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불상에 점안을 하자 시방 부처님이 오시다
다음날, 영매 임천대林千代와 그녀의 여동생이 타이베이에 왔다. 혜정은 뇌거사가 그들과 만날 의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로 알고 지내도록 소개를 시켜주었다. 처음 만난 그들은 서로 매우 겸손해 하였다. 뇌거사는 유명한 연예인 이곤李昆의 집에 불상을 보러 가자고 제의하였다. 이거사는 불상을 수장하는데 관심이 많았었고, 또 그의 부인이 태국인이어서 집안에 태국 불상들도 매우 많았다. 크고 작고 앉고 누워있는 여러 가지 장엄한 모습들이 다 있었다.
처음 이씨의 집에 도착한 우리는 이거사의 친절한 접대를 받았는데, 온 객실에 각양각색의 불상들로 잔뜩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이거사는 이 불상들이 집으로 오게 된 배경에 대해 친절하게 소개를 해주었다. 벽 중앙에 안치된 매우 장엄한 불상을 소개할 때 이거사는 이 불상이 자신이 매일 모시고 예배하는 불상이라고 말했다. 이때 뇌거사가 끼어들었다.
“개광(開光:점안)은 하셨나요?”
“아니요.”
“마침 잘 됐네요. 모처럼 법사님이 오셨는데 이참에 법사님께 점안을 부탁합시다.”
이 말을 들은 혜정은 마음속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찌 점안을 할 줄 안단 말인가?
“아닙니다! 그것은 민간풍속인데 부처님께는 본래부터 광명이 있어요. 바른 믿음을 갖고 성심껏 모시기만 하면 됩니다. 사람에게 정성스런 마음이 있으면 부처님께는 감응이 있습니다”
그러나 뇌거사는 “존중을 위해 의식은 불가피합니다. 기왕 오신 김에 자비롭게 인연을 맺어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하면서 벌써 향 세 자루에 불을 붙여 건네주는 것이었다. 혜정은 천성이 어눌해서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리하게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음속으로 생각하길 일반적으로 불교의 개광(점안)의식은 모두 먼저 게송 한 수를 읊고 나서 또 몇 마디 관련된 덕담을 한 다음, 다시 게송 한수를 읊은 뒤에 곧바로 “열려라(開)!”고 외친 후에 끝내는 것이다. 그래서 오른 손으로 향 세 자루를 들고 벽에 있는 불상을 향해 마음속으로 묵묵히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면서 입으로 『화엄경』의 게송 한 수를 읊었다.
부처님 몸이 법계에 가득하여 일체 중생 앞에 두루 나투시며,
인연 따라 감응이 미치지 않음이 없지만 항상 이 보리좌에 머물러 계시네.
佛身充滿於法界, 普現一切群生前,
隨緣赴感靡不周, 而恆處此菩提座。
내가 ‘인연 따라 감응한다’까지 읊었을 때 갑자기 왼쪽에서 이거사와 대화를 나누던 뇌거사가 영동靈動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방을 향해 절을 하였고, 본래 줄곧 오른쪽 소파에 앉아있던 임천대의 여동생도 똑같이 영동을 하면서 똑같이 사방을 향해 절을 하는 것이었다. 좌우로 일남일녀의 자세가 뜻밖에도 똑같았으며, 게다가 유연하고 미묘하기까지 하였다.
처음엔 나는 마음속으로 점안을 해야 한다고 말해놓고서 정중하지 못하고 옆에서 춤을 추고 있다고 그들을 나무랐다. 이렇게 딴생각이 들자 네 번째 구절의 게송을 완전하게 읊지 못하고 할 수 없이 덕담 몇 마디를 하고는 곧 “열려라!”하고 크게 한번 외친 다음 마무리를 지었다. 마무리를 지을 때 그들이 사방을 향해 절을 하던 자세도 천천히 멈추었다.
그 후에 왜 양쪽에서 춤을 추었냐고 물었더니 그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시방의 부처님들이 오셨습니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좀 영이靈異한 현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 나는 민간신앙의 관념에 떨어질까 염려되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러한 영이현상을 본 이거사는 매우 감동한 것처럼 보였다.
뇌거사와 임천대의 여동생(이름을 이미 잊어버림)을 말한다면, 모두 초면에 차를 타고 이씨의 집으로 왔으며,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고, 혜정 역시 그 두 사람이 본래 점술을 볼 줄 아는지를 몰랐었다. 그리고 혜정이 처음에 사양할 때 뇌거사는 이미 나에게 십분의 확신이 없다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에 이거사를 왼쪽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으로 데려가 얘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곤경에 처한 나의 모습을 보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니 당연히 혜정이 읊은 게송의 내용도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인연 따라 감응한다”까지 읊었을 때 두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이 영동하였는데,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세와 유연한 몸놀림, 특히 완전히 똑같은 동작은 그것이 ‘사람’의 연출이 아님을 직감하게 하였다.
『관경』에서 말씀하셨다.
제불여래는 법계의 몸으로 모든 중생의 마음속에 들어 있느니라.
마음으로 부처를 생각할 때 그 마음이 바로 32상과 80종호이니라.
생각건대:
만법은 마음을 말미암아 감에 따라 응하니,
부처님을 생각하며 염불하면 부처님은 마음 따라 나타난다.
염불하는 사람은 기법이 일체여서,
부처님과 함께 하며 출입할 때 늘 따라다닌다. (혜정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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