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식진언]
황 전
출가하기 전에는 가까운 절에 다니면서 무슨 행사가 있으면
봉사를 하기도 하고, 절집 생활상과 스님들이 무슨 공부를
하는지 아주 조금씩 알아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여러 가지 행사가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호기심을 갖게 하는
것은 조상님을 천도한다는 천도제였습니다.
나는 고아로 태어나다 보니 가족이 단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번도 제사를 지내본 적이 없었습니다.
절에서 천도제를 보고 난 후부터 내가 여기에
존재하는 것은 조상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해 12월 31일 밤 11시가 되자 나는 처음으로 떡국
을 끓였습니다. 12시가 다 되어갈 무렵 떡국 한 그릇을
작은 상에 놓고,
“조상님, 제가 그동안 조상님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저 혼자 살기도 힘들어서 그동안 다 잊고 지냈습니다.
다행이 불교를 알게 되어 조상님들의 보살핌과 낳아주신
부모님의 은덕을 알게 되었습니다. 늦었지만 제가 손수
떡국 한 그릇을 올리오니 맛있게 드십시오.”
그렇게 혼자 말을 하고 절을 하였다. 그리고 머리맡에
상을 그대로 놔두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정말 오래간만에
나는 꿈속에서 많은 조상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 작은 방에 긴 상이 놓여 있고, 그 상위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잘 차려져 있었습니다.
아기 엄마에서부터 백발의 할아버지까지 많은 조상님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분명 떡국 한 그릇을 차렸는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음식을 맛있게 들던 할아버지께서 나를 보시더니,
“모처럼 음식을 참으로
맛있게 먹었다.”
하면서 밝게 웃으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코끝이
찡하면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그 후 출가를 해서 내가 직접 조상님들의 천도를 몇 번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요령을 흔들어 <변식진언>을 하게
되면, 그 시절 자취방에서 초라한 떡국 한 그릇을 올렸던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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