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를 벗어나는 지름길
서산(西山, 1520~1604) 대사
육조혜능 스님께서는 “부처는 자기 성품 속에서 이룰 것이지 자기 밖에서 구하지 말라.”고 가르치신 바가 있다.
그러나 이 말씀은 본심(本心)을 바로 가르친 것이다. 이치대로만 말한다면 참으로 그렇지만, 현상으로는 아미타불의 사십팔원(四十八願)이 분명히 있고, 극락세계가 확실히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일심으로 열 번만 염불하는 이도 그 원의 힘으로 연꽃 태(胎)속에 가서 나고 쉽사리 윤회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삼세의 부처님들이 다같이 말씀하시고, 시방세계의 보살들도 모두 그 곳에 태어나기를 발원했던 것이다.
더구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극락세계에 왕생한 사람들의 행적이 분명하게 전해오고 있으니, 공부하는 이들이 잘못 알아서는 아니된다.
아미타(阿彌陀)란 우리말로 ‘무한한 목숨(無量壽)’ 또는 ‘무한한 광명(無量光)’이란 뜻으로, 시방삼세에 첫째가는 부처님의 명호이다. 수행시의 이름은 법장 비구였다. 세자재왕(世自在王) 부처님앞에서 마흔여덟 가지 원을 세우고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성불할 때에는 시방세계의 무수한 하늘과 인간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작은 벌레까지도 일심으로 제 이름을 열 번만 부를지라도 반드시 저의 세계에 와서 나게 하여지이다. 만약 이 원(願)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저는 성불하지 않겠습니다.”
옛 어른이 말씀하기를 “염불 한 소리에 악마들은 간담이 서늘해지고, 그 이름이 저승의 문서에서 지워지며 연꽃이 금못에 나온다.” 하였으며, 또한 “어린애가 물이나 불에 쫓기어 큰 소리로 부르짖게 되면 부모들이 듣고 급히 달려와 구원하는 것과 같이, 사람이 임종할 때에 큰 소리로 염불하면, 부처님은 신통(神通)을 갖추었으므로 반드시 오셔서 맞아갈 것이다.
부처님의 자비는 부모보다 더 지극하고, 중생의 나고 죽는 고통은 물이나 불의 피해보다도 더 심하다.” 라고 하였다. 만일 누가 말하기를 “자기 마음이 정토(淨土)인데, 새삼스레 정토에 가서 날 것이 무엇이며, 자기 성품이 아미타불인데 따로 아미타불을 보려고 애쓸 것이 무엇인가?” 라고 한다면, 이 말이 옳은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저 부처님은 탐하거나 성내는 일이 없는데, 그럼 나도 탐하거나 성내는 마음이 일지 않는가? 저 부처님은 지옥을 연화세계로 바꾸기를 손바닥 젖히듯 하신다는데, 나는 죄업으로 지옥에 떨어질까 오히려 겁을 내면서 어찌 그걸 바꾸어 연화세계가 되게 한단 말인가? 저 부처님께서는 한량없는 세계를 눈앞에 놓인 듯 보시는데, 우리는 담벼락 너머의 일도 모르면서 어떻게 시방세계를 눈 앞에 본단 말인가.
그러므로 사람마다 성품은 비록 부처이지만 실제 행동은 중생이다. 그 이치와 현실을 말한다면 하늘과 땅 사이처럼 아득하다. 규봉 선사가 말하기를 “가령 단박 깨쳤다 할지라도 결국은 점차로 닦아가야 한다.” 고 하였으니 참으로 옳은 말씀이다.
그러면 다시 자기 성품이 아미타불이라는 사람에게 물어보자. 어찌 천생으로 된 석가여래와 자연히 생긴 아미타불이 있는가? 스스로 헤아려 보면 그냥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임종을 당해 숨이 끊어지는 마지막 큰 고통이 일어날 때에 자유자재할 수 있겠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한 때에 만용을 부리다가 길이 악도(惡道)에 떨어지는 후회막급의 누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마명보살(선종 제12조)이나 용수보살(선종 제14조)이 이미 다 조사이면서도 분명히 말씀하여 왕생하는 길을 간절히 권했거늘,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왕생을 부정하겠는가?”
‘나무 아미타불’ 여섯 자 법문은 윤회를 벗어나는 지름길이다. 마음으로는 부처님의 세계를 생각하여 잊지 말고, 입으로는 부처님의 명호를 똑똑히 불러 산란하지 않아야 한다. 이와같이 마음과 입이 서로 합치되는 것이 염불(念佛)이다.(선가귀감)
<염불하는 이것이 무엇인가>(덕산/ 비움과소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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