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향기/향기로운 삶

[변식진언]

慧蓮혜련 2009. 5. 4. 20:59

[변식진언] 

 

                             황  전

 


출가하기 전에는 가까운 절에 다니면서 무슨 행사가 있으면

 

 봉사를 하기도 하고, 절집 생활상과 스님들이 무슨 공부를

 

하는지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여러 가지 행사가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은 조상님을 천도한다는 천도제였습니다. 

 


나는 고아로 태어나다 보니 가족이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번도 제사를 지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절에서 천도제를 보고 난 후부터 내가 여기에

 

 

 존재하는 것은 조상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해 12월 31일 밤 11시가 되자 나는 처음으로 떡국

 

을 끓였습니다.  12시가 다 되어갈 무렵 떡국 한 그릇을

 

작은 상에 놓고,

 

 

“조상님, 제가 그동안 조상님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저 혼자 살기도 힘들어서 그동안 다 잊고 지냈습니다. 

 

다행이 불교를 알게 되어 조상님들의 보살핌과 낳아주신

 

부모님의 은덕을 알게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제가 손수

 

떡국 한 그릇을 올리오니 맛있게 드십시오.”

 

그렇게 혼자 말을 하고 절을 하였다.  그리고 머리맡에 

 

 상을 그대로 놔두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정말 오래간만에

 

나는 꿈속에서 많은 조상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 작은 방에 긴 상이 놓여 있고, 그 상위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잘 차려져 있었습니다.


아기 엄마에서부터 백발의 할아버지까지 많은 조상님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분명 떡국 한 그릇을 차렸는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맛있게 들던 할아버지께서 나를 보시더니,

 

 

“모처럼 음식을 참으로

 

 

맛있게 먹었다.”

 

 

하면서 밝게 웃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코끝이

 

찡하면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 후 출가를 해서 내가 직접 조상님들의 천도를 몇 번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요령을 흔들어 <변식진언>을 하게

 

되면, 그 시절 자취방에서 초라한 떡국 한 그릇을 올렸던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