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이 깨지고, 5살 정도 먹은 어린 아이가 나에게
" 응당 머무름 없이 그 마음을 내라"
그 말을 해줬을 때 나는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하나의 머무름을 두었다.
이 곳에 남을 것인가..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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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숙제를 끝내고, 연필을 칼로 깎아서 가방에 넣어놓고는 시험공부나..혹은 선생님이 내주신 학급일 등을 해치운다. 일이 많을 때는 일주일을 걸려서라도 잠을 자지 않고 끝내었다. 환경미화심사 같은 일이 생기면..교실 앞 뒷벽의 모든 공작품을 만들어야 했다. 얼른 일을 끝내야 한다. 부지런히 일을 끝내고 나면..혼자서 앉아있었다.
혼자 앉아 있을만한 곳이면 어디든 혼자서 앉아있었다.
사람들이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은 없었다.
덜 오는 곳 뿐이었다.
그곳은 곰팡이 냄새가 아주 지독한..창문 하나 없어서 항상 껌껌하고 ,바닥은 물이 흘러 축축하고 , 숨쉴 때 목구멍이 껄껄할 정도로 막힐만큼 곰팡이 포자가 들어오는 광이 그나마 제일 사람들이 안들어왔다.
광의 앞은 옥외화장실-푸세식 변소이다.
나는 그 광에 들어가서 제발 아무도 광에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며 선정에 들었다.
희한하게도 내가 광에 들어가 있으면 , 평상시는 아무도 가지도 열어보지도 않는 광인데 꽤나 문을 여닫으며 성가시게 굴었다.
나는 물이 흐르는 시멘트 바닥에 빨래판을 얹고서 그 위에 앉았다.
숨쉬기 힘든 냄새의 고통은 사띠를 하면서 단 1-2분이면 후각은 무디어진다.
감각을 몸 안으로 거두고
귀구멍을 닫고, 눈을 감고, 모든 촉각과 느낌을 걷고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
그 마음자체를 사띠하면서 마음은 더욱더 깊어지고..
선정에 들어가게 된다.
선정에 들어가고 나오고를 의지대로 자유로 하면서
선정을 닦았다.
온갖 물건이 쌓여있고,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똑바로 설 수 없이 천장이 낮고, 축축하고, 바닥에 지렁이가 기어다니는 썩은 냄새나는 광은 나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명상실이었다. 찾아와서 말거는 사람이 적다는 이유 때문에..
엄마한테 들키면 광에서 쫒겨난다.
왜 여기 있느냐면서 쫒겨나게 된다.
그럼 다시 할수 없이 마당에 앉아 있는다.
마당에 앉아서 선정에 든다.
언니와 오빠는 고학년이라서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광에 있다가 쫒겨나고..다시 마당에 앉아있을 때였다.
그 날은 옆방 세들어사는 집이 놀러를 갔는지 식구들이 모두 없고 하루 종일 조용하였다.
나는 그 집 툇마루아래의 신발 벗는 곳에 앉아서 선정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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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시간감각은 모른다. 시계도 없고...
하늘에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한다.
아.. 이 마음이 좀 깨끗해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저들이 보이는구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나는 앉아서 그들이 오던 말던 다시 눈을 감고 계속 앉아있었다.
다시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눈을뜨니 그 사람들은 그 때까지 안가고 우리집 지붕 위의 하늘에 서서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를 여러 번 그들이 나의 주변에 서성거릴 때..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이 곳에 오게 되셨나요? 왜 이런 것(꽃같은 것을 뿌림)을 하세요?
그들은 자신이 사는 세계에서 나의 빛을 보고 너무 행복하고 환희심이 나서 찾아왔으며, 그들은 꽃을 바치고 싶다고 했다.
그 곳에서 저의 빛이 보입니까? 하니 아주 잘 보인다고 했다. 너무 아름답고 환희롭고 행복하다고, 고맙다고 했다.
"나는 꽃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무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이것은 자신들의 정성이니 받아달라고 간청하였다.
나는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그냥 두었다.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들은 하늘에서 꽃을 뿌렸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 가끔씩 찾아와서 꽃이나 자신이 입던 옷을 허공에서 뿌려주곤 하였다.
저들은 왜 스스로 수행하지 않고, 저렇게 쓸데 없는 짓을 할까? 나는 그것이 궁금해졌다.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도 궁금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궁금한 것이 없었다.
다만..저들이 왜 수행을 해서 윤회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지 그것만은 궁금했다.
그들은 머리에 꽃을 꽂고 있었다. 내가 볼 때 좀 차림이 우스웠다.
다 큰 어른이 머리에 꽃을 꽂고 화관이나 보석관을 했다고 생각해보라. 마치 학예회를 할 때의 차림이었다.
나는 다 큰 어른이 머리에 꽃이나 화관을 쓰고 흰 옷을 입고 와서 꽃을 뿌리는 그 시간에..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볼 생각은 거의 없었다.
그저 이렇게 전생의 복덕이 많아서 태어난 하늘의 세계에 만족하고, 그 상태를 즐기면서, 서로 어울려 놀고,
마음껏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면서 공양을 하고, 공덕을 쌓으려 할 뿐, 스스로의 마음을 살피면서 그 마음으로부터 벗어날 생각을 안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것은 마치 여기 부잣집 사람들이 애써서 무언가를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았다.
하늘사람들은 너무 편하고, 지내기가 좋기 때문에 지금 현재에 만족하고, 그래서 굳이 그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성 자체를 못느끼고 있었다.
아....존재는 조금만 힘들면 바쁘다고..피곤하다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고..
또 조금만 편하면 ..너무 편해서 저렇게 굳이 그 마음을 들여다 볼 필요성 자체를 못느끼고..놀러만 다니는구나...
게다가 축생과 지옥의 중생들은 너무나 힘이 들어서 공부하기가 힘들다.
정말...여기 지구위의 사람은 아무리 부자라도 가난한 사람이라도, 고통도 있고 행복도 있기 때문에..공부하기는 오히려 하늘사람들보다 훨 낫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들은 마음이 착하지만, 그 마음이란 경계가 바뀌면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의 그 곳이 지내기가 편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들은 아무 것도 안하고, 오직 그 상태를 즐기기만 하고 있다.
역시 그들은 그 자신의 현 상태를 취取하고 있다.
그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칼날에 묻은 꿀을 핥아 먹는 것이다.
그 천인의 몸이 무너지면..그들은 어느 세계에 떨어질 것인가?
그들은 그동안 고통이 없이 살았기 때문에.. 아래 세계에 떨어진다면 그 고통은 상상하기 힘든 고통이 될 것이다.
그것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었다. 고통도 고통을 늘 겪던 사람보다는
부유하고 호강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겪는 고통이 훨씬 견디기 힘들고 혹독한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여기서 공부를 하는 것이..
자칫 하늘에 태어나서, 방만하게 살다가 목숨을 마치는 것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훨씬 안전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하기는 오히려 인간이 훨씬 낫다.
왜냐하면 고통이 심하기 때문에, 공부하기로 마음을 일으킨 사람은 더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싶어한다.
저 천인의 삶은 인간의 삶보다는 훨씬 삶의 질이나 여러 차원에서 비교할 수 없이 편하고 안락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들은 심한 고통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 한치 앞의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의 쾌락에 만족하면서 놀러다니고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공덕을 쌓아서 하늘세계에 태어나기를 바라지 말고
여기서 단 하루 한 시간이라도 진실한 수행을 해서,
설사 하늘세계에 태어난다 하더라도, 수행을 열심히 하는 하늘세계에 태어나야 할 것이다.
선행의 공덕만으로 이루어진 하늘세계의 과보란 신기루같은 것이다.
신기루----환상인 것이다.
하늘 사람
저들도 역시 윤회해야 하는 불쌍한 존재인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는 지옥중생과 똑같다. 인간과도 똑같고..토방에 줄로 묶여있는 우리집 강아지와도 조금도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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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쓸데 없이 찾아와서 옷을 던졌다.
그 흰 옷은 하늘에서 뱅뱅 맴을 돌다가 위 아래로 춤을 추듯 돌면서 허공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그리곤 천천히 땅으로 맴돌면서 떨어지곤, 떨어지고 나면 곧 사라졌다.
나는 그 옷이 아까왔다.
왜냐하면..나는 엄마가 6살때 사주신 오바로 지금까지 입고 있는데..내가 이미 커버려서 그 옷은 너무 작아서 오바가 아니라 윗도리가 되어버렸다. 단추도 채우기가 힘들다. 하지만 또 살 수가 없어서 그냥 입고 다니거나 ,아니면 추워도 그냥 다녀야 한다. 여기서 돈은 생명같은 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옷을 벗어서 버리고 없애고 있었다.
나는 그 옷이 참 아까왔다.
계속 옷을 벗어서는 아래로 버리고 버리고 하는데...나는 눈을 뜨고는 그들에게 옷을 던지지 말라고 하였다.
그들은 깜짝 놀라서는 왜 그러는지 물었다.
옷을 공양하는 것을 싫어하세요?
그래서 싫다고 하였다. 매우 싫어한다고 하였다.
그 옷이 비록 물질이 아니지만..당신들은 충분히 입을 수 있는 것인데..이렇게 허비하지 말고 ..가서 잘 입으라고 하였다.
나는 그렇게 낭비되는 것이 싫다고 하였다. 당신들이 던지는 그 행위는 나를 조금도 이롭게 하지 못한다고...
그들은 내 생각을 알고는..걱정하지 말라고..
옷은 무한대로 있으며 언제든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대답하였다.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보니..그들은 나중에 오는 하늘 사람들에게 ..
옷을 벗어서 던지지 말라고 내가 싫어한다고 말해주었다.
그 사람은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벗었던 옷을 던지지 않고 자기 발 아래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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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정을 닦는 마음의 깊이에 따라서 그들은 한동안 오기도 하고, 오지 않기도 했다.
어느 때 다시 그들이 보였다.
그들은 역시 머리에 꽃이나 보석으로 된 꽃관을 쓰고 와서는 흰 옷을 늘어뜨리고 와서
여러가지로 공양을 하였다.
나중에 그들이 꽃을 뿌리던..옷을 던지던 더이상 관여하지 않았다.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하늘사람들이 꽃을 뿌리고 있었고..나는 광 위에 있는 장독대와 작은 꽃밭에 앉아 있었다.
그 때 대문이 열려있었다. 지나가던 4-5살 먹은 처음보는 동네 아이가 그날 따라 열린 대문으로 들어와서는 나에게 왔다.
그리고는 슬금슬금 올라오더니 앉아 있는 내 무릎위에 엉덩이를 돌려대고 앉았다.
그 아이는" 너무 좋아" 하면서..."아..좋아 "하였다.
나는 그 아이의 손을 잡아주면서.."뭐가 그렇게 좋니? "하였다.
그 아이는 "너무 너무 좋은 꽃향기가 나..."그렇게 말했다.
"꽃이 하나도 없는데 꽃향기가 난다. 신기해." 하였다.
그러나 나는 꽃향기를 맡지 않았다. 심지어 나는 꽃향기가 나는지도 몰랐다. 그 아이의 말을 듣고 꽃 향기가 나는 줄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는 하늘눈이 없어서 꽃을 보지는 못했지만 향기는 맡았던 것이다.
그리고 뭔지는 모르지만 그 평화로운 분위기에 이끌려 열린 대문으로 들어와서 곧바로 나의 무릎에 앉았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나는
꽃도 취하지 않고 , 공양도 취하지 않고, 꽃향기도 취하지 않았다. 단 한순간도...
아..꽃 향기가 나는 중이었구나..하고 알게 되었다. 마음을 안으로 거두어 ,코로 갈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코에 없는데 어떻게 향기가 스스로 있을 수 있을까..
그 아이가 좋다면서...하늘로 손을 내밀었다. 그 아이는 보이지 않지만..그 아이의 손에도 내 손에도 꽃잎은 떨어졌다.
둥근 모양 ..쌀알같은 모양, 또 지구에는 없는 꽃잎모양도 있었다.
그 꽃잎은 땅에 떨어지면 곧 사라졌다.
하늘 사람들은 그 아이가 나타나자 꽃을 조금 더 뿌리다가 가버렸다.
그 아이는 꽃냄새가 난다고 좋다고 그 좁은 곳에서 춤을 추다가 아래로 떨어질 뻔하였다.
나는 그 아이를 데리고 장독대에서 내려왔다.
그 아이는 그 뒤로 우리 집에 와서는 나를 보고..왜 지금은 꽃 향기가 나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내가 앉아 있는 곳이면 찾아와서는 내 무릎에 앉으려고 하였다.
나도 별로 크지 않아서 ..그 아이가 앉아 있는 내 다리위에 앉으면 앞이 하나도 안보였다.
사람은 좋은 것이면..이렇게 애착을 하고, 그것을 다시 찾는 마음이 생기는구나..
그 아이는 그 뒤로는 거의 매일 찾아와서 장독대아래에서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꽃냄새 왜 안나? 하면서 물어보았다.
에고가 사라지고..마음이 사라진 완전한 평화의 세상..그 고요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파장을 단 한번이라도 맛본다면..
세상의 쾌락이나 행복이란 것은 효용이랄 것도 없을 것이었다.
그 아이는 꽃냄새때문만이 아니라, 그 날의 행복한 파장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어서 날마다 찾아온 것이었다.
"이제 꽃냄새는 안나. 꽃냄새는 찾는 사람한테는 안나."
"왜?"
"꽃냄새를 찾는 마음이 없을 때, 꽃냄새 따위를 조금도 바라는 마음도 없을때라야 돼. 그때도 꽃냄새가 날 수도 안날 수도 있어."
이제 너는 날마다 꽃냄새를 찾는데 어떻게 꽃냄새가 나겠니?"
그 아이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그러니까..이제는 더이상 장독대로 올라가는 이계단에 날마다 찾아와서 꽃냄새를 찾지 말아.
알았지?
그 아이는 더이상 기대하지 말라는 그 말에 서운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못내 아쉬운듯 말했다.
그럼 언제 꽃냄새나?
이제 꽃냄새는 없으니까..꽃냄새는 다 잊어버려..알았지?
나가서 신나게 놀아. 그럼 아주 재미있을거야.
아이는 나가서 놀라는 말에 ...그동안 계단아래서 꽃냄새가 다시 나기를 미련을 가지고 ㅡ 애착을 가지고 기다렸던
그 어리석음을 금방 알아차렸다. 그 아이는 나가서 놀겠다면서 이제는 오지 않겠다고 했다. 발로 계단을 한 번 찼다.
그리고는 동네골목으로 나갔다.
계단은 아무 죄도 없는데..^^
좋아하는 것----그것이 바로 고통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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