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검은 색 가위 눌림을 염불로 풀다
고덕이 말씀하시길, “한 바탕 뼈에 사무치는 추위를 겪지 않고서 어찌 코끝을 찌르는 매화 향기를 맡으랴”고 하였다. 나도 할 말이 있다. “한 바탕 병고의 시달림을 겪지 않고서 어찌 아미타부처님의 크신 서원의 깊이를 알랴” 이 말은 무슨 의미일까?
시간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말해야 한다. 어릴 적에 비록 집안형편이 어렵고 가난했다고 할 수 있지만, 2학년이 되던 그해에 교통사고로 눈꺼풀을 다쳐서 다행히도 겨우 한 달 정도 앞을 못 보다가 다시 빛을 보게 된 것만 제외하면 내가 병으로 아팠던 적은 매우 드물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3학년 때부터 불시로 돌발사고들이 생겨 팔다리가 부러져 수술을 받은 것 외에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이상증세’가 생겼다. 잠을 자려해도 잠들 수 없었고 깨어나려 해도 깰 수가 없었다. 그 동안 놀라고 두려운 심적 고통과 나로 하여금 부담과 시달림을 실컷 맛보게 한 역사적 상처는 불법을 배운 이후에야 천천히 아물었다.
어떤 사람은 그것이 신경쇠약이라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과다한 뇌사용 때문이라니, 대뇌에 손상을 입었다느니, 소뇌가 파괴되었다느니…… 나의 느낌으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늘 반쯤 자다가 꿈에서 막 깨어나려 할 때 한참을 지나서도 깨어날 수 없었고, 꿈속에서는 마치 어두운 큰 동굴이 보이는 듯 하였는데 엄청난 크기의 ‘블랙홀’이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한 줄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힘이 나를 그 불랙홀 속의 큰 구멍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았다. 내 기억에 매번 자기도 모르게 거의 그 속에 떨어지려 할 때 즉각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안 돼! 들어가면 안 돼! 빨리 나와야 해, 빨리 가야해, 속으면 안 돼……’ 나는 힘써 버티면서 바깥으로 도망을 가려고 했고, 있는 힘을 다해 이 검은 색 가위눌림으로부터 벗어나려 하였다. 이때 사람은 여전히 누워있었고 의식도 여전히 또렷했지만 손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소리를 내려 해도 입을 열 수가 없었으며, 사람은 깨어났는데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잠시 자주신경이 전부 사라지고 사지가 마비된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기에 더욱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려 하는데 정말로 너무나 괴로웠다. 나는 마치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 갇혀서 질식할 것 같았고, 몇십년 동안 세상을 못 보고 어둡고 무서운 감옥 속에서 어떻게든 벗어나려는 다급한 심정으로 구원을 바라고 있었다. 머릿속의 혈관들은 마치 전기가 세는 전깃줄이 된 것처럼 머리 전체가 얼얼하고 열이 나는 것 같았다. 호흡을 통해 콧구멍으로 나오는 냄새는 화학약품과 같은 이상한 냄새로 가득하였다. 이렇게 일분을 일년처럼 지내면서 어떨 때는 몇분 정도 몸부림을 쳐야만 천천히 깨어날 수 있었고, 깨어나 눈을 떠도 늘 놀라서 온몸에 식은땀이 나기 일쑤였다.
이런 병으로 인한 고통은 나이가 들수록 발병의 횟수도 늘어났는데, 특히 군대에 있을 때는 더욱 심각했다. 심지어 외출을 할 때도 비정기적으로 갑자기 총알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부딪치고 있는 것처럼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아찔해져서 방향을 분간할 수 없었다. 그사이 나는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물들을 적잖게 복용하였으나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내가 불법을 배우게 된 인연은 여동생이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여름수련회를 다년 온 뒤에 나의 바른 믿음을 일으킨 것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처음으로 대승경전인 『불설아미타경』을 접하고 난 뒤에 나는 염불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나는 염불을 한 관계로 발병의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병이 점점 가벼워졌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가 나중에서야 알아차렸다.
어느 날 밤에 꿈속에서도 여전히 부처님의 명호를 쉬지 않고 부르고 있었는데 이때 검은 그림자 다섯 개가 나타났다. 멀리서 가까이 오더니 나와 십여 미터정도 되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중의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가 염불을 하고 있어서 다가갈 수가 없구나” 느낌상 그들은 거기서 몇 분 정도 서 있다가 떠난 것 같았는데, 그 당시에 나는 여전히 염불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다섯 그림자가 왜 왔는지를 알지 못했다. 대략 한 달 정도 지나서 그들이 다시 왔다. 그날 내가 조금 피곤했었는데 그들을 발견했을 때 그들은 여전히 다섯 명에 열 개의 손으로 나의 몸과 가슴과 목을 눌렀다. 그 당시 나는 굉장히 괴로웠고 다시 또 평소대로 얼얼하고 뜨거운 느낌이었다. 그 기세는 평소보다 더욱 사납고 맹렬했다. 이때 나도 모르게 의식 속에서 부처님의 명호가 튀어나왔고, 몇 번 부르지 않았는데도 그 다섯 개의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뒷걸음을 치더니 어디론가 튕겨져 나갔고 나 역시 놀라서 급히 몸을 일으켰다. 이때 나는 지난날 고통스러웠던 그런 병고들은 모두 그들이 가져온 것임을 문득 깨달았다. 그렇다면 이것이 바로 이른바 ‘업의 그림자’란 말인가? 그들은 빚을 받으러 온 것인가? 전생에 내가 그들에게 미안한 일을 한 게 아닐까? 맙소사! 전생에 내가 얼마나 무거운 업을 지었길래 금생에 내가 받아야할 업의 과보가 이처럼 고통스러운가?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눈물이 줄줄 흐르고 침대에 앉아 통곡을 금할 수 없었다. 나는 아미타부처님의 자비를 느꼈고 또 깊이 부끄러워하며 참회하였다. 그래서 그들에게 회향해주기를 발원하고 정토에 왕생하겠다는 뜻을 세웠으며, 염불정진하며 부지런히 삼복을 닦고…… 나는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밤새도록 생각하며 잠을 자지 않았다. 그때의 경험은 나중에 내가 불광산에서 삼보에 귀의하게 된 좋은 인연이 되었다.
그 후로 더 이상 그런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때처럼 병으로 인한 고통도 나타나지 않았다. 몇 번이나 결정적인 순간에 곧 다가올 큰 재난도 염불을 통한 불력의 가피로 하나하나 모두 사라졌다. 이제 와서 그 당시 수시로 사람을 초췌하게 만들고 사람을 긴 잠을 자게 만들던 그런 나날들을 회상하면 내가 어찌 ‘한 바탕 병고의 시달림을 겪지 않고서 어찌 아미타부처님의 크신 서원의 깊이를 알랴’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어찌 ‘사람 몸 받기 어려우나 지금 이미 받았고, 불법을 듣지 어려운데 지금 이미 들은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생각건대, 금생에 불법을 배우지 않고 염불을 하지 않으며, 보리심을 내어 믿음과 발원과 수행으로 왕생하는 길을 걷지 않는다면, 다음 생에 다시 육도윤회를 하게 되고 업에 따라 승침升沈을 하게 되는데, 어찌 두렵고 안타깝고 불쌍하지 않겠는가?
올해 불광산에서 진행한 선생님들의 불학수련회 학습활동 중에 내가 학장이 되어 수련생들을 상대로 이 인연을 말해주었다. 우리 모두 거룩하고 훌륭한 정토법문을 깊이 믿고 부지런히 삼복정업을 닦으며, 일심으로 염불하여 반드시 서방극락세계에 왕생하길 바란다.
(『각세순간』 「검은 색의 가위눌림」 소국생 《覺世旬刊》〈黑色的夢魘〉蕭國生)
'극락과 아미타불 > 염불 감응록 (신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2. 신심에 관해서 (0) | 2016.10.11 |
---|---|
[스크랩] 머리말 - 1. 전승에 관해서 (0) | 2016.10.11 |
[스크랩] 9. 염라대왕도 아미타부처님을 두려워한다 (0) | 2016.10.11 |
[스크랩] 8. 끊임없이 염불하자 귀신이 물러가고 병이 낫다 (0) | 2016.10.11 |
[스크랩] 7. 한 번의 염불에 물귀신이 어지럼증을 느끼며 물러나다 (0) | 2016.10.11 |