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초
올해 88세인 왕을초王乙招 할머니가 음력 8월 2일 날 미리 갈 시간을 알고 정토에 왕생하였다.
나는 할머니를 여러 번 만났었는데, 그녀에게 염불하라고 말해준 게 대략 반년 전 일이었다. 그녀도 염불을 하였지만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을 한데 섞어서 확실히 분간하지 못하는 그런 상태였다.
얼마 전에 병이 위중하여 곧 죽게 되었을 때, 그녀는 가족들을 시켜 나를 찾아와서는 나에게 자살을 하고 싶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자살은 안 됩니다. 자살을 하면 지옥에 가게 되는데, 그런 고통은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라며 급히 말렸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말을 바꾸어 “그럼 난 지옥에 가지 않고 천당에 가고 싶은데, 자네가 천상에 연락을 해서 무슨 방법이 없는지 알아볼 수 없을까?”라고 물었다. (그녀는 평소에 내가 신통력이 굉장하다고 믿었다)
나는 한 마디로 승낙하며 말했다. “당신이 아미타불을 부르면 제가 내일 바로 아미타부처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염불만 하면 부처님께서 즉시 오십니다” 그녀는 내말을 듣고 바로 염불하기 시작하였다. 그날 우리는 오후 내내 함께 염불하였다.
7일 째 되던 날 오후 2시, 그녀는 샤워를 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제 가야 하는데 늦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평소엔 매일 항상 오후 6시가 돼서야 샤워를 했었다). 가족들은 아무도 믿지 않았기에 계속 시간을 끌다가 5시가 돼서야 그녀에게 목욕을 시켜주었다. 결국 그녀는 7시에 왕생하였다.
가족들로부터 전화를 받은 우리는 9시에 도착하여 그녀를 위해 조념을 해주었다.
이튿날 새벽 2시에 큰 사발만큼 굵은 흰색 빛기둥이 문으로부터 들어와 곧장 망자를 비추었다. 그 당시 피곤해서 졸고 있던 한 사람만 제외하고는 나머지 다섯 명이 다 보았다. 고려군연우는 또 자기 집에 모신 서방삼성과 똑같이 생긴 서방삼성이 방안에 들어와서 한 바퀴 도는 것을 보았다. 그 당시 너무나 감동하여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으나 내가 저지를 하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일심으로 염불하도록 하였고 사후에서야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왕생을 하고 싶으면서도 남을 시켜 먼저 전화를 걸게 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광동 인화, 번소분 구술, 석정종 기록 2004 11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