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임종 시 혼수상태에서 조념을 통해 왕생하다
석불지
1999년 8월 2일 밤 7시쯤, 나는 어느 연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는데, 용천사에서 출가한 지 얼마 안 된 불지佛智스님이 부주의로 돌계단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현재 백약이 무효하다면서 나에게 즉각 절에 와서 스님이 서방극락세계에 왕생할 수 있도록 아미타부처님의 자비구제에 대해 법문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절에 도착해서 보니 불지스님이 자신의 작은 방에 누워있는데 숨쉬기조차 몹시 힘들었고 정신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였다. 통립通立스님이 우리에게 말하기를, 몇 시간 전부터 그는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소리를 완전히 듣지 못하였고 팔에 꽂은 링거도 이미 수액이 되질 않았으며, 몸의 상반신은 숨이 차서 큰 소리로 헐떡거림에 따라 고통스럽게 기복하고 있었으며, 뒤통수에 내출혈로 생긴 혹 덩어리가 굉장히 크다고 하였다.
연우 몇 명이서 그를 에워싸고 교대로 아미타부처님의 명호의 구제를 믿고 따르라고 권하였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처음으로 이런 일을 하는데다가 깊은 혼수상태인 환자를 마주하며 설득할 힘이 부족하다 보니 환자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깊은 밤 11시, 나는 스님께 전화를 걸어 가르침을 청하였다. 스님은 우리에게 “인경引磬을 치며 염불하되, 인경을 한번 치고 한번 ‘나무아미타불’을 불러야 하고, 인경을 치는 사람이 한번 염불하면 대중들도 따라서 한번 염불해야 한다. 10분 정도 염불한 뒤에 법문을 해줘야 하는데, 법문을 할 때는 상대방이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고 살아있는 사람을 향해 법문을 하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라고 말해주었다.
용천사 스님들의 인솔 하에 우리는 인경을 한번 치고 한번 ‘나무아미타불’을 불렀으며, 10분 정도 염불하고 나서 내가 환자에게 법문을 해주었다.
방이 너무 작은 관계로 나 혼자 방안에 남아 환자에게 법문을 해주었다. 나는 강당에서 강의를 하듯이 ‘성정분판聖淨分判’부터 시작해서 아미타부처님께서 5겁의 사유와 조재영겁의 수행을 통해 서방극락세계를 건립하였고,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들이 한 구절 ‘나무아미타불’ 만덕홍명을 허공법계에 두루 전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보고 들을 수 있도록 하셨다고 말했으며, 이 한 구절 명호가 바로 큰 소리로 선포하는 것이고, 바로 10겁 동안의 부름이고, 바로 우리에게 “나는 아미타부처님이시다. 나에게 나무를 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가르쳐주시는 것이며, 이러한 이치를 안다면, 한 생각 믿고 받아들이는 즉시 격일·격시가 아닌 지금 당장에 왕생의 자격을 얻게 된다고 말해주었다.
여기까지 말했을 때, 깊은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환자가 갑자기 얼굴에 웃음꽃이 피면서 큰 소리로 “호(좋아)”와 ‘아’ 사이의 소리를 내었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크던지 집밖에 있던 연우들도 분분히 일어서서 쳐다보았다. 목소리 가운데 기쁘게 믿고 받아들인다는 메시지가 들어있었다. 그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환자가 법문을 알아듣고 믿고 받아들였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후부터 환자의 표정은 차츰차츰 부드럽게 변하였으며, 다음날 2시에 편안히 왕생하였다.
왕생한 지 8시간 뒤, 정수리가 뜨겁고 온몸이 얼음 같이 찼으며, 머리부위의 혈종이 전부 사라지고 얼굴에 웃음을 띠었으며, 피부는 살아있을 때와 같았고 색깔은 살아있을 때보다 더 보기 좋았다.
염불하기 시작해서부터 법문을 듣고서 믿고 받아들인 시간은 전부 합쳐서 2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갓 출가한 이 스님은 다행스럽게도 아미타부처님명호의 구제를 만나서 짧은 시간에 다겁생래의 숙원을 완성하고 불력에 의지하여 정토에 왕생하였다. 이 사례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생생한 교육을 받게 해주었다. 통립스님도 계속 염불법문이 좋다고 칭찬하면서 스님을 귀양으로 모셔서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실한 법문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거듭 표명하였다.
(귀양 소하 용천사 왕통구 기록 1999년 8월)
평어: 사람이 비록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숨이 끊어진 지 몇 시간 또는 여러 날이 지났을 지라도 무거운 업으로 인해 즉각 환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식神識의 영민함이 오히려 평소보다 뛰어나므로 주변의 동정에 대해 훤히 알 수 있다.
어떤 사람이든, 믿든 의심하든, 청정하든 더럽든 막론하고 염불만 하며 심신에 광명이 있게 된다. 만일 그 자리에서 바로 목숨을 마친다면 아미타부처님의 광명의 섭취를 받아 구제될 확률이 매우 크다.
불지스님이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위로 올라가느냐 아래로 가라앉느냐에 직면하여 마음속이 캄캄하고 앞길이 막막하여 극도로 놀라고 두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는데, 옆에서 누군가 염불을 해주자 바로 광명이 나타난 것을 보게 되었고,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을 때 심신에서 광명을 발산하고 마음도 차츰차츰 안정이 되었다. 또한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성정분판’의 법문을 듣고서 일반적인 팔만사천법문은 성도문이요, 자력으로 닦는 난행도이며, 아미타부처님의 무조건적이 구제는 정토문이요, 타력에 의지하는 이행도로서 즉각 받아들이면 즉각 구제를 받게 되어 반드시 왕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부터 한 가닥 구제를 받아들이면서 염불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솟아나 곧바로 “아!”하는 소리가 튀어나온 것이다. 이후로 그 마음은 숨이 끊어지고 왕생할 때까지 염불상태의 안온함 속에 처해 있었다. 또한 왕생하기 전에 이미 부처님을 친견하였으니, 이는 아주 자연스럽고 아주 평범한 심로역정心路歷程이었다. (혜정법사의 『염불감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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