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향기/生死·호스피스

[스크랩] 앉아서, 서서, 걷다가 죽음 맞이한 기이한 사람들 / [서평] 정토의 즐거움을 얻은 이야기 <왕생집_죽음너머>

慧蓮혜련 2013. 1. 20. 15:34

 

 앉은 채 돌아가신 서옹 스님을 좌탈한 모습 그대로 이운하기 위해 여느 상여들처럼 길쭉한 모양으로 만들지 않고 꾸린 상여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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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2월, 각종 언론에서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인 서옹 스님이 앉은 채로 돌아가신 모습, '좌탈입망(座脫立亡)'을 보도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고사가 아닌 자연사의 경우 대개의 사람들은 누워있는 모습이나 상태로 죽습니다. 병원 침대에서 죽건, 집 안방 아랫목에서 죽음을 맞이하건 그렇게 누운 상태로 죽어가는 모습이 대개의 죽음에서 볼 수 있는 죽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자연계의 흐름에 따라 몸뚱이 하나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쇠락한 몸이기에 누워서 죽어가는 모습이야말로 자연의 법칙에 부합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며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이에 반해 앉은 채 입적하신 서옹 스님의 좌탈입망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 수밖에 없는 기이한 모습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게다가 92년을 산 평생 중 72년 삶을 출가수행자로 산 구도자, 대한불교 조계종의 최고 지도자인 5대 종정을 역임한 고승이 죽어 간 모습이었기에 더 많이 회자되고 관심을 끌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좌탈입망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큼 흔하지 않은 모습이지만 세상에는 앉아서 뿐만이 아니라 서서, 걷다가, 합장을 하고, 부처님처럼 수인을 하고, 세상을 떠날 것이라 말하고 죽어간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기이한 모습으로 죽어간 227명의 사례 담긴 <왕생집_ 죽음너머>

 <죽음너머_왕생집>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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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때 스님인 운서 주굉이 엮고, 지리산 실상사에서 수행 중인 연관 스님이 옮긴 <왕생집_ 죽음너머>에는 서옹 스님의 좌탈입망 보다도 더 기이하게 서서 돌아가신 모습 등을 보이며 세상을 떠난 227명의 사례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송나라 염방영閻邦榮은 지주 사람이다. 스물네 해 동안 왕생주往生呪를 외며 염불하였다. 죽을 때 가족들이 꿈에 부처님이 광명을 놓으며 영榮을 맞이하는 것을 보았는데, 새벽에 영이 서쪽을 향해 가부좌하고 앉았다가 갑자기 몇 발자국을 걷더니 선 채로 죽었다. - <왕생집_ 죽음너머> 209쪽 염방영 승부

당나라 요姚 노파는 범행梵行 노파가 권하여 염불을 하게 되었다. 임종에 이르러 불보살이 와서 맞이하자, 부처님에게 "아직 범행 노파에게 이별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부처님 잠깐만 공중에서 기다려 주십시오."하고 아뢰었다. 이윽고 범행이 오자, 요 노파는 서서 죽었다. - <왕생집_ 죽음너머> 272쪽 '요 노파'

이적인지 기적인지는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사례들입니다. 비구 왕생사례 98, 임금 및 사대부 왕생사례 32, 거사 왕생사례 28, 비구니 왕생사례 5, 왕후를 비롯한 부녀의 왕생사례 32, 악인의 왕생 8, 용을 비롯한 축생의 왕생사례 네 가지 등 227 사례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하나하나가 기이하고도 기이한 죽어가는 모습입니다.

주굉 스님이 왕생집(往生集)으로 엮고 연관 스님이 <죽음 너머>로 옮긴 뜻은  

대개의 사람들과는 달리 앉아서 죽고, 서서 죽고, 걷다가 죽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고 어떤 삶을 살았던 사람일까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동화를 읽고 이야기를 들으며 자랍니다. 우리들이 들었던 이야기는 마냥 재미있었고, 우리들이 읽었던 이야기는 한 없이 슬프고 더 없이 신나는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들이 그냥 재미있고 뜻없이 슬프고 감동 없이 신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그 이야기에는 어떤 의미,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싶은 가르침이나 교훈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효'와 '충', '우정'과 '신의' 등을 배우게 되고, 어떤 이야기에는 '권선징악', '결초보은', '고진감래' 등을 새길 수 있었기에 그 이야기들이 동화나 구전 되는 이야기로 보존 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주굉 스님이 왕생집<往生集)> 엮고, 연관 스님이 <죽음 너머>로 옮긴 뜻 역시 사례속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통해 무수한 사람들 역시 그렇게 살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가르침의 방편이거나 깨우침을 위한 지도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사례 속의 사람들이 앉아서, 서서, 걷다가, 합장이나 수인을 하고 죽을 수 있었던 건 '괴로움의 소멸' 죽음의 문 앞에서 봉착하게 되는 '죽음의 괴로움'을 소멸 시킬 수 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명나라의 우于 할머니는 북경 평창부 소촌 백성 우귀于貴의 어머니인데, 오랫동안 염불로 공덕을 쌓은 분이다. 하루는 옷을 깨끗이 빨아 입고 아들에게 "내가 이제 정토에 왕생하겠다."하였다. 그러나 아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때가 되자 의자를 들어내 마당 가운데 놓고 의자에 앉아서 갔다. 기이한 향기와 음악을 온 마을 사람이 모두 맡고 들었다. -<왕생집_ 죽음너머> 335쪽 '우 할머니'-

명나라의 조향祖香 스님은 강서 신유 사람으로, 산동 용담사에서 정업을 정밀히 닦았다. 왕걸이라는 거사가 암자를 짓고, 그를 맞이해 갔으므로 그 곳에서 살게 되었는데, 얼마 뒤 걸에게 "내일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하였다.

대중이 더 머물러 주기를 간청하자, "안양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네."하더니, 과연 다음 날이 되어 자리를 펴고 서쪽을 향해 앉아서 갔다. 관을 들고 산으로 들어가니, 저절로 불이 일어나 저절로 다비가 되었다. - <왕생집_ 죽음너머> 340쪽 '조향'

 대개의 사람들은 이처럼 누운 상태로 죽거나 죽음을 맞이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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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괴로움'에 관한한 마음 엽렵해 지고 생각은 꼿꼿해 질 것

짧게는 서너 줄, 길게는 세 쪽 정도로 실린 사례들을 읽다보면 사례 속의 주인공들이 살아간 삶이 그려집니다. 동화를 읽다보면 동화에 담긴 글 뜻을 깨닫게 되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야기에 담긴 의미를 새기에 되듯이 사례 속의 주인공이 살아간 삶이 그려집니다.

227명의 사례 외에도 정토왕생을 예찬한 불부살의 경과 논 6편, 대선지식과 거사의 저술 17편, 정토소론 14편, 주굉 스님 자신의 정토와 관계된 저술 네 가지까지 덧붙이고 있어 '죽음의 괴로움'을 소멸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익히거나 체득하게 해줄 기회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중국 명나라 때 스님인 운서 주굉이 엮고, 지리산 실상사에서 수행 중인 연관 스님이 옮긴 <왕생집_ 죽음너머>을 읽는 것만으로도 앉거나 서서 죽는 기이한 모습까지는 아닐지라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죽음의 괴로움'에 관한한 마음은 엽렵해지고 생각은 꼿꼿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왕생집_ 죽음너머>┃엮은이 운서 주광┃옮긴이 연관┃펴낸곳 도서출판 호미┃2012.09.1┃값 20,000원


출처 : 나무아미타불
글쓴이 : 雲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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