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과 슬픔의 사이에서
어느 작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도시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총명하고 정숙한 용모를 가진 어떤 여대생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같은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자라온 한 청년이 그녀를 남모르게 짝사랑을 해오다가 명절 때 고향에 내려온 그녀에게 수줍은 사랑을 고백하려고 만나자고 했는데 그녀는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 후로도 그 청년은 그녀를 잊지 못하고 오랜 세월동안 그녀를 기다리며 짝사랑을 해 왔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을 졸업한 그녀가 취직을 하려고 여러 가지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호적등본을 보았는데 (세상에 이런 일이) 호적상으로 그녀 자신도 모르게 어떤 남자와 혼인신고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놀란 가슴으로 그 남자를 찾아보니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짝사랑해 온 그 청년이었다.
그녀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 법적으로 결혼 무효소송을 내어 자동으로 이혼을 하게 되었지만 호적상으로는 이미 그 흔적이 남아서 앞으로 결혼하기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청년이 호적상으로 나마 결혼을 했던 그녀가 법적으로 이혼을 하게 되자 그만 상사병으로 자살을 해버린 것이었다.
그 후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녀는 결혼을 하려고 여기저기 중매를 넣어보았지만 호적의 흔적 때문에 정상적인 결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있었던지 그녀의 사정을 다 이해하고 그것까지도 감싸 안아줄, 잘 생기고 학벌이 좋은 이상형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행복한 결혼생활 속에서 꿈에도 그리던 임신까지 하게 되니 참으로 행복의 극치에 도달한 것이었다.
그녀는 그 행복한 생활 속에서 임신 3개월이 되던 어느 날 새벽에 비몽사몽간에 뱃속에서 상사병으로 자살한 그 청년이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밖으로 나가는데 소름이 끼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날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유산이 되어 버렸다.
불행 중 다행인지 그녀는 두 번째 임신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더욱 조심을 하였으나 임신 3개월이 되자 역시 상사병의 그 청년이 나타나서 똑같은 현상을 보이자 또 유산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다시 임신을 하지 못하자 사주를 보게 되었는데 팔자에 아이가 하나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것만 믿고 오늘도 임신을 기다리는데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참으로 난감할 뿐이다.
그녀가 황전이를 찾아와서 자신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털어놓았지만 황전이가 경험을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래서 인과응보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태어난 산골마을에 그 청년이 태어난 것으로 보면 그 청년은 전생에 그녀를 사모했는데 그 사모를 이루지 못하고 이생에 다시 그녀가 있는 곳에 태어난 것이다. 그 청년은 이생에 다시 그녀를 사모했으나 그녀가 받아주지 않자 존재의 의미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만약에 전생부터 이어지지 않는 사랑이라면 이생에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자살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연의 부부라 할지라도 부부 인연이란 하늘이 맺어준 것이며 오백생을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사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천생연분은 천년동안 사랑했던 사이라고 하지 않던가? 천년동안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이생에 이혼하고 싸울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만약에 그 청년이 살아 있다면 그녀가 인과응보의 도리를 알아서 그 청년에게 이 한생을 헌신했다면 이러한 일이 생겨나지도 않고 그 청년과의 이러한 사건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였으니 어찌 하겠는가? 자비의 화신 관세음보살님의 분신이 아니고 그저 평범한 인간인 것을... 그 또한 어쩌란 말인가? 만약에 그녀가 지금 자신이나 그 청년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지극정성으로 오랜 기도를 하거나 천도를 몇 번이고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자신의 가정에 주어진 행복을 위해 그 청년이 상사병으로 자살하여 상사귀가 되어서 우리가정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밝힐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 또한 행복을 추구하는 평범한 주부이기 때문에 이해는 되지만, 그 고통 또한 감내해야 할 것이다. 이생뿐 아니라, 다음 생에라도 그 청년과 다시 만나서 회포를 풀지 못한다면 그 상사귀는 세세생생 그녀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녀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알던 모르던 이러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고 수없이 이러한 일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도(道)를 닦는 것이다. 도를 닦아 생사를 벗어나기 전까지는 그 인연의 고리 또한 끝이 없다.
유산한 태아 영가도 천도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그런데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상사귀를 천도하는 것이다. 태아영가나 상사귀를 천도할 수 있는 도력을 가진 도인을 만나야 되는데 본인이 전생이건 이생이건 지어 놓은 복이 없다면 그러한 도인을 만나지 못한다. 아무리 그 도리를 알고 많은 천도를 해도 본인이 지어놓은 복이 미약하다면 어설픈 도인 밖에 만나지 못한다.
이러한 글을 읽는 독자는 이러한 의문을 남길 수도 있다. 나 본인하고는 아무런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서 생긴 상사병인데 왜 내가 그 고통을 받아야 되는지? 그러나 그것은 그렇지 않다. 황전이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불법을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니 본인이 예쁘게 태어나서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상식으로는 말도 안되는 소리이지만, 꽃이 예쁘면 꺾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술이다. 그 꽃이 애초에 없었다면 어찌 꺾고 싶은 마음을 내었겠는가? 그 마음을 내게 하는 것이 바로 원인제공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이야기 하자면 만약에 예쁜 꽃(여인)을 보고도 꺾지 않고 예쁘다는 한 생각만 내어도 어느 생에는 그 인연 따라 만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만약에 그 꽃을 꺾었다면 그 인연은 그 꽃을 어떤 마음으로 꺾었느냐에 따라서 그 인연의 고리는 참으로 끝이 없다.
**[인연의 고리]**
이 앞전 생에 어떤 수행자가
어느 천년 고찰에서 울력을 하다가
자동차가 오는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우연히 차창 속을 바라보다가
한 젊은 여인을 발견하고
참으로 예쁘다! 하고
한 생각을 내었을 뿐인데
이생에 부부로 만나
그렇고 그렇게 살고 있다.
어느 생에 다시
본래 수행자로 돌아가
생사를 해탈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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