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향기/가피와 영험록

[지장경의 힘]

慧蓮혜련 2009. 4. 22. 13:02

[지장경의 힘]


                      - 황전스님 - 


오래 전에 있었던 이야기 입니다.

말단 공무원 생활을 10년 가까이 하다가 어쩔 수 없는 보증을 서 주다보니, 빈손으로 공무원 생활을 청산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아는 사람이 말하기를

“우리 친정집이 여수 한산사 절 밑에 있는데, 아마 방 하나 정도는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일요일 날 등산복 차림으로 그 집을 찾아갔습니다. 

“실례합니다.”  

하고 대문을 들어서니 60대 할머니가 마루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더니


“스님께서 무슨 일로...”

하시면서 합장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받아본 합장이라 어떻게 답할 줄도 모르고 인사를 하면서 말했습니다.

“할머니 저는 스님이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스님이 아니네. 거사님이 대문을 막 들어오는데 내 눈에는 스님으로 보였습니다.”

나는 할머니라 눈이 좋지 않아서 그러려니 생각하였습니다.

“할머니, 방을 하나 얻을 수 있습니까?”

“방? 방이야 있지, 그런데 거사님은 불교를 믿나?”

“아닙니다.  저는 불교를 믿지 않습니다.”

“우리 집은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방을 내 주지 않아!  거사님이 앞으로 불교를 믿는다면 방을 내주지.”

“그러세요? 

저는 아직 불교가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할머니, 믿고 안 믿고는 나중 일이고, 방을 하나 주실 것인지 안 주실 것인지 결정을 하십시오.

할머니, 이 동네 약수가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 약수터가 어디 쯤 있습니까?”

“약수터? 저 쪽에 있지.”

“할머니, 그러시면 제가 약수터에 갔다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방을 줄 것인가 주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십시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약수터에 가서 시원한 약수를 마시고 다시 돌아왔는데, 놀랍게도 할머니가 방을 공짜로 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할머니의 시집간 딸이 와서

내게 말을 해 주었습니다.

내게 방을 공짜로 내 준 이유는,

내가 약수터를 가고 있는데 제대로 가는지 할머니가 담장 너머로 보는 순간, 갑자기 어지럼증이 생기면서 내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나는 분명 약수터로 가고 있었지만,

또 하나의 내가 밭 한 가운데에

결과부좌를 하고 합장을 하는데,

하늘에서 일곱 빛깔 무지개 같은 빛이

내 머리위로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고

방을 내 주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집 옆에는 이백여 평의 밭에 농사를 짓고

밭 주변으로는 개집을 여러 채 지어 놓고 개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이 집에서 그런대로 살기는 좋은데 많은 개들 때문에 냄새가 나고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돈이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10여일 후 방 계약 날짜에 이사를 와 보니 개집 앞에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다가가보니 개장에 있던 7,8마리의 개들이 다 죽어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 밥을 줄때 까지만 해도 그렇게 건강하던 개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죽어 있다며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동네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개들이 죽은 것은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내가 이 집에서 불교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도량을 청소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이 집으로 이사 온지가  몇 달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집에서 약 500미터 거리에 한산사가 있었지만 절에 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 때 까지만 해도 절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할머니의 딸이 친정에 왔다가 나를 보더니 지장경 한 권을 건네주면서 심심하면 읽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별 흥미가 없었지만 주는 성의를 봐서 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몇 장 넘겨보니 꼭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이야기가 적혀진 책 같아서 도로 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지장경을 내 눈에 잘 띄는 마루 선반위에 올려놓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 놓아두겠습니다. 심심하면 언제든지 읽어보세요?”

“알았습니다.” 

나는 마지못해 그렇게 대답을 하고 다른 일에 몰두하다가 피곤해서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꿈을 꾸었는데, 나는 난생 처음으로 우리 할머니와 그 밖의 조상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장경을 아무런 성의도 없이

그냥 몇 장을 넘겼을 뿐인데. 

나는 순간적으로 그 책이 보통 책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지장경을 가지고 방에 들어가 손 가는대로 책장을 펴서 읽어보는데,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내 이야기가 거기에 적혀 있지 않겠습니까?

‘지장경 12품: 만약 미래세에 어떤 남자나 여인이 혹은 젖먹이 때나, 혹은 세 살, 다섯 살, 열 살 아래에 부모나 형제자매를 잃고서, 그 사람이 장성한 뒤에 부모나 권속들을 생각하고 그리워함에 어느 곳에 떨어졌는지,

어느 세계에 태어났는지, 어느 천상에 났는지 모르거든, 이 사람이 만약 정성껏 지장경을 3번 내지 일곱 번을 읽으면 알 수 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걷잡을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온 몸을 적실 정도로 울었습니다. 

 고아들은 세상에서 잊혀진 사람들이며 창살 없는 감옥에서 일평생을 살아가야만 하는데, 그런 고아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분들이 계신다는 생각에 울고 또 울었던 것입니다.


나는 그날 밤부터 잠들기 전에 지장경 첫 장에 그려져 있는 지장보살님께 삼배를 올리고

지장경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지장경을 읽기 시작하면 잠부터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잠과 씨름을 하면서 읽고 또 읽었는데 일주일만에 겨우 한권 읽는 꼴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21일 만에  3독을 마쳤습니다.


                 그날 밤 꿈에,

     내가 천상에서 어린동자의 몸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지옥 구경을 했습니다. 


 그 다음날 꿈에서는

연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나의 어머님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버지가 어디에 계시는지 알고 싶어서

21일 만에 또 3독을 하고 나니,

그 날 밤 꿈에 나는 또 아버지가 계신 곳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몇 개의 지옥을 구경하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 보다 더 놀라운 것은 책을 건네준 할머니 따님이

오후에 찾아와서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장경을 다 보셨지요?”

“그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어제 밤에 꿈속에서

   아저씨와 아저씨 부모님을 보았습니다. 

지장보살님께서 벼루에 먹을 한동안 가시더니 갑자기 맑은 물로 그 먹물을 짝! 씻어내 버리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됐다.’

   그러시는 겁니다.  거기까지 보고나서

           꿈을 깼거든요.”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곧바로 절에 올라가 지장보살님께 삼배를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