진 정토가 세워지므로, 서원을 세웠다는 것은 곧 극락정토의 설계도를

완성했음을 의미한다. 법장비구가 이 48원의 냉용이 담긴 설계도를 준비하는 데만 5겁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1겁이란 예를 들면, 둘레가 40리가 되는 돌산을 장수하는 사람이


백 년에 한번씩 비단결 같은 얇은 옷으로 스쳐서 이 돌산을 없애도 아직 1겁이 안 되었다고

한다. 때문에 1겁이란 실제로 무한한 시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1겁의 다섯 배가 5겁이다.

법장비구가 극락세계의 설계도를 준비하는 데만 5겁이 걸렸으니,

앞에서 세자재왕부처님이 법장비구에게 바닷물의 비유를 든 이유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